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유난히 눈이 따갑다. 일회용 생리식염수를 뜯어 눈에 살짝 흘려 본다. 목에 걸린 것도 없는데 잔기침도 자꾸 나고 해서, 좀 시원해져 보자고 기침을 몇 번 했지만 목이 나아지는 것 같지 않다. 괜히 눈앞에 보이는 물잔에 손이 여러번 간다. 거기다 외출을 하고 집에 돌아와 손을 씻는데 어쩐지 손을 씻고 난 후 느낌이 개운하다. 세안을 하면서도 왠지 더 깨끗하게 느껴지는 것 같고 샤워를 하고 나니 이제야 좀 상쾌해지는 듯하다.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던 하루였는데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봄이라 계절이 바뀌고 만물이 생성하는 시기라 주변 환경이 알게 모르게 크게 변화 하고 있을 때다.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 강해진 자외선 이야기 등. 그런데 요즘엔 걱정 반, 익숙함 반으로 날씨 이야기가 자주 더해진다.

수년 전부터 한참을 경고 받았던 황사와 미세먼지가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최근 들어 뉴스에 ‘3월 미세먼지 5년 새 최악’, ‘미세먼지 농도’, ‘황사 발생일수’, ‘슈퍼 황사’와 같은 주제가 자주 언급되곤 한다.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는 건 나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초미세먼지에 관한 이야기도 자주 들린다.

올해는 황사도 잦고, 강수량은 낮은데다 바람까지도 잘 불지 않아서, 미세 먼지의 농도가 공기 중에 계속 쌓여 지난 5년새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미세먼지는 대기 중에 부유하는 물질로서 여러 가지 성분을 가지는데, 일반적으로 자동차의 배기가스나 먼지, 공장 굴뚝을 통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최근 한국에 발생하는 고농도 미세먼지의 현상은 중국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가 주요 영향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세먼지는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먼지를 말하고, 이 중 입자가 2.5마이크로미터 이하로 더 작은 미세먼지를 초미세먼지라고 부르는데, 세계보건기구(WHO)는 BC(Black carbon-디젤에서 배출되는 초 미세먼지의 한 종류)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기도 했다. 위험한 물질이란 소리다.

글자 그대로 ‘미세’한 미세먼지. 그보다 더 작은 초미세먼지는 납, 카드뮴, 비소 같은 유해 금속 성분과 탄소, 황산염, 질산염 등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물체로서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대비 없이 있기에는 상당히 위험한 존재이다. 입자가 매우 작기 때문에 흡입한 경우, 코 점막을 통해 걸러지거나 호흡운동을 통해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폐포로 침투해 혈관이나 임파선에 침입할 수 있으며, 혈액에 유입해 그 독성이 전신에 퍼뜨리면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단기간에 고농도로 급성 노출될 경우 기도가 자극되어 기침 및 호흡 곤란 증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천식이 악화될 수도 있다. 장기간 만성으로 노출될 경우에는 면역력이 저하됨과 동시에, 폐를 포함한 호흡기 질환(천식, 후두염, 인후염, 감기, 기관지염 등)이나 안구 질환(알레르기성 결막염, 충혈, 이물감, 가려움, 안구 건조증 심화), 피부 질환(여드름 및 아토피 악화), 심혈관 질환(심장병 발생, 심장 발작의 증가)에도 노출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언제부턴가 우리와 함께 하게 된 이 불청객을 그냥 대비 없이 맞을 수만은 없는 일이 되었다. 사람들이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에 대해 인지하고 대응법을 알기도 전에, 먼저 우리 일상 속으로 성큼들어와 버린 것이 아닌가. 일반 마스크는 30% 밖에 미세먼지를 거르지 못한다니 평소와는 다른 방법을 강구할 때다. 다행히 국립환경과학원은 미세먼지에 관한 실시간 대기 정보를 내놓고 있고, 발빠른 기업들은 미세먼지용 보건 마스크나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는 제품들을 쏟아내며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아는 것이 힘이 되는 시기이다.

국민안전처에서는 황사가 일어났을 때 7가지의 국민 행동 요령을 제시하고 있다.

1. 노약자는 가능한 외출을 자제할 것
2. 외출시 식약청 인증 보건 마스크를 착용할 것
3. 면, 니트 재질의 옷은 피하고 바람막이, 고어텍스를 착용할 것
4. 콘텍트렌즈를 삼가고 안경을 착용할 것
5. 외출 후 손, 발, 얼굴을 깨끗이 씻고 소금물로 가글할 것
6. 물 또는 차를 자주 마실 것 7. 공기청정기로 실내공기를 청결하게 할 것 등이다.


이와 더불어 생활속에서 미세먼지에 대응할 가벼운 방법으로는 긴팔을 입고 수분이 많은 과일을 먹거나 샤워나 양치질을 자주하고, 기본적으로 미세먼지 예방마스크는 일회용이므로 세탁해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있다. 피할 수 없다면 대비하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3월에서 5월사이에 가장 심하다고 하는 황사와 미세먼지, 그리고 초미세먼지까지. 아직 크게 신경쓰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부터 준비하고 대응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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