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마이클 샌델, 2012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저자인 마이클 샌델은 ‘정의란 무엇인가’로 우리나라에 더 많이 알려진 하버드대학교 최연소 교수이자 세계적인 석학이다.

저자는 이 책을 시장지상주의 내지 거래만능시대인 현재 시장의 역할에 대해 도덕적 관점에서 되짚어 보는데서 시작한다. 현대에는 모든 것이 거래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별로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캘리포니아 주 산타아나시를 포함한 일부 도시에서는 폭력범을 제외한 교도소 수감자들이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깨끗하고 조용하면서, 다른 죄수들과 동떨어진 개인 감방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데 대가가 1박에 82달러라고 한다. 사회적인 해악을 저질러서 처벌을 받는 교도소에서조차도 평등한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니라 돈을 주면 좋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다는 것은 뭔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얼마 전 신문의 사회면을 크게 장식했던 집사변호사에 대한 기사가 오버랩되었다. 변호사 업계가 불황이다보니 젊은 변호사들이 월정액을 받고 매일 피고인을 접견해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범죄와 관련이 없는 개인비서같은 역할까지 감당한다는 것이었다. 변호사의 공익적 업무와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에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다.

인도에서는 여성의 대리모 서비스가 합법화되어 미국의 3분의 1 이하 비용인 6250달러면 대리모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변호사뿐만 아니라 의사가 넘쳐서 ‘전담 진료’제도를 두고 있는데 연간 1500달러에서 2만5000달러까지 연회비를 지불하면 의사가 자신의 휴대전화번호를 알려주어 전화한 당일에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유럽연합에서는 탄소배출 시장을 운영해서 기업들이 탄소배출권을 1톤에 13유로를 지불하고 사고 팔 수 있다고 한다.

샌델은 이렇게 돈이면 살 수 있는 환경악화권과 업그레이드된 공공설비 등을 이용하기 위한 돈벌이까지 알려준다. ‘에어뉴질랜드’에서는 사람을 고용해서 머리를 밀게 한 후에 뒷통수에 ‘기분전환이 필요하세요? 뉴질랜드로 오세요’라는 1회용 광고문구를 새겨넣고 다니게 하고 777달러를 지불한다고 한다. 제약회사에서는 사람을 약물효과의 안전성 실험대상으로 삼으면서 7500달러를 지불하고, 민간 군사기업에 고용된 소말리아나 아프가니스탄 전투에 참여하는 자에게는 매월 250달러에서 매일 1000달러까지 자질과 경험, 국적에 따라 달리 책정된 보수를 지급한다고 한다.

의회 로비스트들은 국회공청회를 참관하기 위해서 노숙자들에게 시간당 15~ 20달러를 지불하고 줄서기 대리를 시킨다. 이런 대리 줄서기 산업은 어찌보면 불법도 아니고 가격지급도 공개적으로 이루어져서 일자리 창출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가 불쾌하게 여겨지는 것은 의회를 공익 실현의 도구가 아닌 개인적 이윤추구의 원천으로 다룸으로써 의회의 품위를 떨어뜨리기 때문이고 로비산업의 팽창이며 정치가의 불법적인 영향력의 행사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명보험 증권을 사서 피보험자가 살아있는 동안에 보험료를 지불해 주고 그가 사망하면 사망보험금을 수령한다고 한다.

저자는 이러한 비인간적이고 비윤리적이기까지 한 시장지상주의상황에 맞서기 위해서는 단순히 인간의 탐욕을 억제하는 것에서 나아가 시장의 사회에서의 역할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것을 촉구한다. 시장이 지닌 도덕적 한계를 생각해보고 돈으로 사서는 안 될 것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책의 3장 ‘시장’은 ‘어떻게 도덕을 밀어내는가’라는 주제로 사람의 신장, 성, 학위는 돈으로 살 수 있지만 도덕적으로는 불미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를 논한다. 시장이 비시장 규범을 밀어내는 경향을 우려해야 하는 이유로 첫째는 재정적 이유이고, 둘째는 윤리적 이유를 든다.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시민의 덕성과 공공정신 같은 사회규범은 파격적인 것을 조건으로 이를 돈 주고 사려면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러한 도덕적 ·시민적 규범을 단순히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비용 효율적인 방식이라고만 생각한다면 규범의 내재적가치를 무시하는 것이다. 이는 선물을 현금으로 주는 행위에 찍는 낙인은 경제적 효율성을 방해하지만 도덕적으로 평가하기에도 무의미한 일종의 사회적 현상으로 다루는 것과 같다고 본다.

저자는 하버드대학교 총장이었던 로렌스 서머스의 말을 빌려서 “많은 경제학적 분석의 기초는 선(善)은 사람들의 자기 행복에 대한 개인적 평가의 총합이고 별개의 도덕론에 기반한 개인적 선호와 분리되어서는 평가될 수 없다는 사실에 근거한다”면서 “우리는 누구나 내면에 많은 이타심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이타심은 우리가 보존해야 하는 소중하고 드문 재화이다. 따라서 이기적인 개개인이 모여 사람들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가족, 친구, 그리고 시장이 해결할 수 없는 많은 사회문제에 대한 이타심을 아껴둠으로서 보존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설파한다. 이 책이 주는 시사점을 현대사회의 시장지상주의에 대한 경고와 이를 타개해 나갈 방법을 저자들과 함께 찾고자 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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