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강원도 최전방 GOP 초소에서 모 병장이 동료를 향해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해 5명이 숨지는 사건, 최근 예비군 훈련장에서 모 예비군 병사가 훈련 도중 총기를 난사해 2명이 사망하는 사건 등 빈번히 군대 내 사고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고, 이들 모두 관심병사로 분류되었던 사람들로서 장병들의 정신과적 평가 및 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현재 입대 전 선별검사를 통해 정신건강 질환이 의심되면 입대에서 제외하고, 군에서 부적응 문제를 보이는 병사들은 관심병사로 선별해 특별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대 내에서 여전히 병사들의 정신건강과 관련된 자살, 폭력, 총기사고, 탈영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의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병역의 의무가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까지 군인으로서 활동하게 되는데, 정신의학적으로 10대 후반과 20대 후반은 여러 가지 정신건강의 문제가 야기될 수 있는 위험기에 해당한다. 군대는 일반사회와 구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군대에서는 수직적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강조되고, 조직 지향적이며, 통일주의와 희생이 요구된다. 이러한 군대문화와 함께 대인관계, 개인 신상 문제 등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장병들은 자살, 폭행, 탈영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위험성이 증가한다.

군 내외 사고로 인해 사안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몇몇 정신적으로 취약한 병사뿐만 아니라 장병 모두에게 정신건강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실제로 2014년 11월 병사와 간부의 정신건강 실태를 연 1회 이상 정기 조사하는 내용을 담은 ‘군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최종 공포됐다.

개정안에는 병사와 간부의 정신건강 실태 조사를 정기적 또는 수시로 할 수 있는 조항이 신설됐다. 그러나 실제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또한 군대 부적응자들을 비롯한 우울증 등이 의심되는 장병들의 조기관리를 위해 전문 인력 확보와 역량 강화에 대한 지원도 확대되어야 한다.

장병들의 정신건강 문제는 군대 내에서의 환경과 경험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문제의 근원은 입대 전 환경과 경험 요인이 중요한데, 군복무 부적응의 예측 요인으로는 학교에서의 적응, 입대 전 대인관계, 행동문제, 정신건강, 가정환경 등의 요인 등이다. 입대 전 정신건강 문제는 군대 내의 스트레스 환경을 잘 다룰 수 있는 능력을 부족하게 만든다.

이런 가운데 병무청 등에서 진행되는 선별검사 강화를 위해 심리검사 도구의 개선 및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및 임상심리사 등 전문 인력을 증원하고, 각종 정신건강 질환 초기 증상 식별을 위한 선별검사를 개발해 더욱 체계적인 관리를 하겠다고 하고, 입대 전 선별검사를 통해 정신건강 질환이 의심되면 입대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하나, 이는 실제 사실과 다르다.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저자는 적잖이 군 복무 연령의 젊은 환자들을 꾸준히 치료하게 되는데, 그 중에는 군 적응에 어려움이 많고 자살 등의 사고로 이어질 만한 환자들이 꽤 많다. 징병 신체검사 소집 영장을 받은 후 병사용 진단서를 발급해주는데, 병사용 진단서에는 증상 및 질병에 대한 소견, 현재까지의 치료경과, 계속 치료를 요하는 기간, 향후 치료에 대한 의견, 치료 후의 심신 장애에 관한 의견, 병명을 진단한 검사 내용 등을 세세하게 기술하게 되어 있다.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발급한 병사용진단서를 통해 해당 젊은이가 군 병영 생활이 불가능함을 피력함에도 군 면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병무청 신검에서 현역 판정을 받는 경우도 많고 아닌 경우에는 공익요원 판정을 받아 온다.

최근의 어떤 환자는 범불안장애 및 우울증 진단으로 고3때부터 치료하고 있는 환자인데 군 병영 생활의 어려움을 피력한 병사용진단서를 발급해주었음에도 징병 신검에서 현역 판정을 받고 온 바 있다. 결국 재검사를 하고 병사용진단서 재발급을 하였고 현재 신검 대기 중이다. 만약 이 환자가 현역 입대를 하게 되는 경우 위에서 제기한 군대 내 사고 발생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

과거 일부 병역 비리, 꾀병의 의심 혹은 일단 입대시켜놓고 보자는 등이 군 면제 판정을 쉽지 않게 하는지도 모르겠으나,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이루어지는 면밀한 검사 및 진단을 통해 판정을 내리게 되며, 최소한 1년 이상 치료를 하고 종합임상심리검사를 통해 꾀병을 걸러내고 있다. 군대생활이 어려운 환자들을 과하게 군입대 시켜 사고의 소지를 만들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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