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전문 인력을 채용하면서 연봉과 별도로 일회성의 인센티브 명목으로 지급한 이른바 사이닝보너스의 법적 성격에 대한 해석 방법(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2다55518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 회사는 신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경력자인 피고를 채용하면서 연봉과 별도로 이 사건에서 문제된 사이닝보너스(Signing Bonus)로 1억원을 지급하되, 원고 회사는 7년간 고용을 보장하고 피고는 그 기간 동안 근무를 보장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으로 약정을 체결하고 채용합의서를 작성하였다.

원고 회사는 위 채용합의서에 따라 피고에게 사이닝보너스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하였고, 피고는 원고 회사의 신규사업 부분 담당 사업부장으로 약 1년 2개월 정도 재직하다가 개인사유로 사직하였다. 그러자 원고 회사는 피고의 근무기간약정 위반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내지 7년간의 근무조건 불이행에 따른 반환을 각 청구원인으로 하여 위 사이닝보너스 액수 상당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2. 원심(서울고등법원 2012. 5. 24. 선고 2011나22827 판결)의 판단

원심은 위 사이닝보너스에는 ① 피고가 전 직장을 떠나 원고 회사로 이직한 것에 대한 이직사례금, ② 7년간 원고 회사에 전속하는 대가인 전속계약금, ③ 7년간의 근무에 대한 임금 선급금으로서의 각 성격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인정한 다음, 위 사이닝보너스 1억원은 7년간의 근무기간 약정에 대한 피고의 이행을 믿고 원고가 지출한 비용으로서, 피고가 전 직장을 떠나 원고에 이직하여 1년 2개월여의 기간 동안 근무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로서는 사이닝보너스를 지급한 목적의 일부는 달성하였다고 볼 수 있고, 다만 사이닝보너스 중 사례금에 해당하는 부분과 전속계약금 및 임금 선급금에 해당하는 부분을 정밀하게 구분할 방법이 없는 등의 사정이 있으므로 피고의 근무기간약정 위반으로 원고가 입은 신뢰이익의 손해를 사이닝보너스 1억원 중의 일부인 7000만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계약 해석에 관한 일반론에 입각하여, “이 사건에서와 같이 기업이 전문인력을 채용하기 위한 방법으로 근로계약 등을 체결하면서 일회성의 인센티브 명목으로 지급하는 이른바 사이닝보너스가 이직에 따른 보상이나 근로계약 등의 체결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만 가지는지, 더 나아가 의무근무기간 동안의 이직금지 내지 전속근무 약속에 대한 대가 및 임금 선급으로서의 성격도 함께 가지는지는 해당 계약이 체결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계약서에 특정 기간 동안의 전속근무를 조건으로 사이닝보너스를 지급한다거나 그 기간의 중간에 퇴직하거나 이직할 경우 이를 반환한다는 등의 문언이 기재되어 있는지 및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면서, “만약 해당 사이닝보너스가 이직에 따른 보상이나 근로계약 등의 체결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에 그칠 뿐이라면 계약 당사자 사이에 근로계약 등이 실제로 체결된 이상 근로자 등이 약정근무기간을 준수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사이닝보너스가 예정하는 대가적 관계에 있는 반대급부는 이행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위 판시를 토대로 대법원은, 이 사건 채용합의서상 사이닝보너스의 지급조건 및 반환사유가 기재되어 있지 아니한 점, 피고가 약정근무기간을 채우지 못할 경우 사이닝보너스를 반환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원고 회사가 피고에게 고지해 주지도 않은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위 채용합의서의 해석상으로는 원심이 판시한 위 ②, ③의 성격은 도출하기 어렵고 위 ①의 성격만 도출될 뿐인데(즉 사이닝보너스가 7년간의 전속근무 등을 조건으로 하여 지급되었다거나 7년간의 근무에 대한 임금의 선급 명목으로 지급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음), 피고가 이직하여 원고 회사에 입사한 이상 위 사이닝보너스에 대한 반대급부는 이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4. 대상판결의 의의

