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7대 6, “판례 변경은 시기상조”

대법원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지난 15일 “혼인생활의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그 파탄을 사유로 해 이혼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했다(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

1심과 원심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임을 이유로 ‘기각’ 판결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6월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열고 양측의 입장을 수렴했으며, 지난 15일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이혼을 불허한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대법원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불허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긴 했으나, 7대 6으로 판결이 난 만큼 마지막까지 대법관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한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견(양승태 대법원장 등)은 스스로 혼인파탄을 야기하고 이혼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에 반하며, 유책인 남성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불허함으로써 파탄에 책임이 없고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열악한 여성배우자를 보호하기 위한 종래 판결들의 취지를 고려할 때 원고의 이혼청구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또 대법원이 종래 해석을 바꾸려면 이혼에 관련된 전체적인 법체계와 현 시점에서 종래 판례의 배경이 된 사회적·경제적 상황에 의미 있는 변화가 생겼는지 등에 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파탄주의를 선택한 나라의 이혼 법제는 ‘재판상 이혼’만 인정하고 있어 협의이혼이 불가능하지만, 우리나라는 유책배우자도 협의이혼이 가능해 우리 법제상 ‘재판상 이혼’까지 파탄주의를 도입할 이유는 없다고 판시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이혼 중 약 77.7%가 협의상 이혼인 것으로 나타났다(2014년 기준).

다수의견은 이혼 후 상대방에 대한 부양적 책임 등에 대해 아무런 법률 조항을 두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파탄주의를 택한다면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희생될 수 있고, 법률이 금지하는 중혼을 인정하게 될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혼인생활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있지 않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며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는 경우를 확대했다.

반대의견(민일영 대법관 등)은 혼인의 실체가 소멸한 이상, 귀책사유는 혼인 해소를 결정짓는 판단기준이 되지 못한다며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경우 원칙적으로 제6호 이혼사유로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그간 논란이 돼 왔던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허용 여부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한동안은 잠잠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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