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5. 12. 10. 2014다14511 판결

대법원은 전체 계약금액의 3배에 달하는 위약벌 금액에 대한 원심 판단은 위약벌 약정의 효력, 범위 및 일부 무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그 무효사유들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고 하여 파기 환송하였다.

I. 사실관계

검토 대상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 중 본 검토와 관련된 부분에만 한정하여 그 사실관계를 단순화 시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원고와 피고는 공동으로 회사(이하, ‘대상회사’)를 설립한 후 대상회사의 총 발행주식 6만주에 대하여 각 3만주씩 보유하고 있었는데 원고와 피고는 대상회사를 공동경영하는 과정에서 서로 의견충돌이 반복되자 i)원고가 대상회사에 대하여 보유하고 있던 53억원 상당의 채권(이하, ‘이 사건 채권’)과 ii) 원고가 보유하고 있던 대상회사의 주식 3만주(이하, ‘이 사건 주식’)를 피고에게 양도하기로 하되(이하, ‘이 사건 합의’) 피고가 이 사건 합의 내용을 위반하여 이 사건 합의가 해제되는 경우 피고는 원고에게 위약벌로 30억원(이하, ‘위약벌 1’)을 지급하기로 하였다. 한편, 이 사건 채권과 이 사건 주식의 양수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이 사건 합의와는 별도의 계약서를 통하여 계약(이하, ‘이 사건 주식매매등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양수도 대금은 58억원으로 하고 피고가 계약을 위반하여 이 사건 주식매매등계약이 해제되는 경우 피고는 원고에게 양수도 대금의 2배의 금액(116억원)을 위약벌(이하, ‘위약벌 2’)로 지급하기로 하였다. 그 후 피고는 원고에게 양수도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이에 원고는 이 사건 합의와 이 사건 주식매매등계약을 해제한 후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위약벌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II. 사건의 경과

1. 1심 및 항소심의 판단

1심은 피고가 양수도 대금 지급 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약벌 1, 2의 합계금액 146억원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항소심 역시 동일하게 판단하였고, 위약벌의 금액이 과도하게 무거워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라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는, “당시 대상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동업자 사이의 의견 충돌로 아무런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신속하고 확실하게 동업관계를 정리할 필요가 있었던 점, 당시 상호 불신이 심하여 이 사건 합의 및 이 사건 주식매매등계약의 이행을 확실하게 담보할 수단이 필요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약벌 1과 위약벌 2는 공서양속에 반할 정도로 과도하게 무거운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배척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위약벌의 약정은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정해지는 것으로서 손해배상의 예정과는 그 내용이 다르므로 손해배상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그 액을 감액할 수는 없으나, 그 의무의 강제에 의하여 얻어지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거울 때에는 그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로 된다. 다만, 위약벌 약정과 같은 사적 자치의 영역을 일반조항인 공서양속을 통하여 제한적으로 해석함에 있어서는 계약의 체결 경위와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등 매우 신중을 가하여야 한다”라고 설시한 후, 위약벌 146억원은 양수도 대금 58억원의 3배 가까이 되는 점, 이 사건 합의 및 이 사건 주식매매등계약이 해제되었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어떠한 의무도 이행하지 않아도 되는 점, 원고는 피고로부터 위약벌과 별도로 피고들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입은 손해의 전부를 배상받을 수 있는 점, (일부 생략) 그 밖에 제반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위약벌 약정은 그 의무의 강제에 의하여 얻어지는 원고들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거워 공서양속에 반하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판시하면서 원심 판단은 공서양속에 반한 위약벌 약정의 효력, 범위 및 일부 무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그 무효사유들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고 파기 환송하였다.

III. 검토

1. 검토의 범위

본 글에서는 위약벌과 관련하여 주로 다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아래의 각 쟁점에 대하여 간단히 살펴보되,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구별 기준과 관련된 쟁점에 대하여는 지면 관계상 이 사건 판결에서 직접 언급하고 있는 부분에 한하여 검토한 후, 결론 부분에서 원심을 파기한 대법원 판단의 타당성 여부에 대하여 간단히 살펴보기로 한다.

2. 검토에 앞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 일부 언론과 일부 견해에서는 대법원이 위약벌 1, 2를 공서양속에 반하여 전부 무효로 판단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으나, 대법원은 단지 위약벌 1, 2는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일 수 있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환송 한 것인바, 대법원이 위약벌 1, 2 전부가 무효라고 판단한 것은 아님을 먼저 지적해 둔다.

