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피고인의 진술은 수사단계에서의 법정외 진술과 재판단계에서의 법정진술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수사상의 전문서류(증거)로 법정에 제출되므로 전문법칙의 예외 요건을 갖추어야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법 제310조의 2). 이에 반해 후자는 법관 면전에서의 진술이므로 당연히 증거능력이 인정되고 증거가치도 높게 평가된다. 판사가 피고인에게 “법정에서의 진술은 유죄의 증거로 될 수 있으니 신중히 발언하라”는 주의를 주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편, 피고인이 2명 이상인 경우를 말하는 공동피고인은 공범자인 공동피고인과 공범자 아닌 공동피고인으로 분류할 수 있다. A가 C의 양팔을 잡고 B가 C의 얼굴을 때린 경우 A와 B는 폭행죄의 공동정범으로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소송관계가 된다(①사례). A와 B가 서로 싸웠다면 쌍방폭행으로 A와 B는 각각 폭행죄의 단독정범으로 공범자 아닌 공동피고인의 소송관계가 된다(②사례). 어느 한 피고인의 입장에서 나머지 피고인은 공동피고인 또는 상피고인으로 호칭된다(이하에서 피고인을 B, 공동피고인을 A로 상정하여 서술한다).

먼저, 공동피고인의 진술의 증거능력은 피고인 모두가 자백하거나 부인하는 경우가 아닌 일부는 자백하고 일부는 부인하는 경우처럼 피고인 상호 간에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에 특히 문제된다. ①사례에서 A는 B와 함께 C를 때렸다고 자백하는데 B는 때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거나 ②사례에서 A와 B는 서로 자기는 맞기만 했고 때리지는 않았다고 진술하는 경우처럼 피고인 B에 대해 불리한 공동피고인 A의 진술을 B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 있다면 어떠한 요건 하에 사용할 수 있는지의 문제이다.

피고인과 마찬가지로 공동피고인의 진술도 법정외 진술과 법정진술로 나눌 수 있는데 먼저, 강학상 공동피고인의 증인적격 또는 공범자의 법정진술의 증거능력 문제로 논의되는 공동피고인의 법정진술에 대해 살펴본다. 이와 관련하여 공동피고인 A의 특수한 지위를 이해해야 한다. 위 두 사례에서 A는 자신의 범죄와 관련해서는 피고인이지만 B와 관련해서는 제3자라는 양면적 지위를 가진다. 따라서 A의 진술은 자신의 범죄와 관련해서는 상기한 피고인의 진술 법리가 적용되지만, B에 대해서는 제3자, 즉 증인의 지위에 있으므로 “사실대로 말하고 그렇지 않으면 위증의 벌을 받겠다”는 증인선서와 진실의무를 부담한 후 B의 반대신문에 응해야만 B의 사건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관철하면 자기사건에 대해 진술거부권을 가지는 A에게 증인의 지위를 부여하고 진실의무를 부과하게 되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피고인에게 부여한 진술거부권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결과가 된다. A의 진술거부권과 B의 반대신문권이 충돌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A의 피고인으로서의 지위와 진술거부권을 강조하는가 아니면 A의 제3자적 지위와 B의 반대신문권을 강조하는가에 따라 해법이 달라진다.

판례는 절충적인 입장으로 공범 간의 실질적 관련성을 기준으로 하여 공범자 아닌 공동피고인에 대해서는 제3자적 지위를 강조하여 증인적격을 인정하고 공범자인 공동피고인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지위에 중점을 두어 증인적격을 부정한다(대법원 82도1000). 따라서 판례에 의하면, ②사례에서 A의 진술을 그대로 B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고 반드시 A가 B의 폭행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을 하고 B에게 반대신문의 기회를 보장해주어야만 B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이 경우 실무상 A와 B의 변론을 분리하고 증인신문절차를 진행한다). 반면, ①사례에서 A의 진술은 증인선서 없이 곧바로 B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여기서 ①사례의 경우 B는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A에 대해 반대신문권도 행사하지 못하였는데 A의 진술을 B의 사건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는 부당함이 발생한다. 이에 대해 판례는 실무상 피고인에게 피고인신문절차에서 상피고인에 대한 반대신문의 기회를 부여하기 때문에 피고인이 상피고인을 증인으로 신문한 경우와 다를 바 없어 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6도1944판결). 즉, B의 A에 대한 반대신문은 증인에 대한 반대신문처럼 완전한 반대신문권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피고인신문에서 B가 A에 대해 따져 물을 수 있는 사실상의 반대신문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더불어 판례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은 당해 소송절차에서는 피고인의 지위에 있으므로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인이 될 수 없으나, 소송절차가 분리되어 피고인의 지위에서 벗어나게 되면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인이 될 수 있다(대법원 2008도3300판결)”고 판시하여 B는 A와의 변론분리를 신청한 후 A를 증인으로 신청하여 A에 대해 완전한 반대신문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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