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수치심 유발한다고 볼 수 없어

노출이 심한 여성을 몰래 촬영했더라도 다리 등 특정부위가 아닌 전신을 찍었다면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박재경 판사는 지하철 역사 등에서 수십 차례 여성의 몸을 몰래 찍은 혐의(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이모씨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모씨는 지난 4~5월 지하철 역사 등에서 핫팬츠나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들을 뒤따라가며 몰래 사진을 찍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박 판사는 이씨의 스마트 폰에 있는 58장의 사진 중 여성의 다리를 찍은 42건에 대해서는 유죄를, 전신을 촬영한 16건에 대해서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박 판사는 “현행법에는 타인의 신체를 무단 촬영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고, 성폭법 제14조에 따라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처벌할 수 있다”며 “노출이 심하더라도 평상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여성의 전신까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로 해석하는 것은 비논리적 해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스루, 핫팬츠, 미니스커트 등 여성 패션의 빠른 진화로 사회분위기가 바뀌고 있어, 여성을 무단 촬영했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까지 형사처벌할 수 있을지 구별이 어려워졌다”며 “이는 초상권 문제와 같은 민사나 처벌에 관한 입법 등으로 풀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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