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에 쉬운 접근(easy access)을 어렵게 하는 것은 1심의 두배인 인지대도 있지만, 이보다도 짧은 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다.

상고이유서 제출 기간은 ‘빨리 빨리’문화의 소치인지 소송기록의 대법원 접수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20일이다. 일본은 기록접수통지일로부터 50일, 독일은 판결송달일로부터 2개월인데, 신청에 의하여 연장가능, 상대방의 동의가 없는 경우는 소송지연이 되지 않기도 하지만 상고인에게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2개월 한도 내에서 연장이 된다. 미국은 상고이유를 포함한 상고수리신청(certio rari) 시 원판결 등록 후 90일이고,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대법관 한 사람이 60일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기간 내에서 연장시킨다.

외국의 입법례에 비추어 보거나 사건내용이 날로 복잡해지는 현실에서 이와 같은 목가적인 우마차시대에서나 맞을 속전속결주의는 이제 청산할 때다. 연장제도도 없고, 다수설과 달리 판례는 책임에 돌릴 수 없는 사유로 기간준수를 못하여도 추후보완은 안 된다고까지 한다. 융통성 없고 경직된 이 기간을 하루라도 넘기면 상고기각판결이 송달돼 상고법원의 문은 굳게 닫힌다. 진즉부터 위임한 것이 아니라 상고 진행 직전이나 진행 중에 변호사에게 맡기는 사건이면, 제출기간을 맞추려고 피말리는 노력, 안간힘을 써서 겨우 이유서를 완성하고, 마감시간인 밤 12시 직전에 법원 문을 두드리며 접수의 촌극을 벌이는 것은 변호사를 좀 한 사람이면 알 것이다. 어쩌다 깜빡 넘기면 만사 끝, 변호사에게 회복할 수 없는 치명상을 입힌다.

이처럼 초긴장의 단기간은 상고심에서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일찍이 헌법재판소를 찾았으나, 민소법 제172조의 기간 신장규정을 활용해도 되고 상고심의 신속, 원활한 재판을 위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헌법소원 청구가 기각됐다.

그러나 이 기간신장의 규정은 광주시 내의 소요사태로 그 신장을 인정한 이외에는 실무상 휴면상태이고, 기간만료 후 이 규정의 적용은 기간만료의 효과를 뒤집는 결과가 되어 법적안정성을 해친다 하여 부정설이 우세하다. 기간신장의 규정은 일본법, 독일법에 모두 있지만, 그 나라의 법에서의 제출기간은 한국의 2배를 넘어 3배 이상인데, 연장제까지도 규정한 것은 그 규정으로 해결이 안 된다는 반증이다. 외국의 입법례처럼 현재보다 좀 더 기간을 늘린다고 하여 상고심 운영의 신속, 원활한 운영에 큰 지장도 없을 것인데, 헌법재판소가 지장이 있다한 것은 이해가 안 된다.

해결의 길은, 대법원이 판례를 바꾸어 불변기간에 준하는 추후보완의 길을 여는 것, 헌법재판소도 판례를 바꾸어 헌법불합치의 결정으로 충분한 기간의 입법촉구를 하는 것, 입법당국이 직접 국제 기준(global standard)에 맞춰 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을 늘리는 제도개선 등이다.

뒤에 보충서를 낼 수 있지만 수임변호사가 쫓기며 짧은 기간의 벽을 넘다보면 졸속과 함양미달의 상고이유서가 나올 수 있어 대법원 판결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될 것이 없다. 대법원 문턱의 낮추기 쉬운 접근권은 당사자권의 하나로 그 보장의 차원에서 문제를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원고 2회 불출석이면 소취하의 쌍불제도와 단기간의 상고이유서제도가 변호사를 괴롭히는 공적(公敵)으로 지목되어 왔는데, 전자는 1990년 개정법률로 해결되었으니, 이제 후자의 해결로서 변호사로 하여금 시간적 강박과 초조의 스트레스에서 해방시킬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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