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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소리 바른소리]민주주의를 믿는 이유
전원책 변호사  |  junwt5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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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1호] 승인 2016.03.07  09:5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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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앞두고 정당들의 후보 공천과정이 점점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하긴 나 같은 구경꾼들이야 재미있겠지만 당사자들은 지금 인생 전부를 건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겉으로는 다들 웃고 있지만 속은 타들어간다. 비굴해도 그렇게 비굴할 수가 없다. 그래서 참 대단들 해 보인다. 밖에서는 상대를 헐뜯기 바쁘던 예비후보들이 공천관리위원회 심사장에서는 마치 백년지기를 만난 듯 반갑게 악수하는 걸 보면 정치는 참 아무나 하는 게 아니란 생각도 든다.

솔직히 선거만큼 재미있는 게 없다. 우선 정치판이 살아났다. 국회의원들에게 제발 밥값 좀하라고 애원할 필요도 없다. 스스로 일을 찾아다닌다. 재래시장을 돌고 경로당과 양로원을 찾고 지역구 곳곳을 누비며 점수 딸 데가 없나 살피는 중이다. 거기에다 거드름은 사라지고 겸손하기가 이를 데 없다. 상설국회를 하라고 충고할 일도 없다.

어쨌든 그들은 며칠 동안 하루 24시간 일했다.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계속되면서 의장단은 ‘과로’를 견디다 못해 상임위원장들에게 의장석을 넘기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사실 이 모두는 선거 때문에 생긴 일들이다. 선거가 아니라면 시장을 돌 일도 민원(民願)을 찾아 헤맬 일도 없다. ‘절차상’ 통과될 수밖에 없는 테러방지법을 막겠다고 눈물을 흘리고 노래까지 부르면서 필리버스터를 할 턱도 없다. 선거가 정치판을 역동적으로 살려낸 것이다.

선거는 정치인의 4년을 결정하는 ‘게임’이다. 권력자가 되어 떵떵거릴 것인가, 백수로 살 것인가가 정해진다. 마치 정치 외에는 아무 것도 할 게 없는 것처럼 그들은 선거에 매달린다.

그래서 정상배(政商輩)니 건달이니 하는 온갖 조롱도 이겨낸다. 멀쩡한 교수와 법률가, 언론인이 국회의원 배지 한번 달아보겠다고 모든 걸 포기하고 나선다. 자신의 분야에서도 할 일이 태산 같을 터인데 무엇이 그들을 우국충정(憂國衷情)의 길에 들게 한 것일까?

더 웃기는 건 여야를 막론하고 공천과정이다. 상향식 공천을 말하더니 느닷없이 물갈이론이 등장하고, ‘공천관리’를 한다던 공천관리위원회가 후보를 심사한다. 그 후보 중엔 선출권력인 현역 국회의원도 있고, 당 대표도 있고 원내대표도 있다. 도대체 누가 이 이상한 이름의 위원회에 선출권력을 심사하고 입법부 구성에 관여할 권한을 준 것일까? 만약에 그런 심사의 뒤편에 ‘커튼 뒤의 권력’이 존재한다면 그는 희대의 독재자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악당’일 것이다.

민주주의는 ‘스스로를 통치하는’ 행위가 중첩되어 모두가 모두를 다스리는 구조다. 우리는 공공선(公共善)을 위해 열정을 가지고 헌신할 대표를 선거로써 뽑는다. 그러나 그건 상상이다. 대학의 강단에서 논해지는 이상(理想)에 불과하다. 민주주의로 등장한 수많은 통치자들 가운데 전제시대의 왕들보다 인민을 더 편하게 한 자는 손으로 꼽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적어도 왕들은 오늘날의 정치인들에 비해 사익(私益)보다 공익을 택한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왕들은 권력을 얻기 위해 대중에 아부하지도, 커튼 뒤의 권력과 결탁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선거 때마다 무척 재미있어하면서도 민주주의를 회의(懷疑)한다. 아마 나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민주주의를 믿는 이유가 있다면, 우리가 뽑는 대표를 어쨌든 4년 뒤에는 갈아치울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이 확신이라도 없다면 울화가 치밀어 견딜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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