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되고, 고용변호사를 거쳐 개업변호사가 되기까지 몇년을 정신없이 살았다. 그때만 해도 나에게 결혼, 임신, 출산은 먼나라 얘기였는데, 나도 어찌어찌하다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게 되어 얼마 전 예쁜 딸을 낳게 되었다. 즉, 나도 이제 워킹맘의 대열에 끼게 된 것이다.

그런데 나는 개업을 한 변호사이다. 개업변호사의 임신 출산, 그리고 육아는 그리 녹록지 못하다. 왜냐하면 나를 대신하여 재판에 나가주고, 상담을 해주고, 의뢰인을 관리해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즉, 나에겐 육아휴직은 물론, 3개월의 출산휴가도 사실상 없는 셈이다.

임신을 한 순간부터 걱정이 태산이었다. 아이를 낳고 나서 재판은 어떻게 하지, 아이는 어떻게 키우지…. 그래서 이에 대해 개업하신 주변의 선배 변호사님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런데 대부분 뾰족한 수는 없었고, 재판을 연기하거나 복대리를 위임하는 방법으로 보통 한달 정도만 쉬고 바로 일을 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선배 변호사님들 중에는 심지어 아이를 낳고 일주일 만에 나와서 일을 하신 분도 계셨으며, 아이를 사무실로 데리고 나와서 일을 하셨다는 분도 계셨다.

그리고 나 역시 한달 남짓 쉬는 것이 다였다. 사건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한달 이상 사무실을 비워놓는다는 게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 뿐더러 재판을 연기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렇게 한달 만에 출근을 하니 주변에서 나를 보면 다들 엄청 놀란다. 그리고 몸조리도 다 못하고 일하러 나왔다고 걱정도 해주시고 안쓰러워도 해주신다. 나도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는데 막상 일하러 나오고 보니 일을 하는 것이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것보다 오히려 몸이 더 빨리 회복이 되었다.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동안은 정말 손가락 마디마디부터 허리, 무릎 등 안 아픈 데가 없었다. 사실 아이를 돌보는 것은 육체적 노동이다 보니 아이를 돌보면서 산후조리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셈이다.

그리고 개업변호사는 출퇴근이 자유롭고 시간도 조정이 가능하니,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기 참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된다. 많은 선배님 또한 같은 이유로 엄마로서 개업변호사는 정말 좋은 직업이라고 많이들 말씀하신다. 비록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이 보장되어 있지 않아 충분히 쉴 수 없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좋아 요새처럼 직업에 만족을 느낀 때가 없는 것 같다.

물론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는 나를 대신하여 기꺼이 아이를 돌보아 주시는 친정어머니 덕분이다. 이 자리를 빌려 나에게 무한한 희생과 사랑을 주시는 친정어머니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내 딸에게 내가 받은 엄마의 사랑을 물려줄 수 있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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