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9일, 세계변호사협회(IBA)와 대한변협(KBA)의 공동주최로 청년변호사를 대상으로 한 컨퍼런스가 서울 글로벌센터에서 열렸다. 전 국민을 두려움에 빠뜨렸던 메르스 사태로 인해 개최 직전까지도 취소 여부에 대해 논의가 있었으나 다행히도 모든 연사들이 처음 약속한대로 출석하기로 하여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었다 한다. 국경을 넘나들며 이루어지는 국제적인 비즈니스에 관련된 다국적 법실무 이해도를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기획된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총 4개의 주제별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국, 미국, 호주, 싱가포르 등지에서 활동 중인 변호사들의 발표와 토론을 경청할 수 있었다.

제1세션은 기업법무 분야에 종사하는 한국 및 미국변호사 3분을 연사로 모시고, 외국회사와 한국회사 간 M&A를 위한 기초지식에 대한 강의로 구성되었다. 기업법무에 종사하지 않는 관계로 내가 직접 M&A 사건에 관여할 기회가 없다보니, 처음에는 상식을 늘려보겠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듣기 시작했다. 그런데 연사들의 설명을 차분히 듣다보니 인수대상인 회사가 회사 관련 정보를 고지하는 방식(disclosure)에 있어 미국, 영국, 독일 등 나라별로 구분되는 차이점들이 눈길을 끌었다. 또한 나라별로 정보고지방식이 달라 연사들이 겪었던 실제 사건들을 소개하였다. 인수대상인 어느 회사가 자국에서의 관행대로 관련 문서들을 상자에 담아서 건네기만 하고 정보고지를 한 것이라 믿었는데, 반면 한국에 있는 인수하려는 회사 측에서는 이를 정보고지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 때문에 M&A 일정에 차질이 생겨 거래가 중단되기도 하며, 다행스럽게 사전에 이를 발견하고 양 회사 간에 오해가 없도록 적절한 방식으로 다시 정보고지를 진행하여 최종적으로 M&A를 성사시킨 예 등을 들려 주셨다. 그 외에도 M&A를 매끄럽게 처리하려면 나라별로 다른 세금부과방식의 차이를 잘 이해하고 대비해야 한다던가, 주주의 입장에서 보호수단들을 미리 주식인수단계에서부터 계산해두어야 하고 향후 사정변경에 따라 손해를 입을 가능성에도 대비하여 주식을 처분하고 떠날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는 등 현실적인 손익의 관점에서 M&A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주식회사라는 구조를 놓고 보면 주주 입장에서는 이러한 냉정한 셈법도 필요한데, 일차적으로는 손해 없이 이익만을 얻으려는 목적이긴 하겠으나 이사진이 주주의 이익에까지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데 유용한 수단이 되지 않나 싶다.

제2세션은 한국, 미국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부패방지법을 다루었다. 이따금 잔기침을 하던 진행자가 ‘이건 호주 감기다, 메르스 아니다’, 무서워하지 말라고 농담을 건네며 편안한 분위기로 시작하였다. 부패방지법을 생각할 때 곧바로 떠오르는 것은 올해 3월 통과된 소위 ‘김영란법’이었다. 3만 원 내지 5만 원 상당의 식사나 경조사비도 규제할 정도로 폭넓은 규제, 공무원에서부터 언론인까지 미치는 광범위한 규제대상 등이 특징이고, 간단히 말해서 공무원들 만나서 밥을 사주는 작은 일부터 그만 하라는 법률이다. 그런데 동법이 국내의 뿌리 깊은 청탁문화 근절을 주된 목표로 한 것이라면, 이날 연사로 나온 호주변호사와 미국변호사는, 자국 기업인들이 외국에 나가서 외국공무원이나 공기업 관련자에게 뇌물을 주는 경우를 주로 설명하셨다. 즉, 외국에서의 뇌물수수(foreign bribery)에 대한 형사처벌을 다룬 것이었다.

