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흘간의 미국 공식 방문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세계에 전했다. 미국 최고 주간지 ‘타임’은 표지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예배 집전 사진을 올렸고, ‘새로운 로마제국(The New Roman Empire)’을 표지 제목으로 했다. 그 의미는 무엇인가? 함께 생각해보려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미국방문에서 이제까지 어떤 국가지도자도 받아본 적이 없는 최고 예우를 받는 것을 CNN 생중계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첫날은 세계의 정치핵심지 워싱턴, 둘째날 은 세계의 경제핵심지 뉴욕, 셋째날은 미국탄생 독립선언지 필라델피아에서 공식 일정을 가졌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의회 양당지도자들, 연방대법원장 및 대법관 전원, 그리고 수십만 인파가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큰 환영을 보였다. 필자가 1968년 미국에 유학 간 후 이제까지 세계 어떤 지도자에게도 보여준 적이 없는, 미국 전체가 보여준 열렬한 환영, 존경, 지지의 표시였다. 심지어 공화당 원내총무이며 하원의장 베이너는 교황의 상하원 합동 연설 도중 눈물을 흘렸고 다음달로 하원의장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어떻게 이런일이 벌어졌을까?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여준 그동안의 진보성향 행적을 보면 더더욱 이해가 쉽지 않다. 미국 방문 전 그는 선진 강국들 중 프랑스에만 4시간 가량 들렀을 뿐, 교황 취임 후 소위 개발도상국(Global South)이라 불리는 국가들만 방문하였다. 스리랑카, 필리핀, 케냐, 중앙아프리카, 브라질 등을 방문했고, 비교적 잘사는 나라 중엔 한국만을 정식 방문했다. 그가 취임후 공식 천명해온 소위 중점 이슈들은 부자와 강자들 반대편에 있는, ‘가난한 자와 약자들에 대한 배려’였다. 가난한 자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하는 기후변화문제, 그리고 오랜 앙숙들간의 화해와 관계복원이었다. 작년엔 50년간 앙숙이었던 미국과 쿠바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미국 내 보수진영들은 이를 두고 지금까지 오바마를 공격하고 있다.

바티칸(로마교황청)이 무력이나 부가 전혀 없음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어떻게 가진 자들의 나라, 힘의 나라인 미국의 지도자들과 국민의 마음을 이렇게 굴복시킬 수 있었는가를 두고 소위 소프트 파워 관리 관점에서 설명할수 있을 것이다. 무력과 부가 없더라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임기동안 축적한 선한 행적, 그로부터 축적된 지구촌 곳곳의 수많은 서민들의 존경과 절대적 지지, 그리고 제기하는 이슈들의 도덕적 윤리적 옳음(moral&ethical correctness) 등의 자산을 축적하였고, 이를 절묘하게 고위급 외교의 쟁점으로 부각시킬 줄 알았으며, 그렇게 쟁점화·공론화함으로써 강자들이 함부로 대들지 못하게 만들어 옳음을 수용하게끔 큰 흐름을 만들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백악관, 미의회, 뉴욕시, 필라델피아시로부터 미 역사상 최고의 예우를 받았지만 점심, 저녁식사는 가난한 자들, 아픈자들, 주류에서 소외된 자들과 하였다. 그들의 배고픔과 아픔을 함께 나누었고 그리함으로써 그의 글로벌 소프트 파워는 전세계적으로 더욱 공고해졌다.

바티칸 내부의 반대세력은 더욱 끽소리 못 하게 되었고, 미국 내 보수파도 잠잠해졌으며 대표 중 하나는 울면서 회개하고 정계에서 은퇴하게 되었다.

노자의 “큰 강과 바다는 가장 낮은 곳에 있다”는 말과 소프트 파워를 절묘하게 축적하고 행사해 큰 목적을 달성할 줄 아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적이 우리에게 함께 와 닿는다. 이천년 역사의 ‘로마 제국’이 지금 구현되고 있다.

로마제국이 인류역사 초유의, 천년왕국을 넘어 이천년 왕국이 된 비결은 첫째로, 승리했을 때 (비록 갈등과 전쟁을 통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할지라도) 이제까지의 갈등상대였던 적을 미래의 귀한 파트너로 여기고, 정전협정(armistice)이 아닌 평화조약(peace treaty)을 맺은 것, 둘째로, 만리장성처럼 견고한 방어벽 구축이 아닌, 모두와 함께 나누는 열린 도로(Roman Road)를 만드는 것인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기에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하는 사랑의 정신을 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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