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014년 10월 30일 공직선거법의 국회의원지역선거구 구역표에 대해 선거권자의 선거권 및 평등권 침해를 이유로 위헌을 선언하되, 2015년 12월 31일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이를 계속 적용하는 내용의 헌법불합치 결정(2014. 10. 30.자 2012헌마190 결정)을 하였는데, 이제 그 시한을 앞두고 있다.

이 결정은, 선거구 간의 인구편차를 상하 33과 3분의1%(인구비례 2:1)를 넘어 완화하는 것은 지나친 투표가치의 불평등을 야기하여 대의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고, 국회의 구성에 있어 지역대표성의 고려가 국민주권주의의 출발점인 투표가치의 평등보다 우선시 될 수 없다고 하였다.

이 결정 후 정치권은 지역선거구를 사수하려는 정치세력의 이기적·비논리적 주장의 난립으로 큰 혼란에 빠졌다. 이런 혼란을 겪으면서 늘 느끼는 것은, 지역구 국회의원은 지역주민들의 선택으로 선출되지만 선출 후에는 지역의 대표가 아니라 국민의 대표임에도, 국회의원과 국민이 이를 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임을 망각하고 차기 선거를 의식하여 지역의 이익만 챙기고 지역주민들도 지역이기주의 차원에서만 국회의원을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현재 선거제도에서는 자질이 풍부한 사람보다는 사탕발림으로 지역주민의 환심을 잘 사고 권모술수에 능한 사람이 국회의원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더 크다. 2~3개 시·군을 합쳐서 1개 선거구를 만든 경우는 소지역주의 대결이 심각한 곳이 많고, 인구가 적은 시·군은 국회의원을 배출하기가 어렵다. 51:49와 같은 득표비율로 당락이 갈린 경우는 사표(死票)가 많아서 국민의 의사가 선거결과로 이어졌다고 보기 어렵고, 선거과정을 통해 소외를 느끼는 주민이 많이 생겨난다. 소지역에서 1등만 살아남는 것이기에 부정한 수단을 써서라도 당선되려는 심리가 만연할 수밖에 없다.

그런 단점을 줄이고 반대의 장점을 늘리는 선거제도는 없을까? 당장 실현은 어렵겠지만, 아이디어 차원에서 이런 선거제도는 어떨까?

우리나라 현재 인구 5100여만명과 행정구역을 고려하여 인구 100만명 내외 단위로 50개 선거구를 만든다. 그 경우 서울시는 10개, 경기도는 12개, 다른 시·도는 1~4개 정도 선거구를 갖게 된다. 선거는 16개월(1년 4개월)마다 1회 실시하고, 1등 및 2등 당선자를 선출하여 1등 당선자에게 임기 48개월(4년), 2등 당선자에게 임기 32개월(2년 8개월)을 각 부여한다. 2등은 1등에 비해 그 임기가 3분의 2인 셈이다. 이와 같이 3회 선거를 실시하면 국회의원 선출이 완료되어, 1개 선거구가 배출한 국회의원은 임기 48개월(4년) 국회의원 3명과 임기 32개월(2년 8개월) 국회의원 2명 등 5명이 되고, 전체 지역구 국회의원 총원은 250명이 된다. 여기에 16개월마다 실시하는 선거 때마다 임기 32개월(2년 8개월) 전국구(비례대표) 국회의원을 25명 선출한다. 2회 선거로 선출이 완료되면 전국구 국회의원 총원은 50명이 되고, 지역구와 전국구를 합쳐보면 300명이다. 지역구별 배출 국회의원이 5명이고 16개월마다 선거가 실시되는 점을 감안하여 보궐선거와 재선거는 실시하지 않는다. 지방선거와 그 보궐·재선거 등은 16개월마다 실시하는 국회의원선거 일정에 맞춘다.

위와 같은 선거제도를 실시한다면, 소지역주의가 소멸되고 사표가 방지되어 국민의 의사가 선거결과로 이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소지역에서 주민의 환심을 사는 사람보다는 전국적인 인물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새로운 인물의 진입이 용이하며, 낙선자는 16개월만에 다시 출마할 기회가 생기므로 정치 낭인이 빨리 정리될 수 있다. 선거철이 되더라도 국회의원의 5분의 3은 임기가 만료되지 않기 때문에 국회의 기능이 중단되지 않고 연속성을 이어나갈 수 있다. 망국병으로 일컬어지는 정당별 지역편중도 상당히 완화할 수 있고, 각 정당 등 정치세력은 16개월마다 한번씩 평가를 받는 셈이 되므로, 국민이 선거를 통한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상시화된다.

정치권이든 국민이든 어떤 쟁점이 생기면 비이성적으로 패를 갈라서 다투는 일이 너무 많다. 이것은 설사 어느 한쪽의 주장이 논리적으로 옳다 하더라도 우리 모두의 발전에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다. 생각과 입장이 다른 많은 사람이 공존하는 국가공동체에서 대립되는 의견이 생길 경우에는, 서로 양보하고 다툼을 봉합하여 대립을 완화하고 전체 의사를 통합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완성되어야 한다. 위에서 제시한 선거제도는 그런 대립 완화 및 통합을 상당히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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