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운전, 층간소음에 의한 폭행, 묻지마 살인 등 순간적 감정에 기인한 충동형 범죄의 수위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체 폭력범죄 발생 건수 중 현실불만 및 우발적 동기에 의한 것이 약 40%대로 가장 많은 유형을 차지했으며, 그 양상 또한 더욱 잔혹하고 예측불가능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현대인들의 ‘분노’가 있다고 분석한다. 분노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분노가 제때 풀리지 않고 쌓였다가 불시에 분출될 경우 예상치도 못한 파괴적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력범죄자의 상당수가 평소 불안·강박 등에 시달리다가 한순간 분노를 억제하지 못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지난 17일 대한변협과 대한의협은 ‘현대인의 분노,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라는 주제의 공동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의료계, 법조계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최근 수시로 불거지는 분노조절장애의 사례들이 단순히 개인의 성향이나 병리적 문제로 환원할 수 없는 사회적 현상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구조적 모순과 양극화 현상 등으로 세대·계층간 갈등이 극에 달해 있는 상태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합당한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좌절감이 도처에 만연해 있고, 이 같은 좌절경험, 소외감, 박탈감이 반복되면서 사회와 타인에 대한 극단적인 원한감정으로 변이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급증하는 분노범죄를 병든 사회의 징후라고 분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언제든 잔혹범죄의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조성되는 사회에서는 그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 분노조절장애가 개인의 정신병이 아닌 사회적 병리라는 점을 공론화하고 지역사회 및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형사법적 측면에서뿐 아니라 의학 및 심리·사회학적 측면 등 다양한 관점에서 분노범죄에 대해 연구할 수 있도록 전문가 집단의 적극적인 공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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