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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단체 사건에 대한 사법소극주의 비판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3다20311 판결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hd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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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4호] 승인 2015.05.26  10:3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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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사실관계

피고는 XX교회(교단)에 속한 교회이고(이하 ‘피고 교회’), 원고는 피고 교회의 정회원이다. 원고는 피고 교회의 사무총회에서 3인을 장로로 선출한 결의(이하 ‘이 사건 결의’)가 무효이므로 그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XX교단의 헌법 규정에 의하면, 장로는 당회에서 추천한 자를 사무총회에서 투표하여 재석 2/3 이상의 득표로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피고 교회 사무총회는 투표가 아니라 참석한 정회원들로 하여금 박수를 치도록 하여 전원이 찬성한 것으로 보고 가결처리했다.

II. 법원 판단

1. 원심(광주고법 2013. 1. 30. 선고 2012나2926 판결, 1심 판결 취소, 무효 확인)

원심법원은 “우리 헌법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종교와 국가기능을 엄격히 분리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종교단체의 조직과 운영은 그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되어야 할 것이므로, 교회 안에서 개인이 누리는 지위에 영향을 미칠 각종 결의나 처분이 당연 무효라고 판단하려면, 그저 종교단체 아닌 일반단체의 결의나 처분을 무효로 돌릴 정도의 절차상 하자가 있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그러한 하자가 매우 중대하여 이를 그대로 둘 경우 현저히 정의 관념에 반하는 경우라야 한다고 할 것이다”라는 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3다63104호 판결(이하 ‘2006년 대법원판결’)을 인용한 후, 이 사건 사무총회의 결의는 그 결의 방법의 하자가 정회원의 표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 중대한 것으로서 이를 그대로 둘 경우 현저히 정의관념에 반하는 정도라고 할 것이므로 무효라고 판결했다.

2. 상고심(이 사건 판결, 원심판결 파기, 1심판결 취소, 소 각하)

상고심은 소의 적법성을 직권으로 판단해 부적법한 소라는 이유로 각하판결을 선고했다. “종교활동은 헌법상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의 원칙에 의하여 국가의 간섭으로부터 그 자유가 보장되어 있으므로, 국가기관인 법원은 종교단체 내부관계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는 그것이 일반 국민으로서의 권리의무나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것이 아닌 이상 원칙적으로 그 실체적인 심리판단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당해 종교단체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여야 한다”라는 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3다78990 판결 등(이하 ‘2014년 대법원판결’)을 들어, 일반 국민으로서의 특정한 권리의무나 법률관계와 관련된 분쟁에 관한 것이 아닌 이상 종교단체의 내부관계에 관한 사항은 원칙적으로 법원에 의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그런데 피고 교회의 정회원에 불과한 원고는 위 결의에 의해 장로 지위가 부여되는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므로(저자 주: 만약 장로 선출 정원이 정해져 있고 원고가 차점자로 탈락한 것이라면, 이 사건 판결과 같은 입장에서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볼 것인지, 이 경우에도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볼 것인지 의문이 있다), 김OO 등에게 장로의 지위가 부여됨으로써 김OO 등이(저자 주: ‘김OO 등이’ 부분은 문맥상 ‘원고가’의 오기가 아닌가 한다) 피고 교회에서 누리는 개인적 지위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원고가 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의 근거가 될 수 없고, 그 밖에 위 결의와 관련하여 원고의 구체적인 권리 또는 법률관계를 둘러싼 분쟁이 존재하지도 아니한다고 보았다.

III. 검토

1. 관련 대법원판결 검토

원심과 상고심이 근거로 한 대법원판결(2006년, 2014년)은 모두 헌법 제20조(종교의 자유, 정교분리의 원칙)에 따라 종교단체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것을 공통으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1심과 원심은 결론에서 다르지만 이 사건 결의가 사법심사 대상이 된다고 본 반면, 상고심은 그렇지 않다고 보았다. 두 대법원판결을 조화롭게 해석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종교단체 내부사항으로서 일반 국민으로서의 권리의무나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것이라면 사법심사 대상이 된다. 그렇지 않다면 원칙적으로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다. 둘째, 종교단체 안에서 개인이 누리는 지위에 영향을 미칠 종교단체 내부의 각종 결의나 처분이 일반단체의 결의나 처분을 무효로 돌릴 정도의 절차상 하자가 있는 정도를 넘어, 그러한 하자가 매우 중대하여 이를 그대로 둘 경우 현저히 정의 관념에 반하는 경우에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뿐 아니라 그 결의나 처분이 무효로 될 수 있다.

