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신청한 채무자가 면책 신청 과정에서 원본 채무만 기재하고 이자 등 부수 채무를 기재하지 않아도 면책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처음 나왔다. 대법원은 채무자가 원본 채무만을 기재해 면책 신청을 냈다 하더라도 채권자가 면책절차에 참여할 기회가 보장됐다면 면책 대상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채무자 B씨가 채권자 A씨를 상대로 낸 청구인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파기환송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B씨는 2006년 A씨에게 연이율 24%로 600만원을 빌리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임대주택보증금 1400만원 가량을 담보로 제공했다. B씨는 약속한 날까지 돈을 갚지 못했고, A씨는 B씨가 담보로 제공한 보증금을 받기 위해 대한주택공사를 상대로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고 B씨에게는 임대주택에서 나가라는 부동산 명도소송을 냈다. B씨는 법원의 파산선고를 받고 A씨에게 빌린 600만원에 대해 면책결정을 받았지만, 그 과정에서 채권자목록에 600만원에 대한 이자를 기재하지 않은 게 문제가 됐다. A씨는 이자 채무가 남아있어 이자지급과 건물인도의무가 여전히 있다고 주장했고, B씨는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B씨가 다른 채권자의 이자 내지 지연손해금은 구분해 기재했으면서 A씨에 대한 채무는 원금 600만원만 기재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는 면책되지 않는 비면책채권에 해당되고 채무가 남아있는 이상 임대 부동산을 대한주택공사에 넘겨줄 의무가 있다”면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B씨가 면책신청 당시 제출한 채권자목록에 A씨를 기재하고, 600만원 원본을 기재한 이상 A씨는 파산채권자로 면책절차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원심이 A씨가 면책절차에 참여할 수 있었는지 등에 대해 심리하지 않고 이자 채무를 기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자 채무가 비면책채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데는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면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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