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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변호사에게 듣는 의료소송]사람값이 너무 싸다
신현호 변호사  |  shin@shinlaw.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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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3호] 승인 2016.06.07  09:5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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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로 22년간 239명이 사망했다. 2011년 서울아산병원에서 폐섬유화증상을 보이는 환자집단을 치료하다가 우연히 원인을 발견하게 되었다. 제조회사는 증거를 조작하여 법정에 제출하고 인과관계조차 다투면서 배상을 거부하고 있다가 검찰수사가 시작되자 뒤늦게 배상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기업형태는 후진국에서도 보기 드물다. 사람값이 비쌌으면 이렇게까지 무성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안전배려에 추가비용을 들이는 것보다 원가를 줄여 순이익을 올리고, 사고 후 배상하는 것이 더 이익인 사회는 이런 사고를 구조적으로 막을 수 없다. 배상금은 궁극적으로 원가에 포함되어 있고, 소비자가 부담한다. 공급자의 수익금에서 뺏어가는 것이 아니다.

의료과실사건도 마찬가지이다. 미용성형수술이 잘못되어 추상장애가 발생하면 환자는 대인기피증에 이르는 경우가 있는데, 판결액은 그리 많지 않다. 밀어내기식 유령수술까지 하면서 수익을 올리는 것이 의료사고를 줄여 배상하는 것에 비해 훨씬 득이다.

중증의 심장수술 사고배상금과 큰 차이가 없어 의대생들은 내과, 외과보다는 수익을 더 얻을 수 있고, 책임은 비슷하게 지는 미용성형분야로 몰려 의료가 왜곡되고 있다. 따라서 손해배상책임이 강화되어야 한다. 배상금이 높으면 그만큼 조심한다.

과잉배상은 도덕적 해이, 기업활동위축, 원가상승, 구매력저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과소배상은 안전배려와 연구개발비용을 쓰지 않아 소비자피해는 물론 제품의 질저하로 경쟁력이 떨어져 시장에서 도태된다. 의료도 적절한 배상책임이 필요하다. 그래야 과잉진료를 하지 않고, 사고방지를 위한 의술개발, 표준화(protocol)작업으로 임상의학실천당시의 의료수준을 높인다.

예를 들어 병원감염에 대하여 엄격한 책임을 묻게 되면 감염의 원인, 기전을 연구하고, 대책을 마련하여 감염으로 인한 사고를 막을 수 있다. 병원감염이 일반적 합병증이라고 하여 면책시키면, 감염관리노력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최악이던 교통문화가 세계적 수준에 이른 이유 중 하나는 교통사고책임에 대해 거액의 배상책임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의료사고도 지금보다는 책임이 더 인정되어야 의료의 오남용을 막을 수 있다. 의료사고배상비용은 건강보험료 중 1.4%를 환자 측에서 부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판결은 인색하다. 신체감정 시 기왕증 기여도를 고려하였음에도 환자 측 소인을 책임제한하여 이중으로 삭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지급시기가 65세인데, 법원의 가동연한은 20여년째 60세까지만 인정하고 있다. 위자료는 더 문제다. 사망위자료가 1억원이지만 의료판결에서는 훨씬 적다. 징벌적 위자료 도입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일본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인신사고위자료로 4~5억원을 인정하고 있다. 경제력을 비교할 때 우리도 2억원 전후의 위자료가 인정되어야 한다. 삼풍백화점사고 1억5000만원, 고양버스터미널화재사고 3억2000만원 등 사적 화해는 법원의 위자료보다 3~5배 높게 이루어지고 있다.

인신사고 배상액이 선진국의 척도가 되는 이유는 안전배려에 대한 비용을 얼마나 투자하도록 유도하였는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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