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는 집에서 가족들과 대화할 때는 편안하게 말도 잘 하지만, 집 밖에 나가 처음 보는 사람들과 만나거나 대화할 때, 혹은 직장 상사 등 윗사람과 대화할 때면 극심한 불안감과 함께 과도하게 긴장되고, 얼굴이 붉어지거나 표정이 굳어지고 목소리가 떨리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대인공포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어떤 바이올리니스트는 집에서 연습할 때는 최고의 실력으로 연주를 하다가도 무대에 서서 대중들의 시선을 받는 상황에서 연주를 할 때면 극심하게 긴장되어 외운 악보도 까먹고, 심장이 벌렁벌렁 거리고 몸에 땀도 많이 나고 머리도 띵하며 눈앞이 흐릿해지고, 몸을 부르르 떨어 서 있기조차 힘들어져 결국 완벽히 준비한 것도 잘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무대공포증’ 혹은 ‘수행공포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흔하게는 회사원 중에 회사에서 10명 남짓 팀장과 팀원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 하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위와 같이 낯선 사람이나 윗사람과 대화할 때 혹은 대중들의 시선을 받는 상황에서 누구나 불안감과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불안과 긴장이 너무 과도하여 그 상황을 회피하게 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이런 대인공포증, 무대공포증, 수행공포증 등을 통틀어 ‘사회 공포증’이라고 진단한다.

사회 공포증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당황하거나 바보스러워 보일 것 같은 사회 불안을 경험한 후 다양한 사회적 상황을 회피하게 되고 이로 인해 사회적 기능이 저하되는 정신과적 질환이다. 사회 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은 다양한 사회적 상황에서 창피를 당하거나 난처해지는 것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을 가지는데, 예를 들면 많은 사람 앞에서 이야기할 때, 대중 화장실에서 소변을 볼 때, 그리고 이성에게 만남을 신청할 때 심한 불안감을 경험하게 된다.

친밀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노출되거나 타인으로부터 심사받을 수 있는 사회적인 상황 또는 일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현저하고 지속적인 공포를 느낄 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불안해하는 모습이 보이게 될까봐 두려워하기도 한다.

또한 공포가 과도하고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자신이 알고 있다. 환자들은 불안감을 일으키는 상황을 피하고자 끊임없는 노력을 하게 되고 이것이 사회적 기능에 저하를 일으킨다. 두려워하는 상황에 노출될 때 공황발작 형태로 불안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우울증이 흔히 동반되는데 사회 공포증 환자의 1/3 정도가 우울증을 동반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알코올 남용 같은 물질 남용 문제도 흔하게 나타난다.

사회 공포증은 환경적 요인과 생물학적 요인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유전적인 요소도 작용하고, 감정과 기분의 조절 역할을 하는 세로토닌 등의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원인으로 하는 생화학적 요소도 작용한다. 공포 반응에 관여하는 대뇌의 편도체(amygdala)가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사회적 불안감을 일으키는 과장된 공포 반응을 보인다고 보고되고 있다.

사회 공포증 환자들은 회피성 인격 성향과 많은 연관을 가진다. 거절에 대해 매우 예민하고, 그로 인해 사회적으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인격이며, 자신을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인간관계를 맺고, 거부나 상실에 대한 두려움과 고통이 커서 오히려 혼자 지내려고 하지만, 내적으로는 친밀한 관계를 원하는 특징이 있다. 이들은 행동억제 기능이 과도하게 작용하고, 이런 기질적 특성과 함께 어릴 적부터 경험한 모욕감, 당황감, 무가치감 같은 환경적 경험이 상호작용하게 되며, 소심함, 수줍음, 과도한 자의식, 부적절감이나 열등감 등과 관련이 있다.

사회 공포증 환자들은 대부분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와 같은 약물 치료로 치료가 된다. 부적응적인 믿음과 자동화되고 왜곡된 사고에 대한 인지 재구성 훈련과 상황 노출 훈련 등으로 구성된 인지행동치료도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무대공포증 혹은 수행공포증을 가진 환자들은 수행 30분 전에 프로프라놀롤(propranolol)과 같은 베타차단제를 복용함으로써 덜 불안하게 수행을 하게 되고 자신감을 획득할 수 있게 해준다.

사회공포증의 불안은 학습적 경향이 있는데, 대인관계에서 불안을 느끼는 경우 사람 만나는 것을 회피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더 위축이 되고 자신감이 떨어지고 또 다음의 대인관계에서 불안이 더욱 커지는 악순환의 과정에 들어가는 것이다. 따라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주고 자신감의 경험을 획득하게 해주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