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다63315 판결

1. 사실관계

소외 ○○○은 제1목록 및 제2목록 기재 토지들을 소외 △△△로부터 매수함에 있어 피고들과 토지들에 대한 매수대금은 모두 소외 ○○○이 부담하면서 위 토지들의 소유명의는 피고들에게 신탁하기로 하는 내용의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하고, 소외 △△△의 대리인인 소외 □□□과 위 토지들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는바, 2002년 3월 28일 제1목록 기재 토지는 피고 ◇◇◇ 명의로, 제2목록 기재 토지는 피고 ▽▽▽ 명의로 각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

위 명의신탁약정 당시 피고들은 소외 ○○○이 요구하는 경우 소외 ○○○이 지정한 원고에게 사건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기로 약정하였다. 소외 ○○○은 명의수탁자인 피고들이 사건토지를 임의로 처분하는 것에 대비하고 위 약정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피고들과 합의하여 2002년 3월 27일자로 원고가 피고 ◇◇◇로부터 제1목록 기재 토지를 대금 2940만원에 매수할 것을 예약(매매예약완결일자 2005. 3. 31.)하는 내용의 부동산매매예약서(제1 매매예약)를 작성하고, 같은 날짜로 원고가 피고 ∇∇∇로부터 제2목록 기재 토지를 대금 3690만원에 매수할 것을 예약(매매예약완결일자 2005. 3. 31.)하는 내용의 부동산매매예약서(제2 매매예약)를 각 작성하였다. 그 후 제1목록 기재 토지에 관하여 2002년 3월 28일 원고 명의로 위 제1 매매예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청구권보전의 가등기를, 제2목록 기재 토지에 관하여 원고 명의로 제2 매매예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청구권보전의 가등기를 각 마친 바 있다. 원고는 매매예약완결권을 그 행사시기인 2005년3월 31일까지 행사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소장이 피고 ◇◇◇에게 도달한 2012년 6월 13일 및 피고 ▽▽▽에게 도달한 2012년 4월 30일까지 10년이 넘도록 행사하지 아니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시행 이후 부동산을 매수함에 있어 매수대금의 실질적 부담자와 명의인 간에 명의신탁관계가 성립한 경우, 그들 사이에 매수대금의 실질적 부담자의 요구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 명의를 이전하기로 하는 등의 약정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부동산실명법에 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을 전제로 명의신탁 부동산 자체 또는 그 처분대금의 반환을 구하는 범주에 속한 것이어서 역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면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을 함과 아울러 그 약정을 전제로 하여 이에 기한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명의신탁 부동산에 명의신탁자 명의의 가등기를 마치고 향후 명의신탁자가 요구하는 경우 본등기를 마쳐 주기로 약정하였더라도, 위 약정에 의하여 마쳐진 가등기는 원인무효라고 할 것이고, 설령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약정과는 별개의 적법한 원인에 기하여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지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보전하기 위하여 자신의 명의가 아닌 제3자 명의로 가등기를 마친 경우 위 가등기는 명의신탁자와 그 제3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에 기하여 마쳐진 것으로서 그 약정의 무효로 말미암아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이에 “이 사건 가등기는 장래에 그 명의신탁 관계가 해소되었을 때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를 경료함으로써 장차 가등기 경료 이후에 토지에 관하여 발생할지도 모르는 등기상의 부담에서 벗어나 명의신탁자가 지정한 원고에게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기 위한 법적 장치로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들 사이의 별도의 약정에 의하여 경료된 것이므로 그 본등기에는 가등기권리자인 원고에 의한 별도의 실질적인 매매예약완결권의 행사를 요하지 아니하고, 원고는 언제든지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였다.