호주변호사인 연사께서는 공공조달 부문에서 외국의 국공유기업과 연관되어 발생하는 뇌물수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주셨는데, Transparency International이라는 NGO가 매년 발표하는 전 세계 각 국가별 공공부문 부패지수(2014년 기준 한국은 43위)나, OECD의 외국에서의 뇌물수수 보고서(foreign bribery report 2014)를 토대로 통계치를 인용해가며 큰 그림을 그려주셨다. 최근 들어서는 각국의 수사기관이 나서서 이러한 뇌물수수를 처벌하려는 추세이며 이를 위한 국가 간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고 하였다. 한편 미국변호사인 연사께서는, 예전에는 아프리카에서 주로 수사를 했다면, 최근 들어서는 아시아에서 일어나는 뇌물수수도 미국 수사기관의 표적이 되고 있다면서 본인이 미국 검사로 있던 시절의 일화서부터 지금의 로펌에서 다루는 사건들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범죄수사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가 다수 제작되는 이유도 그렇겠지만, 거대한 불법적 이익을 둘러싼 두뇌 싸움, 그리고 잡힐 듯 말 듯 쫓고 쫓기는 범죄자와 수사기관의 이야기는 항상 흥미롭다.

주최 측이 제공하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와서 오후에 시작된 제3세션은, 한국 법률시장 개방이 청년변호사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기회로 삼으려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에 관하여, 한국, 싱가포르 및 미국변호가 1명씩 연사로 나서 차례로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한국변호사인 연사께서는 법률시장 개방에 대한 전망을 하자면 현재 한국 법률시장의 모습부터 짚어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한국 법률시장의 규모에 대해 알고 있냐고 질문을 던지셨다. 약 3년 전에 2-3조 원 규모라고 들었던 기억이 났는데, 이분 말씀에 의하면 현재는 5-6조 원 규모라 한다. 사실 그렇게 큰 규모의 산업이 아니며, 전체적인 ‘파이’의 규모가 늘어나지 않아 현상유지 중이다. 그 와중에 변호사의 공급만 날로 증가하고 있으니, 한정된 양의 파이를 두고 점점 더 많은 이들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게다가 고객들의 눈은 날로 높아져서 변호사들에게 요구되는 서비스 수준은 계속 올라가는 중이라 기존 변호사들도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신규진입자인 청년변호사들이 듣기에 다소 어두운 전망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 법률시장의 전체 파이를 키우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는 것이 이분의 견해였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외국에 사무소를 내어 적극적인 현지화(localize)에 성공해야 한다, 둘째, 외국로펌들과 협업을 강화해야 하는데, 한국에 사무소를 두지 않은 외국로펌들과도 협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법률시장의 양적, 질적 성장이라는 두 가지 면 모두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며 끝을 맺었다.

