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출판사 김종규 회장은 ‘한국 문화계의 마당발’ 혹은 ‘문화계의 대부’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니는 분이다. 1939년생으로 대학 졸업 후 가업을 이어 삼성출판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사장과 회장을 거쳐 평생을 출판계의 리더로 활동하셨을 뿐만 아니라 문화재위원, 한국박물관협회 회장, 서울세계박물관대회 공동조직위원장,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 이사장 등 문화 전반에서 폭넓게 활동하고 계시다. 고희(古稀)를 넘긴 지금도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으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내가 김 회장님과 처음 인사를 나눈 것은 2000년경 은사이신 홍윤식 동국대 명예교수님을 통해서였고, 그 후 각종 문화행사에 참석해보면 어김없이 그 자리에 김 회장님이 참석해 언제나 환한 미소로 반겨주시곤 했다.

그분에게는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존경할 수밖에 없는 남다른 점이 있다.

첫째, 약주를 좋아하면서도, 아무리 과음을 한 다음날이라도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며 자신에게 맡겨진 책무를 꼼꼼히 수행하는 성실함이다.

둘째, 말씀도 잘하시고 유머감각도 풍부해서 주위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힘을 갖고 있으면서, 아무리 사소한 대화 중에도 절대 허언이나 빈말이 섞여있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사람들과 만나 헤어질 때 “곧 연락드릴게요, 다시 만납시다” 혹은 “소주 한잔 같이 합시다”라는 형식적인 인사말을 건네고는 지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데, 김 회장님께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오래지 않아 반드시 회장님의 연락을 받는다. 어떠한 말이라도 자신이 내놓은 말은 반드시 지킨다는 것이 그 분의 신조이다.

셋째, 김 회장님은 자신의 집무실의 책상 위에 회장 직함이 적힌 명패를 올려놓지 않고 ‘오늘’이라는 명패를 올려놓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이 회장이라는 것은 직원뿐만 아니라 사무실을 찾는 모든 이들이 아는 사실이기에 굳이 명패를 올려놓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오늘’이라는 명패를 올려놓고, 매일 아침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하여 오늘을 살겠다는 주문을 걸고 하루를 시작한다는 말을 듣고 큰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이런 훌륭한 분을 알고 지낸다는 것이 나에게는 행운이고 행복이다. 아무쪼록 오래오래 김종규 회장님을 뵈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작은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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