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소송 사건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변호사가 사건을 잘 해결하려면 당사자와 신뢰관계를 잘 유지하면서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사건을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사건의 종류에 따라 신뢰관계를 유지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조금씩 다를 것이다.

가사 사건은 감정 상태가 통상적이지 않을 때 오시는 분들이 많아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싶어하므로, 변호사는 우선 당사자의 말을 잘 들어주고 공감해 주어야 한다. 누군가에게 호소하고 싶어 왔는데, 변호사가 법적으로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라고(변호사 마음속으로는 시간이 아까워서거나 똑같은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지 않은 마음일 수도 있다) 당사자의 말을 끊거나 귀찮아하는 느낌을 주게 되면, 대번에 당사자는 변호사가 자신의 사건에 대해 최선을 다 하고 있지 않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혼이나 상속 등 가사 사건은 거의 대부분 가족 간의 분쟁이므로, 사건 시작 시의 상황과 소송 도중의 상황이 변할 수도 있고 당사자가 원하는 것이 바뀔 수도 있다. 그래서 변호사는 상담 시부터 사건 종결 시까지 당사자의 상황이나 의사를 늘 염두에 두고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상담시 이혼을 하겠다고 했던 사람이 중간에 이혼을 하지 않겠다고 할 수도 있고, 이혼을 하지 않겠다고 했던 사람이 이혼을 하겠다고 하기도 한다. 또 조건이 맞으면 별거 등 제3의 해결책을 원하기도 한다. 아이를 키우겠다고 했다가 키우지 못하겠다고 하기도 하고 그 반대도 있다. 처음에는 얼마면 되겠다, 이 조건이면 합의하겠다고 했던 당사자가 사건을 진행하면서 좀 더 많은 액수를 바라고 절대 합의하지 않겠다고 감정을 앞세우기도 한다. 이러한 당사자의 상황이나 의사 변화를 변호사가 잘 모르는 경우, 변론기일이나 조정기일 등에서 낭패를 볼 수 있다. 따라서, 변호사는 당사자와 잘 연락하여 그때 그때의 상황이나 당사자 의사를 소송 기록에 메모해 놓아 실수가 없도록 해야 한다.

한편, 상담시 당사자가 했던 말이 사건의 요지와 같으므로 꼭 상담일지를 작성해서 소송 기록과 함께 편철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보도록 해야 한다.

가사 사건 선임시 당사자와의 신뢰관계를 잘 유지하려면 사건의 선임 범위를 명확하게 하고 비용 안내를 최대한 자세하게 해야 한다. 가사 사건은 당해 가사 사건과 관련된 보전처분이나 사전처분이 있는 경우도 많고 민사나 형사 사건이 관련된 경우도 많다. 폭행이나 상해 사건, 관련 재산분쟁 사건(특히 명도소송이나 명의신탁, 부당이득 사건), 상간자에 대한 손해배상 사건, 배우자의 부모 등에 대한 소송 등 관련 사건들이 많다.

당사자들은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을 총체적으로 하나의 사건으로 인식하여, 가사 사건을 선임한 변호사가 관련 사건을 다 알아서 해 주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경우들이 의외로 많다. 따라서, 변호사는 선임시 이러한 관련 사건까지 선임을 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무료로 자문만 해 준다고 하는 경우, 선임은 하지 않되 서면 작성 시 별도 비용이 있다고 하는 경우, 관련 각 사건에 대해 선임료와 비용을 별도로 받는 경우 등 여러 가지를 상정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 변호사가 자세하고 명확하게 선임 범위를 정해 둘 필요가 있다. 그래야 당사자도 미리 예측하고 변호사에게 어떤 범위까지 선임을 맡길지 결정할 수가 있고, 변호사도 당연히 해 줄 일을 해 주지 않는다는 식의 당사자로부터의 오해를 받지 않게 된다.

변호사가 당사자로부터 신뢰관계를 잘 유지하려면 비용에 대한 자세한 안내가 또한 필수적이다.

변호사는 소송 초반에 드는 인지대, 송달료, 보전처분비용(특히, 현금공탁 예정인 경우) 등을 안내하는 것은 물론이고, 소송 도중에 부동산 감정비, 회사 주식평가 감정비, 영업권 감정비 등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미리 안내해 두어야 한다. 소송 도중 갑자기 추가로 고액의 감정비 등이 든다고 이야기하면 변호사가 추가로 선임료를 더 받는 것도 아닌데, 당사자들은 변호사가 소위 돈만 밝힌다고 오해를 할 수도 있고 어떻게 그 돈을 마련하느냐, 왜 미리 말을 하지 않았느냐고 화를 내기도 한다.

위와 같이, 당사자 이야기를 잘 경청하고 공감해 주면서 당사자의 상황이나 의사 변화를 잘 인식하면 신뢰관계는 잘 유지될 것이다. 특히 관련 사건의 선임 범위나 당해 사건에 드는 비용 등에 대한 안내가 자세하고 명확하다면 그 신뢰관계는 더욱 돈독할 것이다. 변호사와 당사자 간의 신뢰관계 유지가 사건을 잘 해결하는 기초임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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