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중 이렇게 맘을 설레게 하는 시즌이 또 있을까? 에메랄드 빛 바다가 펼쳐진 해변, 시원한 야자수 그늘에 누워 마시는 모히토 한 잔이 떠오르는 여름 휴가철이 왔다. 하지만 설레는 마음에 선크림을 깜빡 잊었다가 일광화상으로 휴가 내내 고생한 환자들을 종종 진료실에서 만나게 된다.

급성일광노출은 일광화상, 일광면역 억제, 약제 유발성 광독성 반응, 광과민질환(예: 홍반성 루푸스)의 악화를 유발할 수 있으나,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일광화상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 외에도 일광 중에 포함된 자외선에 만성적으로 노출되었을 때, 피부암을 포함한 전암성 병변(광선각화증), 전암병변 및 피부암에 대한 면역감시 장애, 백내장, 피부주름, 기미, 흑자, 잡티 등 여러 색소질환이 생길 수 있다.

자외선은 파장대에 따라 UVA (320~400nm), UVB(290~320nm), UVC (100~290nm)로 나눌 수 있다. UVC는 오존층에 의해 차단되어 지표면에는 도달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자외선차단제들은 UVA와 UVB를 동시에 차단하지만, 일부 제품들은 UVB만 차단하는 기능만 있기 때문에 구매 시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우선 일광보호를 위해 모자, 선글라스, 긴 팔 셔츠 및 긴 바지를 착용한다. 촘촘하게 짠 면이나 폴리에스터로 된 의복이 좋다. 의외로 어두운 색깔의 의복이 햇빛을 더 잘 차단한다. 물에 젖으면 차광성이 좀 더 감소한다.

다음으로 선크림을 선택하는데 고려해야 할 부분을 살펴보자.

우선 UVA와 UVB 모두 차단해야 한다. SPF(일광차단지수)가 15이상이어야 한다. 기준용량으로 도포 시 SPF 15, 30, 50에서 UVB를 각각 93%, 97%, 98%가량 차단한다. SPF 30과 SPF 50을 비교해보면, 자외선차단 능력의 차이가 크지 않다. 그래서 최근 유럽에서는 SPF 50 이상의 표기를 금지하여 상업적인 판촉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 방향제가 포함된 선크림은 접촉 피부염이나 광피부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PABA가 포함되어 있는 제품은 사용하지 않는다. Avobenzone, Zinc oxide, Titanium dioxide, 이 세 성분만이 UVA1, UVA2, UVB를 만족할 수준만큼 차단할 수 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너무 적은 양의 선크림을 바르는 게 문제다. 성인은 얼굴, 팔, 다리, 몸통을 한 번 바르는데 30mL의 선크림이 필요하다. 거의 웬만한 선크림 한 통 용량의 반이다. 따라서 제품 상에 기재된 효과 지속시간의 50~60% 정도만으로 노출시간을 줄여야 한다.

햇빛 노출 전 15~30분 전에 바르는 게 중요하고, 2시간마다 덧발라 준다. 그러나 선크림을 바르고 2시간이 지나면 비록 중간에 선크림을 다시 발랐다고 해도 차단효과가 연장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 즉, 2시간 간격으로 다시 발라야 한다는 소리다. 물에 강한 선크림이라 할지라도 결국 물이나 땀으로 선크림이 씻기거나 지워진다. 그럴수록 더 자주 도포한다.

하지만 일단 일광화상을 입게 된다면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

아스피린이나 부루펜 같은 소염진통제는 염증을 감소시키고 통증을 조절하는데 도움이 된다. 타이레놀은 통증 조절에는 도움이 되나 염증 감소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냉습포나 차가운 물에 20분씩 하루 4~5회 담그면 통증 조절에 도움이 되고, 칼라민로션 또는 차가운 알로에젤을 화상부위에 발라주면 피부진정에 도움이 된다. 만약 물집이 생기거나 광범위한 화상을 입었을 경우에는 의료기관을 방문해서 도움을 받도록 한다.

일광보호와 관련한 기본 개념과 팁!
1. 일광손상은 누적된다. 일광노출은 횟수와 그 정도에 따라 누적되어, 피부주름, 색소이상 및 피부암을 유발한다.
2. 건강한 태닝은 없다. 피부태닝은 자외선 노출에 의한 피부의 소상반응이다.
3.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특히 오후 2시까지) 사이의 UVB가 가장 강하다. 이 시기의 햇빛 노출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4. 먼저 의복으로 피부를 보호하고 노출 부위의 피부는 선크림을 바른다.
5. 높은 고도에서 일광노출을 조심한다. 자외선을 흡수하는 공기가 부족해서 일광화상의 위험이 더 크다. 에베레스트산 등반가들의 얼굴을 보면 더 잘 이해가 갈 듯하다.
6. 적도에 가까울수록 자외선의 세기는 더욱 강하다.
7. 흐린 날에도 보호 의류를 사용하고 선크림을 바른다. 흐린 날에는 자외선의 세기가 덜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자외선은 존재하고 누적되기 때문에 피부에 손상을 준다.
8. 자외선은 눈, 모래, 시멘트 등에 의해 반사 또는 산란된다. 따라서 그늘에 앉아있다고 완전하게 보호되지 못하며 일광화상이 발생 가능하다.
9. 인공태닝은 사용하지 말자. 인공태닝 장비들은 주로 UVA가 나오지만 과다노출시 일광화상을 입을 수 있고, 피부노화와 피부암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10. 야외에서 많이 활동하거나 일하는 사람 또는 피부암이나 광과민성 질환의 과거력이 있는 사람은 매일 선크림을 사용한다.
11. 약제(일부 여드름치료를 위한 항생제를 포함한 기타 항생제, 피임약 등) 및 화장품 일부 성분(양 기름)은 광과민성이 있다.
12. 영유아는 직접적인 햇빛 노출로부터 보호한다. 6개월 이전의 영유아는 선크림을 사용하는 대신 의복이나 햇빛가리개를 이용해서 일광노출로부터 보호하고, 부득이 사용해야할 경우 SPF 15정도의 선크림을 얼굴이나 손등 같은 부위에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13. 어린이에게도 일찍부터 일광보호에 대해 교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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