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의 상속인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48852 판결

1. 사실관계

망 소외 A는 2010년 8월 6일 사망했다. 소외 A에게는 배우자인 B와 자녀 C, D가 있다. 자녀 C, D는 2010년 9월 27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10느단1107호’로 상속포기를 하였고, 2010년 11월 19일 신고가 수리되었다. 한편, C에게는 자녀 C1, C2가, D에게는 자녀 D1이 있다. 원고는 A에게 대여금 채권이 있었는 바, A의 상속인인 C1, C2 및 D1(이하 ‘피고들’)을 상대로 대여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2. 대상 판결

상속을 포기한 자는 상속개시된 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과 같은 지위에 놓이게 되므로(대법원 2006. 7. 4. 선고 2005마425 결정 등 참조),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는 배우자와 피상속인의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으로 상속인이 되고, 피상속인의 손자녀와 직계존속이 존재하지 아니하면 배우자가 단독으로 상속인이 된다.

이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C, D가 상속을 포기한 이상 A의 손자녀인 피고들은 B와 공동으로 A의 재산을 상속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들이 망 A의 상속인이라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속포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다만, 상속인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내에 상속포기를 할 수 있고(민법 제1019조 제1항),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이란 상속개시의 원인이 되는 사실의 발생을 알고 이로써 자기가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을 의미하지만(대법원 1986. 4. 22.선고 86스10 결정 참조), 종국적으로 상속인이 누구인지를 가리는 과정에서 법률상 어려운 문제가 있어 상속개시의 원인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바로 자신이 상속인이 된 사실까지 알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자신이 상속인이 된 사실까지 알아야 상속이 개시되었음을 알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때에는 피상속인의 손자녀가 배우자와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는 것은 상속의 순위에 관한 민법 제1000조, 배우자의 상속순위에 관한 민법 제1003조, 상속포기의 효과에 관한 민법 제1042조 등의 규정들을 종합적으로 해석하여 비로소 도출되는 것이지 이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므로, 일반인의 입장에서 피상속인의 자녀가 상속을 포기하는 경우 자신들의 자녀인 피상속인의 손자녀가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는 사실까지 안다는 것은 오히려 이례에 속한다(대법원 2005. 7. 22. 선고 2003다43681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피고들은 A의 손자녀로서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상속인이 되었으므로, 피고들의 친권자인 C, D로서는 자신들의 상속포기 사실 등 피고들에 대한 상속개시의 원인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피고들이 상속인이 된다는 사실까지 알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고 봄이 상당하다. 나아가 상속포기로써 채무 상속을 면하고자 하는 사람이 그 채무가 고스란히 그들의 자녀에게 상속될 것임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지는 않았으리라고 봄이 경험칙에 부합하는 점, 실제로 C, D는 피고들이 상속인이 아니라고 일관되게 다투면서 이 사건 항소 및 상고에 이른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들의 친권자인 C, D는 적어도 이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는 피고들이 상속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고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고, 그 경우 피고들에 대하여는 아직 민법 제1019조 제1항에서 정한 기간이 도과되지 아니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피고들이 이를 이유로 상속포기를 한 다음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함은 별론으로 하고,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배척할 사유가 되지 아니한다.

이에 피고들의 상고는 기각되었다.

3. 판례의 의의

위 판결은 피상속인의 자녀들이 상속을 포기하는 경우, 상속순위에 따라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손자녀/직계존속이 공동상속을 하게 되므로, 상속포기를 하기 위해서는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의 의미를 상속개시의 원인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자신이 상속인이 된 것을 안 날로 좁게 해석하여 자신이 상속인이 된지도 모른채 3개월을 도과하여 피상속인을 상속하게 되는 억울한 사례를 방지하고자 하였다.

다만, 위 판례는 위 대법원 판결시부터 피고들의 상속포기 기간이 기산된다고 하면서도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배척할 사유는 되지 않는다며 피고들의 상고를 배척하였다. 사실상 피고들 승소취지의 판단이기는 하나, 피고들이 상속포기를 할 수 있다고 하여 원고들의 권리 주장 자체가 부인될 수는 없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따라서, 피고들은 위 판결의 취지에 따라 판결 선고일부터 3개월 이내에 상속포기 신고를 하고, 원고가 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피고들을 상대로 강제집행을 진행하는 경우 청구이의의 소 등 별도의 절차를 거쳐 자신들의 권리를 구제받아야만 한다,

채권압류의 처분금지효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4다12072 판결

1. 사실관계

A와 피고(공동임차인)는 임대인과 2011년 8월 1일 임차보증금 1억2000만원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A의 채권자 B는 A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중 2000만원 부분에 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아 그 명령이 2011년 12월 27일 임대인에게 도달했다. A는 2011년 피고에게 자신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양도했고 2011년 12월 30일 임대인에게 채권양도 통지가 도달됐다. 원고는 2011년 12월 16일 A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고, 2012년 1월 16일 임대인에게 송달됐다.

임대인은 이 사건 임대차 종료 후 2012년 2월 24일 압류, 채권양도 등이 경합한다는 이유로 임대보증금반환채권 1억2000만원 중 연체차임 등을 제한 나머지 8139만8660원 중 A의 채권에 해당하는 4069만9330원을 공탁했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A의 피고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양도계약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며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2. 원심판결

원심은 A와 피고 사이의 이 사건 채권양도계약은 사해행위에 해당하므로 취소되어야 하고, 피고는 그 원상회복으로 A에게 임대인이 공탁한 8139만8660원 중 A의 채권에 해당하는 4069만9330원에 관한 공탁금출급청구권을 양도한다는 의사표시를 하고, 대한민국에 그 양도사실을 통지하라는 취지의 판단을 하였다.

3. 대상판결

채권에 대한 압류의 처분금지의 효력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이에 저촉되는 채무자의 처분행위가 있어도 그 압류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에서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는 상대적 효력을 가지는데 그치므로, 압류 후에 피압류채권이 제3자에게 양도된 경우 그 채권양도는 압류채무자의 다른 채권자 등에 대한 관계에서는 유효하다(대법원 2000. 4. 21. 선고 99다72644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채권양도 행위가 사해행위로 인정되어 그 취소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도 그 취소의 효과는 그 사해행위 이전에 이미 그 채권을 압류한 다른 채권자에게는 미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7다4721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 사건 채권양도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B가 이미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2000만원 부분에 대하여 B에게 대항할 수 없는 것에 그칠 뿐, 원고를 비롯한 A의 다른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유효하게 채권을 양도받은 것이 되므로, 원심이 사해행위 취소에 의한 원상회복으로 A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서 B가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2000만원 부분을 공제하지 아니한 채, A 등이 부담해야 할 연체차임 등만을 공제하고 남은 4069만9330원에 관한 공탁금출급청구권의 반환을 명한 것은 정당하다.

4. 판례의 의의

위 사건은 채권압류 처분금지의 상대적 효력 및 사해행위 취소의 상대적 효력을 다시 확인한 판결로, 채권 압류 이후에 피압류채권이 처분되고, 그 처분된 법률행위가 사해행위로 취소된 경우 사해행위 취소의 효력이 처음 압류채권자에게는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한 점에 그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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