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왜 이런 말이 생겼을까? 이는 곧 어떤 심리적 원인이 신체적 장애를 일으킨다는 얘기이다. 조선의 세조가 저술한 ‘의약론’에 병자를 치료할 때에 무엇보다 병자의 마음부터 안정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던 것으로 보아 질병의 원인과 치료에서 이런 개념은 옛날부터 있었던 것으로 질병과 마음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어떤 심리적 원인이 신체적 장애를 일으키거나 이미 있었던 신체적 장애를 악화시키는 질환을 정신신체장애라고 한다. 정신신체의학은 이처럼 전통적으로 신체의 질환인 육체적 현상을 정신적 원인과 관련지어서 연구하는 의학의 한 분야이며, 신체의 질병도 감정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에 근거하여 질병 치료에 심리학의 원리와 방법을 적용하기 때문에 심신의학과 관련이 있다.

흔히 ‘신경성’ 위염, ‘신경성’ 고혈압 등으로 부르는데, 실은 잘못된 표현이다. ‘신경성’이란 엄밀히 따지면 해부학적으로 대뇌나 신경계통의 이상이 있을 경우를 말하는 것이므로, ‘심인성’이라는 표현이 더 올바른 표현이다.

정신적인 불안, 갈등, 긴장 등이 원인이 되어 생긴 신체적 장애는 특히 피부, 호흡기 계통, 심장이나 혈관 계통, 소화기 계통, 생식, 비뇨기 계통, 근육이나 골격 계통에 많이 나타난다. 정신신체장애는 다양하여 모든 기관 계통에 나타나지만,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정신신체장애로는 피부가려움, 두드러기 등으로 나타나는 신경성 피부염이나 배가 살살 아픈 과민성 대장증후군, 소변이 자주 마려운 빈뇨 증상을 보이는 과민성 방광 등과 십이지장궤양, 궤양성 대장염, 협심증, 부정맥, 고혈압, 천식, 두통 등을 들 수 있다.

사람들이 흔히 겪게 되는 일 중에 걱정되는 일이 많거나 실패 등으로 낙담했을 때 복통, 설사, 변비, 구토, 구역질 등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검사 결과로는 이상이 없을 때가 많다. 이처럼 인간은 지속적으로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의 계속된 분비가 일어난다. 그로 인해 면역체계의 기능이 억압되므로 질병에 대한 저항력도 감소하고 결과적으로 질병을 불러오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내과 진료실을 찾는 환자의 질환 중 60% 이상이 정신신체장애라고 보고 있다. 이럴 때 의사는 먼저 환자에게 정서적 긴장에서 유래하는 증세의 의미를 이해시키고 의사와 환자의 협력에 의하여 환자의 정신적 고민을 먼저 제거해야 하는데, 그리 쉽지 않다. 그래서, 종합병원 내에 자문조정정신의학이라는 것이 중요한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타과 의사들과 협력하여 정신신체장애들을 치료하는 데 조력하는 임상분야를 말하는 것이다.

타과 의사로부터 의뢰받은 환자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진단을 내리고, 환자의 문제된 정신 상태와 행동에 대한 적절한 치료방법을 알려주는 기능을 하며, 개인의 정신 증상을 경감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런 전인적인 의료체계의 접근은 입원기간을 줄이며, 재활기관이나 보조의료기관의 이용을 감소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의료비의 감소를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한편 자문조정의학에서 조정 역할이란, 환자가 정신건강의학과로 의뢰되어 오기를 기다리기보다 미리 환자나 치료진의 문제를 감지하여 이를 해결함에 있다. ‘자문’에다 ‘조정’을 덧붙인 이유는, 정신과 자문을 통해서 환자나 그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 간호사들 사이의 관계에서 생겨난 문제를 조정해주고, 또 정신의학과 다른 분야의 의학 사이에서 중개자 역할을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정신신체의학적 증상들이 나타날 때는 사이버네이션 요법 같은 치료법이 있다. 이는 환자로 하여금 몸과 마음이 서로 깊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환자의 심신이 치료자에 의해서가 아니라, 환자 스스로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을 학습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개인 사이버네이션 요법에는 자율훈련법과 바이오피드백 등이 있다. 자율훈련법은 환자 자신의 자기암시에 의해서 최면상태를 만들어내어 열등감, 자신감 상실, 불면증, 대인공포 등의 장애를 제거하는 치료법이다. 바이오피드백 치료를 통해 부교감신경계를 강화하여 혈압, 맥박수를 떨어트리고 호흡 및 근육긴장도를 감소시켜 결국 휴식 및 안정 상태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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