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혼인 유지 고통일 뿐, 시대적 변화 따라야"
"혼인도 계약, 유책배우자 행복추구권 보호할 필요 없어"

혼인 관계를 파탄한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 소송 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일까?

지난달 26일 오후 2시 대법원 대법정에서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사건에 관한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 열렸다. 대법원은 지난 50여년간 혼인 관계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 소송 청구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이 이 사건에 대해 공개변론까지 연 것은 이혼에 대한 시대적 인식 변화와 더불어 사법부의 입장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공개변론에서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해야 한다는 원고 측 주장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피고측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원고 측 변호사는 “세계 각국의 이혼법도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로 변경되고 있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2년에 조사한 결과 국민의 55.4%와 전문가의 78.7%가 배우자 보호조건 아래 파탄주의의 제한적 수용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최근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결정도 혼인관계 등에 대한 우리 사회 일반의 의식 변화를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며 “혼인관계 파탄은 불가피한 사회적 현상으로,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당사자 모두에게 고통을 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혼인관계가 파탄됐다면 파탄주의에 따라 유책 여부를 묻지 않고 이혼을 허용하고, 상대배우자와 자녀 보호를 위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고 측 변호사는 파탄주의를 받아들일 여건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혼인도 민법상 중요한 계약인데 부정행위로 혼인계약을 깬 자의 권리 남용을 법이나 판례로 보호할 수 없다”고 파탄주의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어 “민법은 이혼 시 상대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보호조항과 혼인파탄에 관한 기준을 명백히 규정하는 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며 “법원이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인정하고 있지만, 이것으로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배우자와 자녀의 부양을 해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파탄주의로 나아가게 되면 유책배우자의 행복추구권을 위해 상대배우자와 자녀의 행복추구권 및 생존권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피고 측의 주장이다.

대법원은 올해 중으로 이 사건에 대한 선고와 판례 변경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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