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법 제38조 제2항은 ‘영리법인 이사가 되려는 변호사는 소속 지방변호사회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변호사법에 이 규정을 둔 취지는 변호사 본연의 업무와 영리법인 이사 업무 간 발생할 수 있는 이해충돌을 방지하고 변호사윤리에 저촉되는 사적인 이익추구행위를 막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놀랍게도 일부 고위직 검찰 출신 전관변호사들이 소속회 허가 절차도 밟지 않은 채 자신이 현직에 있을 때 수사했던 기업의 사외이사로 근무해 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서울회가 허가를 받지 않고 사외이사로 겸직한 변호사들에 대해 징계절차에 착수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는 하지만 이번에 밝혀진 전관 출신 변호사들의 사외이사 겸직 문제는 비단 소속지방변호사회의 허가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수사나 재판에 관여했던 검사나 판사가 그 기업의 사외이사가 된다는 것은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아주 부적절한 행태다. 자기들은 돈을 벌어 좋을지 몰라도 그런 사실만으로 검찰이나 법원은 국민의 불신을 살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변협이 현행 변호사법 제38조 제2항에 대한 허가지침을 마련하기로 한 것은 사법신뢰 추락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한 조치다. 소위 전관변호사들이 사외이사로 취임해 기업들의 로비스트나 방패막이로 활동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국민의 법조계에 대한 신뢰는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입고 말 것이다.

현재도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검사·판사 출신은 퇴직 후 3년 동안 매출액 100억원 이상 기업의 사외이사로 취업하는 데 제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의 수사나 재판에 관여했던 검사나 판사가 그 기업의 사외이사로 가는 것을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사외이사가 더 이상 검찰이나 법원의 고위직을 지낸 전관들의 돈벌이 수단이 되고 기업의 비리를 무마하는 도구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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