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OO경찰서는 식당과 편의점 등 10여곳을 털어 금품 1000만원 상당을 훔친 혐의로 10대 가출 청소년 7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다음날 형사미성년자인 5명을 석방했지만, 이들은 하루만에 범행을 저질러 다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범행을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지난해부터 상습절도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4월 주요 언론에 두루 보도된 범죄기사로서, 어린 소년들의 의도적 범행을 처벌할 수 없다는 제도적 허점이 과연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낮추어야 할 것인지에 관한 해묵은 논의를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2011년 봄 일본 나카시마 테쓰야(中島哲也) 감독의 영화 ‘고백’이 우리나라에서 상영되었다. 본디 ‘고백(告白)’이라 함은 우리의 언어적 감각에서 무언가 마음속에 담고 있던 것을 상대에게 털어놓는다는 낭만적 뉘앙스가 강하다. 그렇지만 미나토(湊) 카나에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악의 어두운 심장부를 들여다보는 오싹함과 비통함을 남기는 영화’, ‘냉혹하며 스타일리시한 잔혹한 교향곡’ 등의 해외평과 같이 따뜻한 색채는 전혀 없이 극단의 비극적 종말을 향해 폭주기관차처럼 달려간다.

원작은 성직자, 순교자, 자애자(慈愛者), 구도자, 신봉자(信奉者), 전도자(傳道者)의 6개 장으로 구성되어 각 장의 화자(話者)가 각기 관여된 범행의 전말을 ‘고백’하는 옴니버스적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만 13세의 중학생 A, B 두명에 의해 우발적으로 벌어진 유아원생 아이의 살해, 피해자의 어머니이자 가해자들의 학급 담임교사가 에이즈 환자인 아이의 생부(生父)에게서 채취한 피를 두 범인이 마신 우유에 넣었다는 말을 남기고 교단을 떠난 후 반년간에 걸쳐 집요하게 실행되는 복수의 과정, 그 사이에 형성되는 범인 B가정의 일그러진 모자(母子) 관계와 파멸, 유아시절 학대의 정신적 상흔을 남겨준 생모(生母)에 대한 집착이 광기를 불러일으키는 A의 또 다른 살해범행, 그리고 범인 A와 담임교사가 맞서게 되는 최후의 대척점까지 시점과 시각이 서로 얽히고 설키면서 숨가쁘게 진행된다.

“이력(履歷)이 결정되면 인물들이 스스로 움직여준다”는 원작자의 말과 같이 철저한 등장인물의 성격 묘사와 더불어 치밀한 구성으로 뒷받침된 이 작품은 그해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감독·각본·편집 등 주요부문 상을 휩쓸었을 만큼 높은 완성도를 인정받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머리에 피도 안 말랐을’ 어린 주역들의 잔학한 범행에 대한 사실적 묘사가 보편적 정서에 부닥쳤는지 흥행에는 성공치 못했다.

영화의 국내 상영을 계기로 2011년 3월 말 서울의 한 소극장에서 당시 아직 현직에 있었던 필자의 진행으로 특별한 모임이 열렸다. 법조인, 교수, 사법연수원생, 로스쿨재학생 등을 대상으로 열린 시사회에 이어 형사미성년자 연령 조정의 필요성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하였던 것이다.

이 날 참석자들 상대로 앙케트도 병행되었다. 그 결과, 답변자 중 무려 88%가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데에 찬성하였으며, 그 연령에 대하여는 12세가 39%로 가장 높았고, 10세가 23%, 13세와 11세가 11∼13%의 비율로 그 뒤를 이었다.

영화 관람 직후 무겁게 가라앉았던 심적 상태를 감안한다 해도 이같은 결과는 압도적 다수가 저연령층 범죄의 사회적 위험성을 실감하고 있다는 증좌가 아닐 수 없었다. 특히 10세까지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13세보다도 앞섰다는 것은 기존의 소년범 처우가 보호처분 위주의 온정주의에 머물렀다는 반성에서 비롯된 소년범죄 엄벌화 주장과도 맞물려서 주목되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기교육의 활성화와 초·중등교육 제도의 발달, 그리고 물질이 풍요해지면서 인간의 정신적·육체적 성장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그에 따라 범죄의 저연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그 죄질도 흉포화되고 있다. 더욱 미성년자가 가해자인 성폭력범죄와 사이버·지능범죄가 급증하는 최근의 추세, 그리고 소년범의 높은 재범율이 일반의 우려를 더욱 깊게하고 있다.

우리 소년법은 2007년 12월에 대폭 개정된 바 있다. ‘시대적 상황인 소년범죄의 연소화 추세에 따라 저연령 비행소년에 대처’한다는 입법목적 아래 소년을 20세 미만에서 19세 미만으로 규정하였으며, 소년법상 연령의 하한이던 12세를 10세로 낮춤으로써 형벌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이른바 촉법소년의 범주를 10세 이상 14세 미만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형법 제9조의 “14세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형사미성년자에 관한 규정은 1953년 형법이 제정, 시행된 후 지금까지 아무런 변함이 없다.

몇해 전 이웃 일본에서 제작된 영화 한편에 대한 기억이 소년범죄 전반에 걸친 법률적, 제도적, 사회적 문제점들을 다시 성찰하도록 똑같은 상황에 맞닥뜨린 오늘의 우리에게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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