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5. 04. 16. 선고 2012두26142 전원합의체 판결

“시효소멸 장해급여에 중복방지조항 적용해 재요양 장해급여로부터 공제함은 부당 … 기존에 인정받지 못한 장해도 장래에 지급해야

1. 사인의 개요

원고는 1982. 7. 15. 주식회사 국보 소속 정비기사로 근무하던 중 다른 근로자에게 다리를 밟혀 우슬관절 활액낭염, 건초염 진단을 받고 신경외과의원, 정형외과의원 등에서 우슬관절부 대퇴골수 치료를 받게 되었다. 원고는, 치료 후에도 우측 고관절 및 슬관절 부위에 통증이 계속되자, 1983. 12. 26. 고신대학교 복음병원에서 양측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진단을 받고, 1984. 1. 6. 우측 고관절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는 등 1984. 3. 말경까지 치료를 받았다. 이에 원고는 피고(근로복지공단)에게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상병으로 요양신청을 하여 1985. 10. 14. 승인을 받았다. 또 원고는 2003. 10. 10. 피고에게 장해급여 신청을 하였는데, 피고는 2003. 10. 23. “원고의 우측 다리 장해등급이 제8급 제7호에 해당하나 치료종결일인 1984. 3. 말경부터 3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사유로 장해급여를 부지급하는 처분을 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2009. 4. 22. 피고로부터 좌측 고관절부 무혈성 괴사 및 골관절염에 대하여 인공관절 치환술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재요양을 승인받아 좌측 고관절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게 되었다. 그 후 원고는 2010. 4. 14. 치료를 종결하고 2010. 4. 23. 피고에게 장해급여 신청을 하였는데, 피고는 2010. 5. 4. “원고의 좌측 다리의 장해등급은 제8급 제7호에 해당하고 기존 우측 다리의 장해등급 제8급 제7호와 조정하면 원고의 장해상태는 조정 제6급에 해당하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58조 제3항에 따라 시효 소멸한 기존 우측 다리의 장해등급 제8급에 대한 장해보상일시금 지급일수에 해당하는 기간만큼 장해보상연금을 부지급해야 하므로, 재요양 후 치료종결일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인 2010. 5. 1.부터 1102일의 기간만큼을 제외한 2013. 5. 7.부터 장해등급 제6급에 해당하는 장해보상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2. 대법원 2015. 4. 16. 선고 2012두26142 전원합의체 판결

가. 관련법령이 규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법’이라고 함)에 따르면 근로자가 요양급여를 받아 치유된 후에도 그 요양의 대상이 되었던 업무상의 부상 또는 질병이 재발하거나 치유 당시보다 상태가 악화되어 이를 치유하기 위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때에는 재요양을 받을 수 있고(법 제51조 제1항), 재요양을 받고 치유된 후 장해상태가 종전에 비하여 악화된 경우에는 그 악화된 장해상태에 해당하는 장해등급에 따라 장해급여를 지급받는데, 재요양 후의 장해급여의 산정 및 지급방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다(제60조 제2항).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이하 ‘시행령’이라고 함)은 장해급여의 수급자를 장해보상연금을 받던 사람과 장해보상일시금을 받은 사람으로 구분하고, 다시 그 수급자가 재요양 후의 장해급여를 장해보상연금으로 청구한 경우와 장해보상일시금으로 청구한 경우로 나누어 그 산정 및 지급 방법을 규정하고 있는데, 장해보상일시금을 받은 사람이 재요양 후의 장해상태가 종전에 비하여 악화되어 장해보상연금을 청구한 경우에는 ‘재요양 후 치유된 날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부터 변경된 장해등급에 해당하는 장해보상연금을 지급하되, 이미 지급한 장해보상일시금의 지급일수에 해당하는 기간만큼의 장해보상연금’은 이를 부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시행령 제58조 제3항 제1호, 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고 함).

