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을 알아보기 위한 검사라는 말만 들어도 흑인은 지능지수 점수가 떨어지고, 수학 능력을 알아보기 위한 시험이라는 말만 들어도 여성은 수학 점수가 하락하는 고정관념의 위협 현상을 살펴보면서 점수 하락의 원인 중의 하나로 스트레스를 지목했었다. 이는 특정 정체성에 포함되는 사람이 자신의 정체성에 위협이 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바로 그 스트레스에 의한 심신의 동요가 성적을 하락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본인이 스트레스로 인한 동요 하에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면 고정관념의 위협을 통제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스트레스로 인해 불안하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불안의 원인 및 결과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지능검사를 받으며 고정관념의 위협 때문에 점수가 하락한 흑인에게 시험 보는 동안에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불안을 느꼈는지 여부 등을 질문하면 고정관념의 위협을 받지 않은 학생들과 동일한 정도의 일상적 불안과 스트레스를 보고한다. 즉, 특별히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의 생리적 스트레스 지표인 혈압이나 근육의 긴장도를 측정하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더 나아가서는 뇌 활성화의 차이도 관찰되었다. 고정관념의 위협을 받지 않는 상황 하에서의 흑인이나 여성은 시험을 볼 때 학습과 관련된 뇌 부위인 신피질이 활성화되었지만 고정관념의 위협을 받는 상황 하에서는 학습관련 부위의 활동은 둔화되고 대신 감정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활성화되었다.

그렇다면 뇌와 스트레스, 고정관념의 위협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일까. 뇌와 스트레스의 관계를 살펴보기 전에 다음 질문에 답해보자.

술은 뇌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 약물이다. 그렇다면 알코올이 중추신경계에 미치는 효과는 흥분성일까 억제성일까. 대개의 경우 사람들이 술을 마시면 흥분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알코올은 중추신경 흥분제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로 알코올은 중추신경억제제이다.

중추신경억제제가 흥분제처럼 보이는 이유는 사람의 뇌가 진화적으로 크게 삼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뇌의 가장 아래에 위치한 후뇌는 생명유지에 필요한 심장박동, 혈압, 호흡을 담당하기 때문에 생명의 뇌라 부르고, 후뇌 위층에 있는 뇌는 중뇌로서 주로 감정을 담당하기 때문에 감정의 뇌라 칭한다. 삼층 구조 중 가장 상층부에 위치하는 전뇌는 고등정신과정을 담당하므로 생각의 뇌라고 부른다.

미국의 신경과학자인 폴 맥린은 뇌의 삼위일체 이론에서 뇌의 삼층 구조를 각 뇌를 가장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동물의 이름을 따서 그 특성을 설명했다. 후뇌는 파충류에게서 가장 두드러지게 발달한 뇌이므로 파충류의 뇌 혹은 악어의 뇌라고 부르고 사람에게서는 혈압 등의 제반 기능과 생명유지에 필요한 공격적 행동과 방어행동 등을 담당한다고 설명한다. 후뇌와 전뇌간의 정보전달을 담당하는 중뇌는 파충류에게서는 발달하지 않은 부분이며 포유류가 꼬리를 흔들거나 으르렁거리는 등의 희로애락을 표현할 때 주로 사용하므로 포유류의 뇌라고 부른다. 포유류의 뇌는 사람에게서도 감정과 동기 등을 담당한다. 전뇌는 진화적으로 인간을 포함함 영장류에게서 나타나는 부위로서 고차 사고를 담당하는 영역이므로 영장류의 뇌 혹은 인간의 뇌라 부른다.

술을 마시게 되면 뇌의 억제가 발생하는데 그 억제가 진화적으로 가장 최근에 나타난 영역부터 순차적으로 이루어진다. 첫 몇 잔을 마시게 되면 인간의 뇌인 신피질이 억제된다. 사고와 계산기능이 약해지면서 포유류의 뇌가 최고 중추 역할을 맡게 된다. 따라서 평소에는 맥락에 부적절하게 웃거나 우는 행동을 하게 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계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하지 않던 행동들이 억제기능이 사라지자 나타난다. 즉 포유류의 영역인 감정뇌가 하고 싶은 대로 울거나 웃는 행동을 하게 된다. 알코올이 중추신경 흥분제라고 오해받는 이유이다. 여기서 더 마시게 되면 악어의 뇌가 최고 결정 중추가 되면서 수치심이나 연민 없이 파충류 본연의 약육강식 행동을 거리낌 없이 행한다.

고정관념의 위협에 의한 스트레스는 뇌의 삼층 구조에 알코올이 효과를 미치는 것과 유사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사람의 능력을 측정하는 상황에서 고정관념의 위협 때문에 포유류의 뇌를 지닌, 파충류의 뇌를 지닌 사람이 시험을 보는 것이다. 결과는 당연히, 점수의 하락이다. 영향을 받는 것이 어디 시험뿐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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