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행보가 사뭇 세간의 이목을 끈다. 대법원은 최근 상고법원 도입의 필요성을 홍보하는 일에 매우 적극적이다. 또 사법 불신을 해소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형사사건에서의 변호사 성공보수가 모두 무효라고 판결했는가 하면 대법관후보자를 국민으로부터 추천받겠다며 소위 ‘국민공개추천제’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런데 대법원의 이런 최근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대법원은 상고법원 도입이 국민행복을 위한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도입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대법관으로부터 최종심 재판을 받을 국민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대법원은 9월 퇴임하는 민일영 대법관 후임 대법관 후보자 3명이 모두 현직 고위법관인 것과 관련해 재야출신들 중에서는 적격자를 찾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시민단체들은 ‘국민공개추천제’는 요식행위였을 뿐 결국 국민을 철저히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편 형사성공보수가 선량한 풍속 및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선언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두고는 구체적 사안에 법률을 적용하여 타당한 결론을 도출해 내는 재판작용의 한계를 넘어 사실상 법률을 제정한 것으로서 입법권을 침해했을 뿐 아니라 절차에 있어서도 떳떳하지 못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가령 대법원이 유책배우자의 이혼을 허용할지 여부를 두고는 공개변론을 여는 등 대국민 홍보에 열을 올려놓고 사회적 파장이 그에 못지않은 이번 판결을 하면서 심리를 철저히 비밀에 부친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이익단체가 아니다. 그런데도 만일 일각에서 의심하듯 대법원이 위상 하락을 염려하여 대법관 수를 증원하는 것에는 반대하면서 법관들의 인사적체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상고법원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이라면, 법관순혈주의에 집착한 나머지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라는 국민의 염원을 무시하는 것이라면, 대법원은 이익단체와 하등 다를 게 없다.

대법원은 누가 뭐래도 국민의 권리구제를 위한 최후의 보루다. 대법원이 이 점을 잊는 순간 국민은 불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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