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딸과 헤어지라’는 말에 앙심을 품고 전 여자 친구의 부모를 잔인하게 살해한 20대 대학생 장모씨에게 대법원이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범행 수법 등이 너무 잔인하고,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재범 우려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의 사형 확정 판결은 ‘강화도 해병대 총기 난사’ 사건으로 기소됐던 김모 상병 이후 2년 7개월 만으로, 이번 선고로 우리나라 사형수는 총 61명이 됐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지존파’ 등 23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한 뒤 18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돼 왔다. 그 사이에 지병, 자살, 사고 등으로 사망한 사형수도 9명이나 된다.

국민여론 아직 “존치해야”

세계적으로 사형제가 폐지되고 있는 추세인 것은 맞다. 국제앰네스티의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198개 국가 가운데 140개 국가가 사실상 사형폐지국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사형제를 존속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훨씬 높은 상황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국민 1001명을 대상으로 사형제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63%가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고, 27%만이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10%는 의견을 유보했다.

이는 정치권에서 사형제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 역시 사형제 폐지를 권고한 UN 국가별 정례인권 검토에 대해 “사형제 폐지 및 집행여부는 국가형벌권의 근본과 관련된 중대한 문제로, 이와 관련한 국민 여론과 법감정·사회현실·사형의 형사정책적 기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폐지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인태 의원 등 172인 사형제 폐지법안 발의

사형제도를 폐지하고자 하는 특별법은 15대부터 18대까지 여섯차례에 걸쳐 발의됐으나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19대 국회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유인태 의원 및 여야 의원 172명이 ‘사형제 폐지 특별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 법사위에 계류된 상태다.

유 의원은 “국가가 생명의 절대적 가치를 전제로 국민에 의한 살인행위를 범죄로 하고 있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에 의한 인간 생명의 박탈을 제도적으로 허용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모순”이라며 “반인권적이고 비인도적이자 극단적으로 잔인한 형벌인 사형제를 법률로써 명백하게 폐지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형벌체계를 수립하고자 한다”고 법안 발의 이유를 밝혔다.

변호사들의 의견은? 9월중 전체회원 설문조사 예정

변협은 16대 국회부터 18대 국회까지 발의됐던 사형제 폐지법안에 대해 대부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의견서를 제출해 왔다.

16대 국회에서 정대철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형폐지에관한특별법안’에 대해서는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며, 인간의 생명은 그 자체가 절대적 가치를 갖는 소중한 것으로 다른 가치와 비교하여 희생되거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측면에서 사형 폐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법감정, 사형제 폐지가 사회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민적 합의가 마련된 후에 이를 논의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후 17대 국회에서는 의견이 더 보수적으로 변했다. 유인태 의원이 발의한 ‘사형제폐지에관한특별법안’에 대해 “단일 특별법의 형태로 모든 사형규정을 일거에 없애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고, 통상적인 입법건의 한계를 넘는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민투표를 해서라도 전체 국민의 의사를 들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이다.

이후 18대 국회에 들어서는 전체회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견을 회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의견회신을 보류했다.

변협 관계자는 “사형제 폐지 논의가 15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회원들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수렴할 기회가 없었던 바, 9월 중으로 전국회원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해 사형제에 관한 변협의 공식입장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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