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청춘예찬(靑春禮讚)’에서 작가 민태원은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라고 했었건만, 요즘 ‘청년(靑年) 변호사’라고 하면, 청년에 어울리는 ‘젊음, 패기, 진취, 희망’의 단어가 떠오르기보다는 ‘막막함, 어려움, 불투명한 미래, 불안정한 현실’만을 떠올리게 된다.

이는 가뜩이나 어려워진 변호사 업계에서 변호사로서 일을 갓 시작하는 청년변호사들이 겪는 어려움은 여느 변호사가 겪는 어려움보다 크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변호사가 쏟아져 나온다’는 말이 결코 과하지 않을 만큼 변호사의 수급 불균형이 심각해진 변호사 업계에, 또 다시 ‘쏟아져 나와 버린’ 청년변호사가 느끼게 되는 선배 변호사들의 냉랭한 눈초리나 청년변호사끼리의 날선 갈등과 경쟁 모두 견디기 녹록지 않다.

‘고용 감소’, ‘연봉 삭감’, ‘변호사 직급 하락’ 등 급변하는 변호사 업계에서 청년변호사가 주체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모두 객체로써 작용할 뿐이다.

필자 역시 청년변호사다. 아직 사법연수원 수료 즈음에 느꼈던 막연한 불안감이나 막막함을 잊지 못하고 있다. 어느새 3년차가 되었지만, 여전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걱정을 안고 살고 있고, 오히려 변호사 업계를 직접 경험해보니 불안감과 걱정은 더욱 커지고만 있다. 선·후배, 동기들을 만나 봐도 그들 역시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주변 청년변호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려운 변호사 시장 외에도 청년변호사들을 아프게 하는 또 한 가지가 있었다. 그건 선배 변호사들의 조언이었다.

‘눈높이를 낮춰라, 일할 수 있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어라, 절박함을 보여라, 자존심을 버려라’ 등의 조언에 다시 한번 마음을 다친다고 한다.

이러한 선배들의 조언은 비록 현실적일지 모르지만, 청년변호사들의 다친 마음을 치료해주기에는 부족하다. 청년변호사 입장에서 이런 냉철한 조언이 머리로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한편으로는 섭섭함과 서운함에 마음의 상처가 더 쓰라린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현실적인 조언이 필요하지 않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선배 변호사들 본인이 직접 경험한 현실을 바탕으로 제시하는 방법론은 모두 청년변호사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이며, 이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청년변호사들이 선배 변호사들에게 우선적으로 바라는 것은 현실적인 조언 이전에 선배 변호사들의 진심어린 다독거림이 아닐까 싶다. 너와 내가 이질적인 존재임을 드러내지 않고, 청년변호사가 느끼는 어려움과 고민을 눈과 귀를 열고, 마음으로 이해해주는 일, 바로 ‘공감’이 청년변호사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누군가는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고, 명확한 현실 인식이야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이라고 반론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청년변호사들이 선배 변호사들에게 바라는 점은 현실을 타개할 ‘뾰족한 수’가 아니다. 청년변호사들은 눈높이를 낮추고, 낮은 자세에서 절박함을 팔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취업 시장이 척박하다는 점을 모르지 않는다.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 이상 누구도 이 어려운 변호사 시장을 하루 아침에 개선해 줄 수 없으며, 결국 청년변호사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는 점 또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와 눈을 맞추고, 내가 하는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청년변호사들은 현실을 견뎌내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기에 선배들이 우리 청년변호사들의 어려움과 고민을 진심으로 공감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것이다.

존경하는 선배 변호사 한분이 필자에게 이런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다. “변호사가 이성과 논리로 다투지만, 결국에는 의뢰인들의 감정을 다독이는 감성적인 일을 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 말은 세상만사에 다 적용되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일은 감정에 달렸으니까.

이 글을 보시는 선배 변호사님 중에 조언을 해줘도 말이 많다고 혀를 차실 분도 있겠지만, 주변에 힘들어하는 청년변호사가 있다면 따끔한 조언 이전에 그 변호사의 상처를 매만져 주시길 청년변호사로서 간곡히 부탁드리는 바이다.

변호사 업계에 번영과 풍요가 다시 찾아올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선배 변호사들의 진심어린 응원과 격려가 있다면 청년변호사들은 청춘의 끓는 피로, 변호사 업계에 따뜻한 봄바람을 불어 넣을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청춘예찬’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청춘은 인생의 황금시대다. 우리는 이 황금시대의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기 위하여, 이 황금시대를 영원히 붙잡아 두기 위하여, 힘차게 도래하며 힘차게 약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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