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일부 강압 수사 인정, 형집행정지 받아들여지지 않아

2001년 자신을 성추행한 친아버지에게 수면제가 든 술을 마시게 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무기수가 된 김신혜씨에 대한 재심이 지난 18일 결정됐다. 복역 중인 무기수에 대한 재심이 결정된 것은 국내에서 처음있는 일이다.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은 “당시 이뤄진 경찰의 수사가 적절하지 않은 절차에 의해 진행됐다”며 “재심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당시 경찰의 수사가 반인권적이고 강압적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당시 경찰이 법원 영장 없이 압수수색을 강제적으로 했으며, 그 과정에서 허위로 압수조서를 작성했다”며 “또한 김씨가 현장 검증을 거부했는데도 영장 없이 범행을 재연케 한 것은 강압 수사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당시 경찰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 허위작성공문서행사죄를 범했다”며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에 따라 재심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는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 원판결의 선고 전에 법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 대하여 공소 제기가 있는 경우에는 원판결의 법원이 그 사유를 알지 못한 때에 한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씨 측이 무죄 증명을 위해 새롭게 제출한 증거와 주장에 대해서는 ‘근거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고 “무죄 등을 선고할 명백한 새 증거가 발견됐다고 볼 수는 없다”며 김씨가 신청한 형집행정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한변협은 김신혜 사건의 재판기록과 재판 이후 발견된 증거들, 재판 이후에 보다 인권 지향적으로 바뀐 적법절차와 관련된 판례 등을 면밀히 검토했다.

그 결과 15년 전 경찰이 구타와 협박 등 반인권적인 방법을 사용해 수사를 했으며, 이에 따라 당시 재판과정에서 채택된 증거들이 위법수집 증거에 해당해 증거로 쓰여질 수 없다고 판단했다. 변협은 지난 1월 김신혜 사건에 대한 재심청구를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에 제기했다.

변협은 “수사기관의 권위의식과 반인권적인 수사 방식 그리고 피의자를 겁박해 수사결과를 얻으려는 전근대적인 태도는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으며, 지난 10년간 검찰 수사 중 자살한 사람이 100명에 달한다는 사실이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무기수 김신혜에 대한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은 복역 중인 무기수에 대한 재심이 개시된 첫 사례일 뿐만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적법절차의 원칙, 사법절차의 기본권, 무죄추정의 원칙 등이 15년 만에 실현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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