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Culture&Life
[문화가 산책]저작권 의식 과잉시대
홍승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skhong2@gmail.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567호] 승인 2015.11.23  09:48:06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저작권, 이거 없어져야하는 거 아냐?”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자문회의 도중 선배 교수에게서 자조적으로 터져 나온 말씀이다. 저작권 고소사건의 수사기관은 저작권 침해 여부에 대하여 한국저작권위원회에 감정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감정서를 작성한 후 다시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묻기도 한다.

이번 사안은 방송작가가 제3자의 블로그 게시글 중 몇 문장을 무단으로 이용하자 블로그 운영자가 방송작가를 형사고소한 건이었다. 잡문이든 논문이든 글쓰기가 직업인 자문위원들은 덜컥 형사고소부터 하고 드는 양상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바로크 시대, 고전주의 시대, 낭만주의 시대의 작곡가는 서로서로 악곡을 베꼈다. 창작자의 승낙을 받는다거나 돈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브람스의 1번 교향곡은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을 베낀 것이고, 말러는 그 부분을 단조로 바꾸어서 자신의 3번 교향곡 도입부에 끼워 넣었다고 한다. 말러에게 누가 “브람스 곡과 비슷하다”고 지적하였더니 “들어 보면 뻔한데 새삼스럽게 그런 말을 하냐?”고 오히려 면박을 주더란다. 베토벤의 9번 교향곡에서도 군데군데 멘델스존과 바그너의 악곡이 발견된다고 한다.

이런 식의 베끼기는 20세기에 들어와서도 공공연히 이루어졌다. 20세기 중반을 풍미한 스트라빈스키는 “훌륭한 작곡가는 흉내 내지 않는다. 통으로 베낀다(A good composer does not imitate, he steals)”고 설파하였다.

물론 창작자 주머니를 비게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1842년경 미국을 여행한 찰스 디킨스는 단단히 화가 났다. 엉뚱한 미국 출판사가 자신의 책을 불법 복제하여 떼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1844년 출간한 소설 ‘마틴 처즐위트(Martin Chuzzlewit)’에서 미국을 정의롭지 못한 사회의 상징으로 그렸다. 극중 인물의 입을 빌어, 미국에서는 선거에서 낙선한 후보측 지지자들이 표현의 자유에 빙자하여 길거리를 활보하며 폭력을 일삼는다고 주장했다.

생일축하곡 ‘해피 버스데이 투 유’에도 사연이 있다. 미국의 교사 힐 자매(Mildred J. Hill, Patty Hill)가 1893년 펴낸 ‘유치원생을 위한 노래이야기’에 전래 동요에서 따온 곡 ‘굿모닝 투 올’을 끼워 넣었더니 어린이들이 가사를 바꾸어 생일파티에서 유행시켰다. 세월이 흘러, 1935년경 저작권을 양수한 서미 컴퍼니가 저작권 등록을 하면서 저작권 분쟁도 이어졌다(Hill 자매가 스스로 저작권 등록하였다는 자료도 있으나 판결문의 내용은 다르다).

1988년경 워너/샤펠(Warner/Chappell)이 ‘해피 버스데이 투 유’를 포함한 서미 컴퍼니의 자산 전부를 2500만 달러에 사 들였다. 지금까지 ‘해피 버스데이 투 유’ 한 곡이 워너/샤펠에게 벌어준 돈은 5000만 달러에 달하며, 저작권이 만료하는 2030년까지 매년 적어도 200만 달러씩을 더 벌어다 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지난 9월 미국 연방법원 1심법원은 저작권의 유통과정이 애매하다는 이유로 워너/샤펠의 저작권을 부인하였다.

멜로디는 이미 저작권이 만료된 것을 전제로 가사 저작권이 쟁점이었다. 해묵은 분쟁이라 항소심 결론을 뒤집을 새로운 증거가 나오기는 힘들 테니 생일 축하 노래 저작권도 이제 명운을 다한듯한 느낌이다. ‘해피 버스데이 투 유’ 사건은 정신적 노력의 소산인 창작물의 권리관계 판단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정을 보여준다.

호주와 싱가포르 저작권법은 침해가 상업적 규모(commercial scale)이고 권리자에게 상당한 악영향(substantial prejudicial impact)을 끼치는 경우에만 형사처벌한다고 규정한다.

일본이나 우리 저작권법은 금액이나 상업성 여부를 따지지 않고 저작권 침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망라적으로 형사책임도 가능한 것으로 입법이 되어 있다.

그런데, 흡사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음에도 저작권 침해 형사고소 비율은 우리나라가 일본의 50배 이상이다.

저작물은 왕성하게 이용되어야 문화의 향상발전을 가져오고 그것이 저작권 제도의 목적이다. 타인의 저작권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형사처벌은 최소화하여야 한다. 영업적, 상습적 침해인 경우에 예외적으로 형사처벌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선 형사고소부터 하고 드는 우리 사회의 다이내믹한 행태는 전혀 예뻐 보이지 않는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변호사만 줄창 뽑지 말고...
2
검찰 수사 급물살 … 홍 변호사 구속되나
3
“자살자에게도 특약따라 보험금 지급해야”
4
늘어가는 신규 변호사 … 해답은 어디에?
5
[동서고금]개성공단 단상
Copyright © 2016 대한변협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ews.koreanba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