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실무 교육 강화해야 … 이론 3년, 실무 1년의 4년제 방안 나와

# A변호사는 두해에 걸쳐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실무수습 변호사로 채용했다. 실무수습을 위해 변호사 채용공고를 냈을 때만 해도 자료조사, 준비서면 작성 등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6개월의 실무수습기간이 끝나면 정규 소속변호사로 채용할 생각으로 급여도 300만원선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A변호사는 수습기간 6개월 내내 골머리를 썩여야 했다. A변호사의 사무실은 주로 가압류 관련 사건을 처리하는데, 수습변호사가 보전소송 과목을 로스쿨에서 전혀 수강하지 않아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실무수습변호사가 작성한 준비서면을 고치고 있노라면 돈 주고 빨간펜 선생님이 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6개월동안 일을 가르쳐 놓았더니, 법무법인에 채용됐다며 A변호사 사무실을 훌쩍 떠나버렸다.

# B변호사는 5개월 전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고 법률사무종사기관에 들어갔다. 첫 면담시에는 6개월의 수습기간이 끝나면 정식으로 채용할 것처럼 얘기해, 교통비 식비만 해결할 정도의 적은 급여에도 불구하고 들어갔다. 그런데 급여뿐 아니라 하는 일에서도 연수원 출신 변호사와 차별 대우를 받았다. B변호사가 지난 5개월간 한 것이라고는 복사와 자료조사뿐이었다. 얼마 전에는 사무실 사정이 어렵게 돼 실무수습기간이 끝나도 채용은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6개월간 시간 낭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제4회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지난 10일 발표됐다. 이번 시험에서는 응시인원 2561명 가운데 과락을 면한 2206명 중 1565명이 합격했다.

지난해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에서 정한 합격기준은 입학정원 대비 75%(1500명) 이상이었다. 합격률은 입학정원(2000명) 대비 78.25%, 응시자 대비 61.1%로 나타났다.

내년도 시험 합격자도 원칙적으로 입학정원 대비 75%(1500명) 이상으로 결정하되 기존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와 합격률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한 실무수습도 곧 시작된다. 변호사시험 합격자는 변호사 법에 따라 6개월 이상 법무부가 정한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법률사무에 종사하거나 대한변협에서 진행하는 실무수습연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위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변호사시험합격자연수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정해진 급여체계나 실무교육에 대한 표준매뉴얼조차 없어 법률사무종사기관마다 각양각색의 실무수습을 진행하고 있다. 법무부가 법률사무종사기관을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지만 도제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실무수습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변협연수, 강의위주로 진행돼, 출결확인 문제 발생하기도

대한변협에서 시행하고 있는 변호사합격자실무연수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다. 변협은 변호사 개업실무, 민사·가사·행정 등 실무연수를 시행하고 있다. 강사진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수강인원이 많다보니 일방적인 강의 형태로 진행되는 측면이 있고, 출결확인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실제 지난해 변협의 변호사시험합격자 실무연수에 참여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 다수가 출석체크만 하고 수업을 듣지 않는, 소위 ‘땡땡이’를 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출결사항을 수시로 검사해 수료에 필요한 이수학점을 취득하지 못한 일부 변호사시험 합격자들에게 단독 사건 수임을 금지하고, 법무법인 등의 구성원이 될 수 없도록 제한하고는 있지만, 다음 변협 연수를 수강하거나 다른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추가 이수할 수 있어 제재가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악성 실무수습기관·법률사무소 예비변호사들 깎아내리기도

실무수습을 받게 되는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변호사들의 불만도 많다. 심지어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변호사들이 주 회원인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변호사실무수습기관 및 법률사무소 블랙리스트도 떠돌고 있다.

이에 따르면 면접 시 적은 급여를 제시하고 연수원생들과 비교하며 로스쿨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하는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소속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변호사시험 합격자 실무수습 제도에 관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 로스쿨 출신 회원 중 52.1%가 실무수습제도가 실무능력 배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실무수습을 하기에는 기간이 짧아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이뤄진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 실질적으로 실무를 접하기가 어렵다는 의견, 심지어 6개월의 실무수습제도가 과도한 업무와 적은 급여로 청년변호사의 처우를 악화시킨다는 점을 꼽았다.

그 밖에도 응답자 중 로스쿨 출신 회원 61.6%는 6개월 실무수습제도를 폐지하고 로스쿨 내 실무교수를 증원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변협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로스쿨의 커리큘럼을 4년제로 바꾸고, 이론교육 3년, 실무교육 1년을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하창우 협회장은 “변호사시험 합격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지금의 6개월 실무수습제도를 폐지하고, 별도의 실무연수 1년을 받도록 해야한다”는 개혁안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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