사이닝보너스란 미국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전속계약금조로 지급받는 금원에서 유래한 것으로 통상 기업이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하여 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함과 동시에 당해 근로자에게 일시불로 지급하는 금원의 의미로 이해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사이닝보너스를 지급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런데 기업이 이러한 사이닝보너스를 지급하는 경우에는 당해 직원이 의무근무기간을 채우지 아니하고 사직하는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이 사이닝보너스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종래 이러한 사이닝보너스 반환약정은 의무근무기간과 결합하여 근로자의 자유의사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로기준법 제20조(위약 예정의 금지 :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에 위반하여 무효인지 여부가 논의되어 왔으며, 이에 대한 판례의 태도는 대체로 이직금지기간이 5년 이상의 장기이고 회사가 직원에게 이직금지기간 위반을 이유로 사이닝보너스의 배액 또는 그 이상의 금액을 배상금으로 정한 경우에는 위 약정의 유효성을 부인하고 있고(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6다37274 판결 등), 이직금지기간이 2~3년으로 비교적 단기이고 직원의 계약 위반시 회사가 직원에게 사이닝보너스 그 자체 또는 근무일수에 비례한 일부 액수의 반환을 요구한 사례(수원지방법원 2003. 5. 13. 선고 2002가합12355 판결 등)에서는 그 유효성을 인정하는 경향을 보인 바 있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유효성 논의와는 별론으로 사이닝보너스의 법적 성격에 대하여 판시하면서, 이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사이닝보너스 수수의 근거가 된 채용계약에 대한 해석을 통해 당해 사이닝보너스가 이직에 대한 사례금, 전속하는 데에 따른 전속계약금, 임금의 선급금 등의 성격 중 전부 또는 일부를 가질 수 있음을 판시하여 사이닝보너스의 법적 성격에 대한 해석 방법과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아울러 기업 실무상으로도 직원을 채용하면서 사이닝보너스를 지급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이에 관한 장래의 분쟁 발생에 대비하여 위 유효성 논의에서 제시된 요건을 참작하는 한편, 채용합의서에 일정 기간 동안의 전속근무를 조건으로 사이닝보너스를 지급한다거나 약정된 전속근무기간을 채우지 못하였을 경우 이를 반환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하겠다.

저당부동산의 종전 소유자가 근저당권자에 대하여 한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 이익 포기의 효력을 그 후에 저당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 자가 부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5다200227 판결)

1. 사안의 개요 및 쟁점의 요지

이 사건은 소외인으로부터 저당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 원고가 근저당권자인 피고를 상대로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며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한 사안으로, 원고는 “저당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당시 피담보채무인 이 사건 차용금채무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상태였고, 비록 소외인이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한 바 있으나, 그 포기의 효과는 원고에게 미치지 아니하므로 원고는 이 사건 차용금채무의 소멸시효 완성을 원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원심은, 원고는 소외인이 한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고 보고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여 그 청구를 기각하였고, 이에 대해 원고는 “소외인이 한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은 당사자인 소외인과 피고에게만 미칠 뿐 제3자인 원고에게는 미치지 않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는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 범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며 상고를 제기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는 상대적 효과가 있을 뿐이어서 다른 사람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함이 원칙이나,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 당시에는 그 권리의 소멸에 의하여 직접 이익을 받을 수 있는 이해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가 나중에 시효이익을 이미 포기한 자와의 법률관계를 통하여 비로소 시효이익을 원용할 이해관계를 형성한 자는 이미 이루어진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시효이익의 포기에 대하여 상대적인 효과만을 부여하는 이유는 그 포기 당시에 시효이익을 원용할 다수의 이해관계인이 존재하는 경우 그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채무자 등 어느 일방의 포기 의사만으로 시효이익을 원용할 권리를 박탈당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의 발생을 막으려는 데 있는 것이지, 시효이익을 이미 포기한 자와의 법률관계를 통하여 비로소 시효이익을 원용할 이해관계를 형성한 자에게 이미 이루어진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을 부정할 수 있게 하여 시효완성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사후에 불안정하게 만들자는 데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판시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3. 대상판결의 의의

이 사건 원고는 외관상으로는 소멸시효 이익 포기의 직접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이므로 소멸시효 이익 포기의 상대효 원칙상 위 원고에게는 그 포기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 그리고,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를 승인하였다면 시효 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을 것이나, 그 시효 이익의 포기는 상대적 효과가 있음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저당부동산의 제3취득자에게는 효력이 없다”는 대법원의 판시사항(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100098 판결)만 놓고 보면 오해의 여지가 없지 않기도 하다. 하지만 이 사건 판결은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 당시에는 그 권리의 소멸에 의하여 직접 이익을 받을 수 있는 이해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가 그 이후에 시효이익을 이미 포기한 자와의 법률관계를 통하여 비로소 시효이익을 원용할 이해관계를 형성한 자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음을 명확히 판시하여 소멸시효 이익 포기의 효력이 미치는 자의 범위를 분명히 함과 더불어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에 상대적인 효과만을 부여하는 취지까지 판시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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