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났다. 다소 뒤늦은 일이어서 안타깝지만 국회에서 관련 특별법이 공포되고 특별법에 의한 조사위원회가 구성돼, 감사원과 검찰, 국회 차원에서 이루어진 진상조사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고 일부 국민이 의혹을 갖고 있는 세월호 사고의 또 다른 원인을 조사할 수 있게 된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세월호 사고의 발생에 기여한 여러 사정들에서, 우리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물질만능주의와 무사안일주의, 관료주의적 적폐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알게 된다.

세월호의 침몰이라는 초대형 인명사고의 직접적인 책임은 당해 선박을 무리하게 운항한 선사와 선원들에게 있지만, 그에 못지 않은 국가공무원들과 전문가집단의 잘못도 밝혀졌다. 세월호의 도입과정에서 무리한 증개축을 눈감아 준 인천지방해양항만청의 부실한 증선계획 인가, 선박의 안전운항의 전제가 되는 복원성 검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한국선급의 부실한 검사, 운항 심사과정에서 증빙서류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운항관리규정 심사를 승인한 인천해양경찰서 담당공무원의 나태, 세월호 출항 전 필요한 화물 등에 대한 검사를 소홀히 한 해운조합관계자의 태만과 안일한 업무처리 등 사고 전 감독기관의 잘못은 물론 사고사실의 전달과 구조활동의 비체계성 등 사고 이후의 구조체계도 부족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세월호를 운항한 선사와 선원을 감독하고, 사고를 예방해야 할 공적 직무의 담당자들이 제대로 근무하지 않은 작은 잘못들이 누적되어 대형 인명참사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정부와 국가의 잘못을 부인할 수 없게 하는 사정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부적절한 업무처리의 관행과 공무원 및 공적 직무의 수탁자들의 업무처리가 반드시 여객선의 운항에만 한정되어 발견된 문제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감사원과 검찰의 조사결과를 보면, 이번에 문제된 세월호 사고의 배경이 되는 안전불감증과 부실한 감독업무, 검사의 태만 등의 현상은 비단 선박운항과 관련된 사항에서만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다른 사회영역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군 부대 내의 각종 폭력과 성범죄, 원자력발전소의 부품공급과 관련된 비리, 방위산업과 관련된 비위 등 잇달아 터져나오는 우리 사회의 숨겨진 비리들은 우리 사회 저변에 물질만능주의적인 생각과 조직이기주의, 관료주의적 적폐가 자리잡고, 공적기관뿐 아니라 사적 기업의 영역에서도 뿌리 깊은 부패구조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돌이켜 보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이나 기업은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려고 시도한다. 그러므로 공적 규제를 피하고, 안전을 위해 부과되는 각종 조사와 검사를 간이하게 하고 심지어는 부정한 방법으로 이를 회피하려는 시도는 늘 있게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규제를 담당하는 공무원이나 공적 직무를 위탁받은 전문가집단은 경제적 효율성이나 신속성 등의 요청 외에 공적 직무 자체의 목적과 그 성격에 걸맞은 업무처리로 자신의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 적용에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법적 규제는 올바른 자세로 공무를 수행하는 공무원과 수탁업무처리자에게 그 직무가 맡겨질 경우에만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공적 직무를 수탁받은 국민들이 사적인 동기로 그 직무수행을 하거나 직무수행을 태만히 할 경우, 그 위험성은 불특정 다수에게 예상치 못한 결과로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세월호 사고가 주는 교훈은 지금까지 우리가 업무의 관행이나 선임자의 선례라고 가볍게 여기던 공적 직무를 되돌아볼 것을 요구한다. 공무원이든, 공적 직무를 수탁받은 개인이든, 아니면 사적 직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든, 사회의 각 분야에서 타인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그가 담당하는 직무로부터, 혹은 국가와 사회로부터 위탁받은 직무를 진지하고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몸에 배어야 한다. 그저 전임자가 해오던 대로 반복하거나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자의적인 판단을 버리고, 제도와 역할에 맞도록 자신의 본분을 돌아보도록 요청하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 1주년을 보내면서 세월호 사고로 인한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이 거기서 그치지 않게 하려면, 나부터 변호사로서, 국가기관의 조력자로서, 작은 사무실을 운영하는 경영자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스스로에게 기대되는 역할에 최선을 다해 수행하여 왔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사고의 희생자들의 평안한 안식을 기원하며, 그 가족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동시에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가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세월호 사고가 주는 교훈을 잊지 말고 자신의 역할과 임무를 새롭게 깨우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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