3. 평석

명의신탁약정이 3자간 등기명의신탁인지 아니면 계약명의신탁인지의 구별은 계약당사자가 누구인가를 확정하는 문제로 귀결되는데, 계약명의자가 명의수탁자로 되어 있다 하더라도 명의신탁자에게 계약에 따른 법률효과를 직접 귀속시킬 의도로 계약을 체결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명의신탁자가 계약당사자라고 할 것이므로, 이 경우의 명의신탁관계는 3자간 등기명의신탁으로 보아야 한다. 대상판결 및 그 원심판결의 경우 이 건 사실관계가 3자간 등기명의신탁인지 아니면 계약명의신탁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판단을 한 바 없는데, 명의수탁자가 토지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음에 비추어 매도인이 선의인 계약명의신탁 사안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 건 사실관계의 경우 명의신탁자가 부동산매매계약의 매도인을 대리한 대리인과 직접 부동산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의 중개인에게 직접 매매대금을 교부하여 중개인으로 하여금 매도인의 대리인에게 송금하게 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비록 매매계약서의 매수인 란에 피고들 명의가 기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명의신탁자가 위 부동산매매계약의 실질적 당사자라고 할 것이고, 따라서 이 건 사실관계의 경우 3자간 등기명의신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3자간 등기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의한 등기가 무효로 되고 그 결과 명의신탁된 부동산은 매도인 소유로 복귀하게 되는바, 매도인은 명의수탁자에게 무효인 그 명의 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있게 되고 명의신탁자는 매도인과 명의신탁자 사이의 매매계약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갖게 된다.

한편, 명의신탁약정 및 이에 따른 부동산물권변동의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는바(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3항), 여기서의 제3자는 명의수탁자가 물권자임을 기초로 그와 새로운 이해관계를 맺은 사람을 말하므로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을 제한하기 위하여 명의신탁자의 요구에 따라 제3자와 별개의 명의신탁약정이 이루어지고 그 약정에 따라 소유권이전청구권보전 가등기가 경료된 경우 또 다른 명의수탁자인 가등기권리자는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3항 소정의 제3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본 건 사실관계의 경우 3자간 등기명의신탁이라고 할 것이므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은 무효이고 그 명의신탁약정에 터 잡아 이루어진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며, 명의신탁자와 또 다른 명의수탁자 사이의 가등기 명의신탁약정 역시 무효이고 그 가등기권리자가 위 제3자에 해당하지도 않으므로 가등기권리자 명의의 가등기는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원심판결은 “명의수탁자의 명의신탁 대상 토지의 임의처분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명의신탁자 또는 그가 지정한 자 명의로 소유권이전청구권 보전을 위한 가등기를 경료하였다면 이는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별도의 약정에 의하여 경료된 것이므로 가등기가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판시를 하였는데, 본 건 사실관계의 경우 그 가등기 역시 명의신탁자와 가등기권리자 사이의 별개의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이루어진, 명의신탁자·명의수탁자·가등기권리자 사이의 3자간 등기명의신탁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고, 동일한 결론 아래 원심판결의 잘못을 지적하고 있는 대상판결의 판단은 옳다고 할 것이다.

한편 본 건 사실관계를 3자간 등기명의신탁관계로 보지 아니하고 매도인이 선의인 계약명의신탁으로 보는 경우에 명의신탁 대상토지의 소유권은 명의수탁자에게 귀속되는바,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추가 약정으로 명의수탁자의 매수자금반환의무의 이행에 갈음하여 명의신탁된 부동산을 양도하기로 하는 경우에 그 약정은 유효하고 이를 담보하기 위한 소유권이전청구권보전 가등기 역시 유효하다고 할 것이지만, 본 건 사안의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게 명의신탁자 명의의 가등기를 경료해 준 것이 아니라 명의신탁자와 가등기권리자 사이의 새로운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이루어진, 명의신탁자 · 명의수탁자 · 가등기권리자 사이의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 따라 가등기권리자인 원고 명의로 가등기가 경료된 것이므로 새로운 명의신탁약정이 3자간 등기명의신탁약정으로서 무효인 이상 그 이행으로 이루어진 가등기는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인바, 결론을 같이 하고 있는 대상판결의 판단은 옳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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