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사인 알 수 없더라도 업무와 사망 인과관계 부정 못해”

12주간 초과근무를 하다가 야근 중 쓰러져 숨졌다면, 해부학적 사인이 불분명 하더라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국현 부장판사)는 회사에서 근무 중 숨진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4년 5월 한 자동차 부품 회사에 입사했다. 이듬해 2월 말 새벽 5시경 야간근무 중이던 A씨는 회사 정수기 앞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이에 A씨 유족은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보상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발병 전 12주 동안 법정 기준인 주당 60시간을 초과해 평균 63시간씩 근무한 사실은 있지만, 부검 결과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없으므로 업무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통보했다.

재판부는 A씨가 작년 1월 초부터 사망 2주 전까지 40여일 동안 하루밖에 쉬지 못했으며, 사건 발생 한달 전부터는 야간근무로 전환돼 매일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30분까지 근무한 사실을 지적했다.

법원은 “A씨가 쉬지 못하고 계속 업무를 수행하던 중 야간근무로 전환하게 돼 과도한 신체적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과도한 야간 근무로 인한 과로, 스트레스로 인해 사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가 15세부터 뇌전증을 앓아 약물치료를 받아왔다 해도 업무와 사망 간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으며, 과중한 업무가 뇌전증이나 기타 특정되지 않은 사망원인을 발병케 했거나 급속히 악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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