‘교회 안에서 개인이 누리는 지위에 영향을 미칠 각종 결의나 처분’은 일반 국민으로서의 권리의무나 법률관계가 아니라고 할 수 있으므로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지만, 일반단체보다 더욱 엄격한 요건을 부여하여 예외적으로 사법심사 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2. 종교교리와 무관한 종교단체 내부 분쟁

비위행위로 사제직에서 면직된 가톨릭신부가 면직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고 사제생활비 등 금전지급을 청구한 사건에서 법원은 위 2006년 대법원판결과 “종교단체의 징계결의가 종교적인 차원에서 행하여졌더라도, 그것이 사법적인 측면에서 피징계자의 법적 권리나 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거나, 징계결의의 효력 유무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법률관계를 둘러싼 분쟁이 존재하고 그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징계결의의 당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그 판단의 내용이 종교교리의 해석에 관한 것이 아닌 한 법원은 징계결정의 당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판결(대법원 2005. 6. 24. 선고 2005다10388 판결)을 들어, 면직처분은 사제신분을 박탈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종교단체 내부의 종교적인 방법에 의한 제재에 해당하는 것이며, 금전지급청구는 종교상의 지위에 수반되거나 파생되는 것에 불과하므로 금전지급청구도 본체인 종교상의 지위에 관한 분쟁의 성질을 갖고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면직처분 무효확인이나 금전지급청구는 종교교리의 해석문제에 해당하므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서울고법 2014. 5. 9. 선고 2013나34986 판결, 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4다34911 판결(심리불속행 기각)로 확정].

한편, 일본 판결 중에는 사제직 지위 일반은 순전한 종교상 지위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그 존부에 관한 분쟁은 법률상 쟁송이 아니므로 그 지위확인의 소를 각하하면서도, 특정교회 주임사제의 지위는 당해 주임사제에 대해 건물사용권, 교회로부터 받는 임금 등을 받아 종교법인과의 사이에서 일정한 세속적인 법률관계로 보이는 측면을 갖고 있으므로 그 존부에 관한 분쟁은 법률상의 쟁송으로서, 지위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본 것이 있다(大阪高判 昭和 52. 5. 26. 昭和 46年(ネ) 第1251 , 生野가톨릭교회 사건).

이로써, 일본 법원은 종교단체 내부의 문제이지만 종교교리에 관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를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우리보다는 적극적임을 알 수 있다.

갈수록 종교단체 내부의 갈등이 법적 문제로 비화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종교교리와 관련이 없는 법적 문제에 대해 오로지 종교단체 내부의 문제라는 이유로 사법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 이 사건처럼 표결에 명백하고도 중대한 하자가 있는지가 재판의 쟁점이 된 경우, 표결절차와 방식이 종교교리의 해석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없는바, 단지 종교단체 내부의 문제로 보아 하자의 중대성에 관한 판단조차 하지 않고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한 이 사건 판결은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3. 저작권 사건에 적용

이 사건 판결을 저작권 분쟁에 적용해 본다. 특정 종교집단(이하 ‘본파’)에서 분파된 집단(이하 ‘분파’)의 종교활동을 본파 집단이 방해하고자 하는 것은 종교집단의 속성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실력행사로 종교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위헌소지가 있기 때문에 본파가 분파의 종교활동을 제한하는 수단으로 저작권법이 등장하기도 한다.

즉 본파든 분파든 간에 그 종교활동(예배행위) 중에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경전이 본파 집단 또는 그 창시자가 작성한 저작물인 경우, 본파는 분파가 허락없이 이를 사용하는 것이 저작권침해라는 주장을 하면서 사용금지를 청구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재판결과에 따라 저작물로 보호되는 경전의 사용을 저작권에 의해 금지한다면 종교의 자유 또는 정교분리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반론에 직면하게 되고, 그 사용을 허용하자니 저작권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마주하게 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와 관련한 미국판결은 대체로 초기에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여 저작권 주장을 기각하다가, 후에는 저작권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단지 가치중립적인 권리로서 저작권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초래된 결과일 뿐이라는 이유로 저작권을 보호하는 판결이 선고되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남형두, ‘종교단체와 저작권 -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법조 통권 625호, 2008.10, 278~286면 참조).

우리나라에도 같은 입장에서 저작권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분파 집단의 경전사용을 금지하는 가처분신청을 인용한 사례가 있다(부산고법 2003. 9. 5. 선고 2003나2376 가처분이의 사건.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남형두, ‘合法性과 著作權 保護 要件 - 淫亂物을 中心으로’, 민사판례연구 통권 제34호, 2012. 2, 153면 참조).

한편, 이 사건 판결을 위 저작권 사건에 적용할 경우, 종교단체가 사용하는 경전은 종교단체 내부 문건일 뿐 아니라, 종교교리의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저작권침해를 이유로 경전 사용금지를 구하는 재판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할 개연성이 높다.

그러나 미국판결이나 우리나라 하급심판결은 사법심사 대상임을 전제로 저작권침해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저작권침해 사건에서 종교교리에 관한 경전이 저작물에 해당하고 저작권침해가 문제된다면 이는 종교활동을 제한하거나 특정 종교를 두둔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과 무관하게 실정법인 저작권법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여겨지는 것처럼, 이 사건에서와 같이 표결 방법에 관한 절차상 하자를 다투는 것은 종교교리에 관한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사법심사 대상으로 삼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이 사건 판결은 종교기관의 문제라는 이유로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사법심사 대상을 좁혔다는 점에서 사법소극주의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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