3. 손해배상액의 예정 외에 위약벌 제도를 별도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

위약벌 제도에 대하여 부정하는 견해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제도가 계약에 있어서의 이행보장기능과 손해담보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므로 위약벌이라는 관념을 따로 인정할 필요가 없고 위약벌이라는 제도를 별도로 인정하게 되면 채권자는 손해배상과 위약벌을 이중으로 취득하게 되는 점에서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점을 논거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위약벌은 손해담보기능은 없고 이행보장기능만 있어 그 기능측면에서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동일하지는 않고, 금전배상만으로는 충분한 만족을 얻을 수 없는 채무의 이행을 위해서는 위약벌 제도가 별도로 필요하다는 논거로 위약벌 제도를 긍정하는 견해가 있다. 살피건대, 민법 제398조 제4항에서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만약 법문상의 추정이 복멸되는 경우에는 해당 위약금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아닌 다른 기능을 가진 위약금으로 취급될 수 있다는 의미로서 우리 민법은 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의 위약금과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아닌 다른 기능을 갖는 위약금(위약벌)이 병존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규정된 것으로 보는 것이 법문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해석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판례처럼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별개로 위약벌 제도 역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4.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구별 기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을 서로 어떻게 구별하여야 하는 것인지에 대하여는 매우 많은 논의가 있으나 그 구분기준에 대하여 견해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고, 판례 역시 양자의 명확한 구별기준은 제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대법원이 위약벌로 인정한 사례들에 대한 분류를 통하여 대법원은 계약보증금외에 별도의 손해배상에 관한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위약벌로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97다4333, 97다56969, 97다40131 판결 등)고 분석하는 일부 견해도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대법원에서는 따로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항소심에서는 위약벌 1, 2 모두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합의서 등에서는 손해배상과 별도로 위약벌을 따로 규정하고 있는 점을 위약벌 1, 2를 각 손해배상예정이 아닌 위약벌로 보는 근거로 들고 있다. 위 각 대법원 판례와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도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판단되고, 계약 해석 시 계약서상의 분명한 문언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라는 점에서도 타당한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손해배상액의 예정 외에 위약벌에 따른 별도의 제재가 필요한 경우에는 이와 같은, 손해배상 조항과 위약벌 조항을 별도로 각각 규정해두는 방법도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5.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위약벌 금액을 법원이 감액할 수 있는지 여부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이 사건 판결 내용과 같은 논리를 통하여 일관되게 부정하고 있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 방법에 대하여 위 민법 조항을 유추적용하여 감액을 하는 것이나 대법원과 같이 일부 무효로 판단하는 것이나 실질적으로는 동일한 결과이므로 차라리 정면으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감액을 하는 것이 하나의 평가 대상에 있어서 모순이 없는 판단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의 일관된 태도는, 경우에 따라 위약벌은 일부뿐만 아니라 그 전부가 무효로 될 수도 있다는 것인바,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는 경우에는 일부 감액만 가능할 뿐, 대법원이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는, 전부를 무효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은 점을 고려할 때 대법원의 논리 구성은 충분히 그 합리성이 있다고 보여진다. 오히려, 대법원과 같이 경우에 따라서는 단순한 감액이 아닌 위약벌 전부를 무효화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만이 위약벌 자체를 부정해야 한다는 견해에서 지적하는, 채권자가 손해배상과 위약벌을 이중으로 취득하게 된다는 문제점 역시 무리 없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대법원의 논리 구성이 타당한 것으로 볼 것이다.

IV. 결론 : 대법원 판단의 타당성 여부

결론적으로 대법원이 파기 사유로 설시한 내용에 따라 원심을 파기 환송한 것은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대법원이 원심에 대한 파기 사유로 설시한 내용과는 다소 다른 측면 즉, 대상회사와 같은 주식회사의 주식 가치 평가 측면에서도 대법원의 결론은 지지될 수 있음을 덧붙이고자 한다. 국내 상장기업들의 자기자본수익율(ROE)은 연 11~12%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기자본수익율은 회사의 순이익을 자본의 총계로 나눈 값을 말하는 것으로 주식회사가 주주들이 납입한 자본금 대비 얼마만큼의 순이익을 내고 있는지를 말해주는 지표이다. 이 사건의 경우 1심과 2심의 판단대로라면 원고는 대상회사의 주식의 절반(3만주)과 채권을 피고에게 매도하고자 하였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한 대가로 피고로부터 그 양도대금의 3배를 위약벌로 지급받게 되는 것인바, 대상회사의 ROE 역시 국내 상장기업들과 유사한 수준인 것으로 가정할 때, 대상회사가 매년 얻는 순이익 전부를 매년 원고에게 배당한다고 가정 하더라도(이 역시 법인세를 고려할 때 불가능하다) 원고는 한 순간에 회사의 25년 내지 27년치분의 ROE에 해당하는 순이익을 수령하게 되는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양수도 대금 58억원은 이 사건 주식 외에 채권에 대한 대가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대상회사의 미래 순이익에 대한 현재가치를 산정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이자율을 통하여 할인을 해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 25년 내지 27년의 기간은 실제로는 훨씬 더 장기의 기간으로 산출될 것이다. 결국 원고는 계약이 해제됨으로써 자신의 경제적 지위에는 별반 변동이 생기지 않았음에도 피고가 약정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최소 대상회사의 30년치 이상의 순수익에 해당하는 금액을 위약벌로 일거에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도 대법원이 이 사건 위약벌 금액 146억원은 과도하여 일부 또는 전부가 무효라고 판단한 것은 지극히 타당하다. 환송심이 위약벌의 어느 범위까지를 무효로 판단할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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