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로서 자주 접하는 범죄 중의 하나가 문서위조에 관한 죄이다. 위조문서가 주로 타인을 기망하는 수단으로 이용됨은 주지의 사실이다. 위조의 기원은 어디일까? 어쩌면 창세기에서 하와에게 뱀이 접근하여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로부터 난 금단의 열매를 먹게 한 것을 그 기원으로 삼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선악과에 대한 문서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만큼 위조의 기원은 오랜 것이리라. 누군가를 속이기 위해 준비를 하는 자들에게 문서위조만큼 유혹적인 수단은 없을 것이다.

우리사회에 만연한 위조의 현상은 그래서 당연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러나 그것이 국기를 흔드는 것이라면 단순히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돈 몇 푼에 국가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사건을 만든다는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행위이다.

자, 최근 몇 년간의 사건을 천천히 살펴보자.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불량방탄복을 정상 제품인 것처럼 시험평가서류를 조작한(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 혐의로 해군 영관급 장교를 구속했다. 군 전투화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제출한 납품업자가 재판에 회부되기도 하였다. 또한 위 정부합동수사단은 공군 전자전훈련장비에 대한 엉터리 증명서를 발급한 혐의로 현직 중령을 재판에 회부했다. 국산 무기와 군용장비 부품, 군납 식품류 등에 대한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해 불량 제품을 납품해온 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되었다.

국방기술품질원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납품된 군수품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공인시험성적서를 위·변조한 사실을 적발한 것이다. 국산 헬기 수리온에는 와이퍼 조립체와 보조 모터격인 APU시동 모터, K9자주포에는 조향장치에 쓰이는 베어링과 차량 걸쇠, K200A1보병전투차에는 진동을 완화시켜주는 변속기 고정용 고무패드, 구난전차에는 볼트 등 군이 국산화에 성공한 핵심무기와 장비에도 시험성적서가 위·변조된 부품들이 사용되었다.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은 전국 32개 화력발전소의 2008년 이후 부품 적정사용실태를 전수조사한 결과, 12개 부품업체가 동서발전 등 3개 발전사에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부품을 납품한 비리를 적발했다. 이들은 화력발전소에 들어가는 부품의 시험성적 중 화학성분 함유율과 인장강도 등이 기준에 미달하게 되자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 원전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도 원전비리는 끊이지 않았다. 국내 원자력발전소를 관리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이 부실부품 사용으로 가동 중단 사태를 초래하고 납품비리를 저지르는가 하면 원전도면 등 내부자료가 유출되어 인터넷에 공개되기도 하였다. 임원들이 뇌물을 받아 처벌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 모든 것이 위조된 문서에 기인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신월성원전 1·2호기, 신고리원전 1·2호기에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안전등급 제어케이블이 설치된 사실을 확인했다. 원전부품인 수동단조밸브의 품질보증서를 허위로 조작했던 업체가 공급한 질소배기밸브의 문제로 신고리원전 3호기 건설현장에서 노동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의해 고속철 열차의 진동을 흡수하는 레일패드 등의 부품성적서가 변조된 사실 및 콘크리트궤도용 침목 시험결과가 변조된 사실이 밝혀지기도 하였다.

통영함 비리를 보자. 통영함에 도입된 음파탐지기의 성능평가서를 조작한 혐의로 예비역 소장 등이 구속되었고, 지난 3월에는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이 2009년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으로 일하면서 통영함 음파탐지기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받고도 이를 묵살하고 장비도입을 강행하여 업무상 배임,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구속되었다. 차기 호위함 수주와 납품 등에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수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이 통영함 음파탐지기의 시험평가결과 보고서를 허위 작성한 혐의로 추가 기소되었다. 통영함 사건으로 구속된 해군 간부 등이 소해함의 탑재장비 기종결정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도 허위문서를 작성, 행사한 혐의로 추가기소되기도 하였다.

이상 살펴본 문서위조와 관련된 사건은 국가의 안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것들이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에서 국가정보원이 검찰을 통해 법원에 위조된 출입경 기록 등을 제출한 사건은 약간 성격이 다르긴 하나, 위 열거된 사건의 당사자들에게 있어 국가의 구성요소는 국민, 영토, 주권이 아닌 오로지 돈, 돈, 돈이다. 특히 일선에서 국가의 안전을 위해 일해야 하는 군인들 또는 그에 준하는 사람들에게서 벌어진 범죄라는 점에서 가히 충격적이다.

위조의 기원이 아무리 오랜 것이고 사회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하더라도 국가가 국민을 지켜줄 수 없으면 문서위조를 통해 얻은 이득도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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