나. 다수의견

이 사건 조항의 취지는 업무상의 재해로 요양급여 및 장해보상일시금을 받은 사람이 재요양 후 장해상태가 악화되어 변경된 장해등급에 해당하는 장해보상연금을 전액 받게 된다면 이미 보상받은 장해급여 부분에 대해서까지 중복하여 장해급여를 받는 결과가 되므로, 이러한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따라서 업무상 재해로 인하여 신체장해를 입은 사람이 그 당시에 판정된 장해등급에 따른 장해급여를 청구하지 아니하여 기존의 장해에 대해서 전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가 기존의 장해상태가 악화되어 장해등급이 변경된 후 비로소 변경된 장해등급에 따라 장해보상연금을 청구한 경우에는, 그와 같은 중복지급의 불합리한 결과는 발생하지 아니하므로, 피고로서는 재요양 후 치유된 날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부터 변경된 장해등급에 해당하는 장해보상연금의 지급일수에 따라 장해보상연금을 지급하여야 할 것이고, 이 사건 조항을 근거로 삼아 근로자에게 지급한 적이 없는 기존의 장해등급에 따른 장해보상일시금의 지급일수에 해당하는 기간만큼의 장해보상연금을 부지급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리고 이러한 이치는 기존의 장해등급에 대한 장해급여청구를 하지 않고 있던 중 그 청구권이 시효소멸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중복지급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이때에도 동일하며, ‘이미 지급한 장해보상일시금의 지급일수’라고 표현한 이 사건 조항의 문언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다. 대법관 민일영,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김용덕의 반대의견

장해급여를 비롯한 법상 각종 보험급여는 피고가 직권으로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수급권자의 청구에 따라 지급하는 것인 바, 법은 당사자가 청구하는 장해급여가 최초의 요양에 의한 것인지, 재요양에 의한 것인지를 구별하지 않고 그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간을 일률적으로 3년으로 정하고 있다. 법상 규정된 재요양제도와 각종 보험급여 청구권의 소멸시효 제도는 각각 독자적인 입법 목적을 가진 별개의 제도로서 재요양제도의 취지는 기존의 장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후발 장해에 대하여 재요양을 통한 요양 등 보험급여를 지급함에 있는 것이지,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한 장해급여 청구권을 부활시키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시행령이 이 사건 조항에서 재요양에 의한 장해보상연금을 지급할 경우에 ‘이미 지급한 장해보상일시금의 지급일수에 해당하는 기간만큼의 장해보상연금’은 이를 지급하지 아니하도록 규정한 것은 이와 같이 기존의 장해급여와 재요양 후의 장해급여를 구별하는 법리를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기존 장해에 관한 장해급여 청구권이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한 이상 다시 이를 주장할 수는 없고, 재요양 후의 장해상태가 종전에 비하여 악화되었다면 근로자는 악화된 장해상태에 관하여만 재요양에 따른 장해급여 청구권을 가질 뿐이다.

나아가 처음부터 재요양을 받지 않았거나 재요양을 받았더라도 장해상태가 악화되지 않으면 기왕의 시효 소멸한 장해급여 청구권이 부활하지 않는데 비하여 재요양을 받은 후 장해상태가 악화되면 기왕의 시효 소멸한 장해급여 청구권이 부활한다고 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장해상태의 악화 여부라는 우연한 사정에 의해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가 좌우되어 법적 안정성의 확보를 도모하고자 하는 소멸시효 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3. 대상판결의 의의

근로자가 업무상의 재해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경우에 근로자는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치유를 위하여 요양급여를 지급받게 되고 이와 더불어 요양으로 취업하지 못한 기간에 대하여는 휴업급여를, 치유된 후에도 신체 등에 장해가 있는 경우에는 장해급여 등의 보험급여를 받게 된다(법 제36조). 또 재요양을 받고 치유된 후 장해상태가 종전에 비하여 악화되면 그 악화된 장해상태에 해당하는 장해등급에 따라 장해급여를 지급받되(제60조 제2항), 이 사건 조항에 의해 장해보상일시금을 지급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이미 지급한 장해보상일시금의 지급일수에 해당하는 기간만큼의 연금은 지급되지 않도록 하여 중복지급을 막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재요양에 따른 장해급여를 기존의 장해급여청구권을 전제로 등급에 따른 보험급여의 조정으로 본다면 소수의견과 같이 기존 장해급여청구권이 시효소멸한 경우 기존등급까지에 대한 급여청구권은 소멸하여 다시 주장할 수 없게 되고, 그 결과 이 사건 조항은 그대로 적용(부지급)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재요양에 따른 장해급여청구권이 기존 장해청구권을 전제로 보험급여를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별개의 독립된 청구권으로 본다면 재요양치료 후 장해상태를 기준으로 독립된 보험급여청구권이 발생하고 기존 장해일시금지급으로 인해 중복지급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에만 이 사건 조항이 적용될 것이다. 다수의견이 명확히 밝히고 있지는 않으나, 시효소멸한 경우 등 중복지급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 사건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재요양에 따른 장해급여청구권을 별개의 독립된 청구권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법의 목적, 산재보험의 보험으로서의 성격 등을 고려하면 이는 타당한 결론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