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신청자의 ‘난민여부 판별 절차’ 공정하게 이뤄져야
송환대기실 장기 구금 문제, 열악한 처우 등 개선 필요해

대한변협이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한국 난민지원 네트워크와 함께 지난달 26일 역삼동 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절차 실태조사 결과 보고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대한변협 김종철 인권이사, 유엔난민기구 제인 윌리엄슨 법무관을 비롯해 시민단체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김종철 인권이사는 개회사를 통해 “전세계 난민숫자는 6500만명에 달하고 우리나라에도 많은 난민신청자들이 있다”면서 “실태조사 보고대회를 계기로 난민 관련 여러 가지 문제점이 모두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제인 윌리엄슨 법무관은 축사를 통해 “이번 실태조사 보고서는 난민지원 분야에 조력하고 있는 변호사와 활동가들이 여러달 동안 심층적으로 조사한 결과”라면서 “보고서를 만들어 낸 동력은 한국의 난민보호 강화에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보고대회는 황필규 변호사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공익법센터 어필 이일 변호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박영아 변호사, 난민인권센터 고은지 간사, 세이브더칠드런 김진 뉴질랜드 변호사가 발표에 나섰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일 변호사는 ‘난민실태조사의 배경 및 방법’, ‘현행 출입국항 난민신청제도’에 대해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난민법 시행으로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제도가 시작됐지만, 난민임에도 불구하고 심사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하고, 오랜 기간 동안 공항에 구금돼 열악한 처우를 받고 있는 등 여러 문제점이 있었다”며 “지난해 10월 난민신청절차 순서에 맞춰 실태조사 설문지를 구성했고, 난민신청자 24명에게 영어, 프랑스어, 아랍어 번역 및 통역을 통한 심층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출입국항 난민신청절차는 난민신청단계, 심사단계, 처분결과통지 후 이의 단계의 3단계로 나뉜다.

공항에서 난민신청의사를 밝히면, 통상 입국재심실에서 구두 또는 서면으로 의사 확인절차 후 난민신청서가 교부되지만, 공항 입국심사대에서 난민신청 의사를 표시할 경우, 곧장 난민신청서를 교부하거나 이를 접수하지 않고 일단 입국불허사유만 고려해 입국거부처분을 내리고 곧장 송환대기실로 보낸다.

또한 난민신청의사표시를 지속적으로 하더라도 대부분 ‘입국을 목적으로 한 남용적 난민신청자’라는 예단하에 국적국으로 돌아가라고 하고, 신청서가 접수되는지 확답도 듣지 못한 채 공항에 설치된 송환대기실에서 대기하며, 마냥 기다리거나 지쳐서 스스로 돌아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변호사는 “출입국항의 난민신청자도 난민협약상 난민신청자이므로 난민신청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난민의 송환대기실 구금은 결국 강제송환에 이용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2015년에 400명의 난민신청 중 109명이 불회부결정 받았다”며 “심사단계를 거쳐 불회부결정을 받으면 돌아가라는 구두통보만 받고 처분사유, 이의절차 등은 전혀 알려주지 않고 있는데, 이는 행정절차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영아 변호사는 ‘난민신청 접수 및 심사 과정의 문제점’에 대한 발표를 이어갔다.

박 변호사는 “난민신청 절차와 권리 안내는 매우 중요하지만, 출입국항 난민신청안내문은 한국어, 영어로만 돼있다”며 “불어, 아랍어 등 난민이 많이 발생하는 주요국 6개 언어를 게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입국심사대에 이르기 전에 난민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난민신청 절차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들을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면서 “출입국항 난민 신청제도가 도입된지 3년 차임에도 아직 통역 서비스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은지 간사는 ‘불회부 판정 이후의 열악한 처우’에 대한 발표를 이어갔다.

고 간사는 “불회부결정 처분으로 정식 난민인정 심사기회가 박탈된 난민신청자는 통상적인 입국불허처분을 받은 외국인과 마찬가지로 송환대기실에 구금된다”며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은 작년 말 기준 140~150명 정도가 사용하고 있었고, 추가된 40~50명의 인원을 고려하면 모두 서 있어야 할 정도로 매우 비좁은 공간”이라고 말했다.

또 “외부와 완전히 차단돼 햇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고, 투명한 벽을 통해 직원들이 상시 감시가 가능해 사생활 보호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구조”라고 언급했다.

한편 인터뷰 대상자 대부분은 하루 세끼 식사 제공을 받았지만, 대부분 빵 종류로 제공됐으며, 치킨버거나 과자 등을 제공받았다고 답했다.

특히 불회부결정에 불복해 장기간 송환대기실에 머물러야 하는 장기구금자들은 일률적인 메뉴 제공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고, 수개월 간 치킨버거와 콜라만 섭취해 건강이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고 간사는 “난민이 송환대기실에 머무르는 동안 이에 대한 숙식 및 제반사항에 대한 책임은 운수업자가 지게 된다”며 “신청자가 하루 공항에 머무는 비용이 5만원에서 10만원 정도가 소요되는데 장기간 체류할수록 운수업자의 금액 부담은 점점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김진 뉴질랜드 변호사는 ‘국제기준과 해외사례’에 대한 발표를 이어갔다.

김 뉴질랜드 변호사는 “2013년 7월 시행된 난민법은 ‘1951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이행법률이며, 이 제도로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이 가능해진 것”이라며 “난민협약은 난민신청자를 단체송환해서는 안되며 이들을 구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캐나다에서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거나 안보에 위협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된 경우 등을 구금 사유로 삼지만, 구금 결정은 가능한 모든 합리적 대안의 고려 이후에 내려져야 하고, 이민과의 심사를 받아야만 한다”고 언급했다.

또 “유럽인권재판소 역시 송환을 위한 구금은 현실적으로 즉각적 송환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면서 “기한이 법으로 정해져있지 않고, 구금의 적법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등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의 구금은 자의적 구금”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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