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검사가 피의자에게 검사의 친인척 관계에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직·간접적으로 종용하며, 국내법상 허용되지 않는 플리바게닝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변협은 지난 19일 ‘2015 검사평가 결과’를 발표하며 우수 사례와 부정 사례를 담은 사례집도 함께 공개했다.

사례집에 따르면 검사가 수사관을 통해 자신의 친인척 변호사가 선임될 수 있도록 알선했으며, 실제 그 친인척 변호사가 선임된 후 곧 약식으로 사건이 종결됐다고 한다.

피의자, 변호인에 대한 막말 도넘어

변호사들이 평가에서 가장 많이 지적한 부분은 피의자와 변호인에 대한 인권침해와 막말 문제였다.

한 응답자는 담당 수사 검사가 “사기 당한 놈이 미친놈 아니냐”, “내가 조사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 등 막말을 하며 수사를 회피한 채 보강수사도 없이 사건을 캐비닛에 방치하다 항고기각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피해자 측은 원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도 없다” “OO지역 교도소나 구치소에서는 본인은 또라이로 알려져 있다” “내가 하는 일에 태클을 걸려면 검찰총장, 법무부장관, 청와대 법무비서관 정도를 동원하든지…” 등의 막말 사례도 소개했다.

또 검사가 고소인과의 합의를 강요하며 합의하지 않으면 피고소인이 망할 수도 있다는 식의 협박성 발언을 하는 경우, 수사관의 강압수사를 방관하고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하자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며 자백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었다.

공판도중 불필요하게 언성을 높이거나 증인을 윽박지르는 경우도 있었다. 피고인 측 신청 증인에 대한 반대신문시 사건과 무관한 사정에 대해 증인에게 “그 정도도 이해할 수준이 안 되느냐” “당신 모르잖아” 등 인신 모욕적 발언을 해 증인에게 심적으로 상처를 준 사례도 있었다.

변호인에게 막말한 사례도 있었다. 연필을 책상에 던지며 변호인에게 “변호인이 뭔데 그런 말을 합니까? 짜증나게” “(검찰이 소환했음에도)법원이 그렇게 좋으면 법원에 가지 검찰에 왜 왔냐” “대신 처벌받을 거 아니면 조용히 하세요”라고 하는 등의 경우도 다반사였다.

피의자신문에 참여했던 한 변호사는 “수사관이 피의자신문을 하는 도중 검사가 피의자에게 끼어들어 질문을 했는데, 사건 내용을 파악하지도 못하고 사건의 본질과 전혀 관련 없는 질문을 했다”며 “피의자가 반박을 하자, 오히려 ‘피의자 진술내용에 대해 변호사와 상의를 안 했느냐’, ‘변호사가 있으면서 왜 그렇게 진술하냐’며 피의자와 변호인을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고 응답했다.

지켜지지 않은 적법절차

적법절차가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조사 내내 정당한 사유 없이 피의자를 포박한 상태로 조사를 진행해 위화감을 조성하고, 이에 대해 변호인이 항의하자 변호인을 강제 퇴거시키며 상해를 가한 경우도 있었다.

소환장 등의 적법절차를 무시하고 사건의 여성피의자에게 밤 11시에 연락해 출두하라는 경우, 데이트 폭력 피해 여성의 현재 애인을 스폰 관계로 매도하는 경우, 법률적 지식을 잘 모르는 피의자에게 잘못된 법률지식을 알려주고 진술을 번복시켜 자백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건지식부족, 공정성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사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사건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고 재판에 들어오는 사례도 있었다.

수사검사가 법정에 함께 출석한다는 이유로 공판검사가 사건에 대해 사실관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법정에 출석해 수사검사 없이는 재판이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경우, 고소인을 피의자로 오인하는가 하면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해 추가 조사 없이 상반된 진술이라며 고소인에 대해서만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하는 등 편향적 수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공판이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 평가자는 “공판 검사가 증인과 미리 접촉해 변호인이 재판정에서 제기한 의문 사항을 알려주었다”며 “1심 증인에게 변호인이 지적하는 모순점을 알려주고 다른 증인신문 때 증인을 오도록 한 뒤 갑자기 증인 신청을 해 해명의 기회를 주었다”고 응답했다.

또 다른 평가자는 “피고인이 재판 중인데도 검사와 재판장이 서로 귓속말로 주고 받는 경우가 있어 변호인뿐 아니라 피고인의 입장에서도 불편했으며, 부당한 재판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긍정사례로 품위있는 언행 꼽아

반면 긍정 사례로는 친절성과 절차진행의 융통성을 가장 많이 꼽았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사건관계인과 변호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해주는 태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특히 수사 검사의 경우 참고인이 외국에 소재하고 있어 증거자료 확보에 외국 정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사건에 대해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고 수사를 진행하는 경우, 제출된 의견서를 미리 읽어보고 수사기록 전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경우, 조사과정에서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예단을 드러내지 않은 경우, 수사과정에서 변호인의 절차참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한 경우 등이 구체적인 긍정 사례로 꼽혔다.

또 공판 검사의 경우 무리한 증거 신청을 하지 않고 재판 기일의 공전을 방지한 경우, 수사과정에서 미진한 부분을 파악해 공판과정에 바로 반영한 경우, 공판을 피해자의 입장에서 철저히 준비하고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도록 공판에 성실히 임하는 경우 등의 모범 사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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