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은 최근 한 퇴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신고서를 반려했다. 또 대한변협은 대법관 후보자로 임명 제청된 인사에 대해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퇴임 뒤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요구하겠다며 국회의장과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그 후보자는 거부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대한변협의 위 조치를 둘러싸고 찬반양론이 뜨겁다.

대한변협의 위 조치는 우리 사회 어느 집단도 퇴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으로 인한 사법 불신을 해소하고자 노력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취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퇴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을 제한하여야 한다는 요구는 이미 오래 전부터 국민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사법부 최고 직책인 대법관으로 재직하고 퇴임한 뒤 변호사 개업을 하고는 고액의 수임료를 받고 사건을 수임하여 전관예우(前官禮遇)의 상징이 됨과 동시에 후배 법관들에게 부담을 줌으로써 사법 불신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또한 대법관 재직 시에도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염두에 두고 취업할 로펌 등을 고려하여 판결에 영향이 미쳤을 것이라는 오해의 소지도 피할 수 없었다.

퇴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민주화된 이후 각 정권에서 사법개혁을 시도할 때마다 지적되었다. 제18대 국회에서는 대법원장·대법관·헌법재판소장·헌법재판관이 퇴임 후 공익적 봉사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의 ‘전직 대법원장 등의 공익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된 바도 있다. 그렇지만 그때마다 그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거나 적정한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먼저 도입되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번번이 흐지부지되었다.

퇴임 대법관의 ‘영리적 활동을 위한 변호사 개업’을 제한하는 것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할 수 있는가? 우선 확실히 할 것은 변호사 개업만을 제한하는 것이지 대학이나 연구소 기타 기관에 근무하거나 공익적 활동을 하는 것까지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퇴임 대법관이 할 수 있는 일이 변호사 개업뿐인가? 사법부 전체의 신뢰를 위해 대법관까지 역임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크나큰 혜택을 입은 소수 인사의 변호사 개업만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최소 침해 원칙과 법익균형성 원칙을 침해하지 않는 것으로 충분히 평가할 수 있다.

대한변협의 변호사 개업 신고 반려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도 있으나, 현행 변호사법과 대한변협 회칙의 해석상 반드시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퇴임 대법관들이 자발적으로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음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겠다. 대한변협으로부터 변호사 개업 신고를 반려 받은 분이, 개인적으로는 승복하기 어려운 측면이 없지 않겠으나, 우리 사회의 법치 수준과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위해 대승적으로 이를 수용한다면 우리 사회는 그 결단을 높이 살 것이다.

한편,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는 것은 꼭 법적 근거가 필요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서약서를 받는 것이 문제가 된다면,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의사를 명확히 확인하여 청문회결과보고서 채택 및 본회의에서 동의 여부에 대해 표결할 때 중요한 고려요소로 삼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만, 현재 제청되어 있는 후보자는 검사로서 고의적으로, 적어도 능력 부족으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하는 데 관여하였기 때문에 대법관으로서 적합한 자질을 가졌는지 먼저 검증되어야 한다.

대한변협의 위 조치에 대해 과연 법원, 특히 대법원이 반발할 자격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법원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상고법원 제도 도입과, 약식명령에 대해 정식재판을 청구한 경우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폐지를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대법원의 사건부담 감경, 정식재판 청구의 남용 억제라는 법원의 편의를 위해서는 온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이 퇴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금지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대법원이 먼저 나서서 퇴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금지를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대한변협의 이번 조치를 계기로 퇴임 대법관이 변호사 개업을 함으로써 극심한 사법 불신을 초래하는 고질적인 병폐를 청산할 수 있기를 바란다. 과감하게 구체적인 조치를 취한 대한변협 집행부의 용기에 힘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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