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가 한참인데도 불구하고, 외래로 젊은 분이 ‘꼭 뭔가 잘못된 것 같다’며 허리를 싸매고 방문했다. 검사를 해보니, 디스크가 탈출되어 신경을 꽉 찌르고 있었다. 너무 아픈지 끙끙 앓듯 하여서 응급으로 현미경으로 튀어나온 디스크만 제거하였다. 이렇듯 요통은 젊거나 나이 들었거나 상관없이 각각 다양한 원인에 의해 우리 삶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므로 허리 통증의 발생 원인들을 살펴보면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는 신경압박에 의한 요통이다. 척수에서 가닥으로 나가는 신경이 압박되어 생기는 것으로, 신경이 압박되면 다리도 저려오고 허리도 아파온다. 그냥 낫지 않고, 의사가 개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디스크나, 관절 인대의 비후가 심한 신경관에 디스크가 척추 마미총 전체를 압박하게 되면 처음에는 요통이 생기다가, 점점 심해지면 양다리의 힘이 빠지고, 심하면 소대변 장애, 성기능의 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신경관을 완전 감싸고 압박하여 더 이상 양하지로 신경전달이 내려가지 못하는 경우이므로, 응급으로 전문의가 개입해야 하는 순간이다.

둘째는 디스크 자체에 기인하는 요통이다. 디스크의 변성으로 생기는 통증인 셈이다. 디스크는 우리 몸의 지줏대인 척추 사이에 인절미 같기도 하고 접착제 같기도 한 물렁물렁한 물체로서 중력의 하중을 여러 방향으로 분산시켜주기도 하고, 유연성을 제공하기도 한다. 만약 척추가 한개로 통으로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허리가 굽혀지기도 옆으로 돌리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척추 사이사이가 디스크에 의해 접착되어 있으므로, 약간씩 늘어나 옆으로 앞으로 뒤로 굽혀질 수 있다. 문제는 생존하는 동안 수십만번의 동작이 가해져서 디스크에 변성이 온다는 것이다. 제일 많이 오는 부위는 경추 5~6번과 요추 4~5번으로, 운동의 중앙에 위치하여 하중을 제일 많이 받는 곳이다. 초기에는 앞으로 굽히면 뒤로 튀어나오고 뒤로 굽히면 앞으로 튀어나오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게 된다. 점점 디스크가 변성이 되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튀어나온 채로 있게 되는데, 심하면 디스크 탈출증이 된다. 디스크 자체는 통증을 감지하지 못하나, 탈출된 디스크 주위의 섬유륜을 둘러싸고 있는 동척추신이 요통을 감지한다.

셋째는 관절이다. 척추를 지탱하는 곳은 주로 디스크로 약 70~80%의 하중을 주로 감당하나, 뒤에 위치한 후관절도 약 20%의 하중을 감당한다. 후관절은 허리를 앞으로 굽힐 때 늘어나고, 뒤로 젖힐 때 촘촘해지면서 여러 가지의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물론 옆으로 돌리거나 할 때도 약간의 변형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동작이 수십만번을 하게 되면 이 관절도 변성의 과정을 겪게 된다. 후관절의 변성도 그 정도에 따라 여러 단계로 나뉘어지지만, 3단계를 넘으면 관절주위가 비후되고, 변형이 오게 되어 척추관 협착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척추도 우리 몸의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관절의 일종이므로 잘 가꾸면서 아껴써야 함을 알려준다.

넷째는 인대이다. 척추에는 4가지 종류의 인대가 있는데, 전종인대, 후종인대, 황색인대, 극간인대이다. 이러한 인대도 척추의 움직임에 따라, 비틀어지면 제자리를 찾으려 당기기도 밀기도 한다. 이들도 척추가 수십만번 움직일 때마다, 늘어났다가 줄었다가를 반복할 것이다. 하지만 어느 시기가 오면 신선하고 탄력성이 좋던 인대도, 어느덧 딱딱한 끈으로 변하여 주위 환경 변화에 따라 급작스럽게 움직이는 척추에 보조를 맞추기가 어려워진다. 이때 생기는 것이 염좌다. 무거운 물건을 들고 가다가 허리를 잘못 놀렸을 때 허리가 아파서 꼼짝 못 하다가, 좀 쉬거나 약 먹고 좋아지는 경우는 이 인대의 문제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인대에 유연성이 떨어지고 두꺼워지고 딱딱하게 되면 급격한 움직임에 쉽게 요통이 발생할 수 있다.

다섯째는 근육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성분 중 제일 부피가 큰 것이 근육이다. 허리에도 근육이 있고, 이 근육은 매우 많은 일을 하게 된다. 허리가 부실하면 다른 일을 잘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척추 수술을 하다보면 허리 근육을 가르고 뼈와 근육에 도달하게 되는데, 척추 수술 후 허리가 약해진다는 말이 이것이다. 허리의 근육을 일부 헤집고 들어갈 수밖에 없으므로, 척추 수술을 받은 경우 일정 시기가 지나면 지속적인 허리 운동을 꾸준히 해줘야한다. 척추 수술시야에서 허리근육을 보다 보면 어떤 사람은 근육이 튼튼하고 단단하며 부피도 상당하지만, 어떤 사람은 근육으로 들어가기 전 지방덩어리가 많고, 또 근육의 부피도 작을 뿐더러, 근육의 강도도 부실한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허리의 근육이 약한 사람은 외부의 변화에 대처하기 어려워 쉽게 요통이 생긴다. 머리 감으려면 허리를 굽혀야 하는데 이것을 잘 못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필자도 꾸준히 30분씩 걷기 운동을 3달 정도 하여 요통이 없어진 경험을 한 바 있다.

여섯째는 뼈다. 척추 뼈가 압박되거나, 척추뼈가 어긋나거나, 척추뼈의 고리가 끊어져서 조금씩 놀거나 하면 허리가 안정되지 않아서 요통이 발생한다. 이럴 때는 전문의가 개입하여 척추체성형술을 하거나, 척추 유합술을 고려해야 할 경우도 생긴다. 그밖에 요통의 원인들로 악성종양, 염증, 내과적 질환 등이 있다. 요통의 예방법으로는 몸의 지줏대인 척추에 무리한 하중을 가져오는 요인들(체중, 무리한 작업, 장시간 운전)을 가급적 피하고, 동일 반복 작업 사이에 휴식 시간을 주어 회복하게 하며, 지줏대 주위(근육, 인대) 보강을 하기위해 꾸준히 걷기 등 스포츠 활동을 해두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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