그 다음 연사로 나선 싱가포르 변호사는, 싱가포르는 법률시장 개방을 통해 ‘법률시장이라는 파이’를 늘리는 데 성공하였다면서 당당한 목소리로 발언을 시작하였다. 약 30여년 전만해도 외국로펌이 중재사건 대리를 맡으려하자 대리행위 금지 가처분이 제기되고 실제로 법원에서 인용되는 사건이 일어날 정도로 싱가포르 법률시장은 폐쇄적이었다. 그러나 싱가포르가 경제 및 금융허브로 성장하면서 외국계 은행, 외국로펌 등이 싱가포르에 진입하였고, 이와 관련된 법률서비스 수요가 증가하였다. 이에 싱가포르 정부는 싱가포르 현지의 변호사들이 해외변호사들과 접촉을 늘리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싱가포르변호사들에게 득이 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외국로펌과 싱가포르변호사 등과 사이에 일정한 형태의 협업을 허용하는 등 법률시장 개방을 전략적으로 다루었으며, 싱가포르변호사회도 이에 잘 협조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고 평가하였다. 뿐만 아니라 외국로펌들이 싱가포르에서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차츰 확대하면서 싱가포르에서 처리되는 사건의 수 및 범위도 넓어졌고, 싱가포르 정부 및 싱가포르변호사회 또한 싱가포르법과 상관없이 어떤 사건이든 싱가포르 법률서비스를 이용해서 해결하라고 적극적인 법률서비스 ‘판매’에 나섰다고 한다. 이러한 전략들이 잘 맞아떨어져 법률시장 파이를 키우는 데 성공한 것이고, 덕분에 자신처럼 싱가포르 현지의 작은 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도 국제투자중재사건을 맡을 수 있게 된 것이라 하였다. 다만, 법률시장 개방으로 싱가포르에서 활동하는 영미권 변호사 수가 증가한데다, 싱가포르 부모들이 자식들을 영미권으로 유학을 다녀오도록 해서 이들도 영미권 변호사가 되어서 싱가포르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져 전체적인 변호사공급이 증가하고 있어 최근 들어 공급 초과에 대한 문제제기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나아가 영미권 변호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싱가포르변호사들로서는 버거운 경쟁상대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한국의 청년변호사들에게는,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어려워보여도 변호사로서 커리어를 닦아나가겠다고 결심했다면 남과 다른 자신만의 차별화된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데 집중해야 하며, 법률시장의 동태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하였다.

마지막으로 미국변호사인 연사께서는, 법률시장 개방이라는 주제와 직접 연관시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는 않았으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는 로스쿨을 나와도 취업이 어렵고 보수 좋은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미국 청년변호사들의 실상을 설명해주었다. 심지어 몇몇 로스쿨은 학생들을 상대로 취직이 잘 되고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식의 오인혼동을 유발하였다는 이유로서 학생들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이는 미국의 법률문화 속에서 일어나는 일인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갓 졸업한 청년변호사들뿐만 아니라, 자신이 속한 로펌과 같은 중형펌이 경쟁심화로 인해 가장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다면서, 대형로펌과 소형로펌 내지 개인변호사 사이에서 자신들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하였다. 이분은 청년변호사들에게 의사소통 능력을 키울 것을 주문하였다.

어느 나라에서나 청년변호사들이 처한 상황이 쉽지 않고 해결하기도 어려워보였다. 그래도 어려움을 공유하고 함께 고민하는 장을 만들어가는 일은 꼭 필요하다. 청년변호사들만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청년실업을 걱정하듯이 청년변호사들의 어려움도 전체 변호사들이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인 제4세션은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이들 간의 분쟁에 있어서 대체적 분쟁해결의 중요성을 다루었는데, 앞서 제3세션에서 발언한 싱가포르 및 미국변호사 두 분말고도 한국변호사 및 한국 등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독일변호사 각각 한 분씩 연사로 나서서 전통적인 소송을 통한 해결과 대비하여 대체적 분쟁해결로서의 국제중재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들을 소개해주었다.

이러한 컨퍼런스가 자신이 종사하고 있는 분야의 사건들과 직접 연결되는 내용이라면 업무 차원에서 도움이 될 것이고, 장차 이러한 업무에 종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접근의 실마리를 찾는 데 유용할 듯 싶다. 또한 관심사가 비슷한 또래의 청년변호사들과 함께 참여하여, 아니면 컨퍼런스에 참석해서 새롭게 안면을 트게 된 여러 변호사분들과 같이, 법률서비스 및 법률시장의 다양한 면을 알려주는 강의를 듣고 주최 측이 마련한 점심 및 저녁을 먹으며 강의소감이나 업무경험, 청년변호사의 애환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 것 역시 즐거운 일이다. 이러한 기회를 제공해준 주최 측과 연사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루 종일 영어로 진행된 컨퍼런스를 전달하려다보니 필자가 혹시 잘못 소개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발견하신 분께서는 개별적으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