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는 뇌에서 내려오는 큰 줄기 신경으로 척수 큰 줄기에서 여러개의 작은 말초 신경 분지들이 나간다. 척수는 뇌와 사지말단 사이의 신경 통로 역할을 한다. 이 신경통로를 통하여 뇌의 판단력과 통찰력의 결론이 사지에 있는 팔 다리로 전달되는 것이다. 우리 몸이 의지에 따라 갈 수도 있고, 올 수도 있으며, 앉을 수도 있고, 소변이나 대변 뒤처리도 가능하게 된다.

거꾸로 사지의 모든 자극이나 느낌들도 척수통로를 통하여 뇌에서 감각으로 인지할 수 있다. 터치하는 감을 느끼며, 더 세밀하게는 지금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발을 땅바닥 어디쯤 디디는지도 알게 된다. 이렇듯 사지와 뇌를 연결하는 중요한 중심신경통로인 척수가 질병이나 외상으로 다치는 것을 척수손상이라고 한다.

척수손상을 입은 경우는 마비의 증상으로 고생하는 것 뿐만 아니라, 소변, 대변, 성기능장애가 같이 동반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마비된 사지에서 생기는 통증도 만만치 않게 힘들다. 근력이 어느 정도 있어도 사지가 경직되어 자유자재로 움직이기 힘들어진다. 손상 전후 확연한 차이에 마음먹은 대로 잘 안되다 보니 정신의학적 문제가 수반되기도 한다. 우울하기도 하고, 사회생활을 잘 못하기도 한다.

한국에 등록된 장애인 281만명은 전체인구의 약 5%에 해당하며, 이들 중 척수 장애인으로 등록된 사람은 약 6만명으로 알려져 있다. 척수손상을 당하는 분들은 예전에는 교통사고 원인이 많았으나, 안전띠 매기, 차량 속도 준수, 졸음 운전 예방 등의 영향으로 줄어드는 추세이다.

요즈음은 노인이 많아짐에 따라 목디스크에 의한 척수손상이나, 고령으로 약해진 흉요추의 외상에 의해 압박성 또는 방출성 골절이 빈번해지는 양상이다.

일단 사고가 나서 손발에 마비가 온다 싶으면, 활력증후(vital sign)의 안정이 제일 중요하지만, 그 다음으로는 목 등 허리뼈들이 중요하다.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경우 제일 먼저 할 응급조치는 전문가가 올 때까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자꾸 움직이거나 하면 1차 손상에 이어 2차 손상이 와서 회복불능에 빠지게 된다.

다음은 보조 도구로 고정을 하거나, 침대로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팔 마비가 있으면 목뼈를 조심조심 움직여야 한다. 목만 잡고 움직여서는 안 되고, 몸 전체와 목을 평행하게 같이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척수가 안전하게 보존된다.

경추(목)의 손상이 오면 팔 다리의 마비가 다 오게 되고, 흉추나 요추(허리)의 손상이 오면 다리의 마비가 오게 된다. 그러므로, 상위에 다칠수록 그 후유증은 더 크다. 상위부위인 경추 중에서도 상위 경추(경추 3번 이상)에 손상이 오면 호흡근육들에 영향을 주어 호흡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근래에 재활이 마비에 국한하지 않고 호흡재활이란 용어도 새로이 생겼다.

척수 손상 이후 마비의 심한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아시아(ASIA : American Spinal Injury Association) 척수 장애 척도 (impairment scale)가 세계 표준적으로 많이 사용된다. A, B, C, D, E까지 있고, A는 완전 마비이고, E는 정상으로 분류된다. ASIA A보다 B가 예후가 좋고, C보다는 D가 예후가 좋다. 도수 근력 측정(MMT)으로 마비된 개개 근육의 근력을 측정하기도 한다.

병원에서 급성기 치료인 수술 등의 치료로 마비증상이 고정된 후에도 폐렴, 욕창, 요로 감염 등의 합병증 치료가 이루어져야 안정기에 들어선다.

마비가 있다면 전동휠체어, 전동기구등이 많이 개발되어 이동에 도움을 주고 있다. 로봇을 이용해 걸음 걷게 되는 날을 기대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척수 손상 받은 본인의 입장에서는 무엇보다도 재활의지가 중요하다. 자포자기 하거나, 고립된 생활은 오히려 일상생활동작 능력의 퇴보를 가져온다. 활발한 사회생활을 담보로 할 때 생긴 어려움은 사회복지 시스템과 관청에 요구하여 해결해나가는 역할이 가치롭다. 통증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어떤 이들은 통증이 너무 심해서 치료성 마약이 습관화되기도 한다. 이것은 인격을 황폐화시키고 적극적 치료 의지를 반감시키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국가는 이들을 위해 거둬들인 세금을 귀하게 사용하고, 아낀 재화로 약하고 소외받으며 힘들어하는 국민을 위해 귀중하게 사용하여야 할 것이다.

손상받은 본인 외적인 입장에서는 사회적으로 이들을 포용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장애인 체험은 그 한 방법으로 매우 경이롭다. 타인의 처지에 서보는 것은 또한 가치로운 일이다. 먼저 알게 되고, 경험하게 되며, 그래서 더욱 더 잘 알게되어 드디어 서로를 공감하게 되는 사회, 그런 사회는 포용력이 넓은 사회로 발전할 것이다. 공감은 타인의 괴로움을 나의 괴로움으로 인지하는 공동체적 삶으로 가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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