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법무법인 대표변호사 2명 포함 8명 ‘품위유지위반’으로 징계개시 청구해
3분 미만 접견 다수, 미선임 변호사 월 접견건수 772회, 하루 평균 37건에 달하기도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하창우)가 ‘집사변호사’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칼을 뽑았다.

변협은 지난달 30일 접견교통권을 남용한 변호사와 접견 지시를 내린 법무법인 대표변호사 8명에 대해 징계개시를 청구했다. 협회가 접견권 남용 변호사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징계개시 청구대상에는 실제 접견교통권을 남용한 변호사 6명 외에도 법무법인 대표변호사 2명이 포함됐다. 변협은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의 경우 대표변호사의 지시에 따라 접견이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해 지시를 내린 대표변호사도 징계대상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징계대상인 A법무법인 대표는 소속 변호사 B, C에게 수용자 접견을 지시했다. 이들의 접견건수는 151일 동안 총 3432회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B변호사는 지난해 1월 접견건수가 772건으로, 하루 평균 37건의 접견을 했다. C변호사의 일일 평균 접견건수는 6건이었으나, 특정 수용자와의 접견은 5분 내로 수차례 이뤄졌다.

법무법인에 소속되지 않은 징계개시 청구대상 D변호사는 두명의 수용자에 대한 월 접견건수가 133건으로 하루 평균 7회 접견을 했다. 이 중 수용자 이씨에 대한 평균 접견 시간은 3분에 불과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조사된 6개월간 649건의 접견 중 제출한 소송위임장은 단 3건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15년 3월 한달 동안의 접견건수는 208건인 반면 이 중 ‘5분 이하’ 접견은 무려 111건이었다. 접견시간이 1분 미만이어서 ‘0분’으로 기록된 경우도 2회였다.

변협은 “미선임 상태로 다수 수용자를 매일 접견하면서 일일 접견시간이 수분에 불과한 것은 변호인의 접견이 피의자·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는보기 어렵다”면서 “이처럼 변호인 접견교통권을 현저히 남용한 것은 변호사의 품위를 훼손한 것”이라고 징계청구 개시 이유를 밝혔다.

변호사법 제24조는 “변호사는 그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변호사윤리장전 윤리규약 제5조, 대한변호사협회 회칙 제42조도 변호사의 품위유지의무를 강조하고 있다.

 

상급자 업무지시에 따른 접견 남용도 면책 안 돼

이번 사태와 관련해 청년변호사의 열악한 지위를 악용한 법무법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초동의 모 변호사는 “집사변호사 사태는 너무 많은 변호사의 배출로 인한 경쟁과열과 청년변호사에 대한 선배변호사의 착취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징계개시 청구대상 중 법무법인 대표변호사 2명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은 모두 법조경력 5년 이내의 청년변호사며, 이 중 대표변호사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사유를 제출한 변호사는 4명이다.

변협은 변호사법상 품위유지의무는 모든 변호사에게 적용되므로 상급자의 업무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이유는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정당성을 부여하거나 면책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일부 변호사는 미선임 상태지만 의뢰인의 요청에 따라 접견을 한 것이라고 소명하기도 했다. 이에 장기간 미선임 접견을 하는 변호사가 형사소송법 제34조에 따라 피고인 또는 피의자를 접견할 수 있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변협은 “선임여부와 접견건수, 접견시간 등을 고려해 정당한 접견교통권 행사인지 판단했다”면서 “한 피고인을 월 수십회 접견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며, 3분 미만의 시간 동안 법률상담이 제대로 이뤄졌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위한 접견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접견교통권 제한 규정없지만 과도한 접견은 의도 의심돼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제한할 수 있는 명문상 규정은 없다.

법무부가 한때 미선임 변호인의 수용자 접견을 2회로 제한하기도 했으나,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84조 제2항에 따라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접견은 시간과 횟수를 제한할 수 없다”는 변협의 지적에 따라 2013년 4월 제한을 폐지했다.

그러나 접견교통권 제한 규정이 없더라도 접견횟수가 과도할 경우, 수용자가 변호사를 집사변호사로서 고용한 것이라는 의심이 제기될 수 있다.

집사변호사 제안을 받았던 서초동 모 변호사는 “하루에 두번 구치소 접견을 오면 한명당 월 12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아 잠시 흔들렸던 적이 있다”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의 변호사라면 집사변호사 역할을 자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법조경력 17년의 역삼동 모 변호사는 “차단시설이 없는 장소에서 접견이 이뤄지는 만큼 변호사의 윤리성을 바탕으로 집사변호사 문제에 대한 변호사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품위유지의무조항은 변호사 내부의 자율규제 대상으로 포기해서는 안 될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선임변호사도 접견교통권 남용하면 처벌할 것

집사변호사는 교정행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한 대형 법무법인 구성원변호사는 “수감자 한명이 변호인 접견장소를 독점하면 다른 변호인은 접견실 자리가 날 때까지 오랜 시간 대기하거나 수감자를 아예 만나지 못 하기도 한다”면서 “특히 서울구치소는 여성 접견실이 두개뿐이라 이런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고 전했다.

하창우 협회장은 “집사변호사는 변호사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변호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이어 “미선임 변호사뿐만 아니라 선임된 변호사도 접견교통권을 남용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서울구치소에서 접견교통권을 남용하는 변호사 명단을 제공 받아 철저히 조사해 징계할 것”이라고 법조비리 근절과 변호사윤리 강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한편 변협의 이번 조사는 서울구치소로부터 접견교통권을 남용한 변호사 10명의 명단을 제공받아 이뤄진 것으로, 접견을 지시한 대표변호사 3명을 포함해 총 13명을 조사했다. 이번에 징계개시 청구를 하지 않은 5명은 추가 조사 후 징계개시 청구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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