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집권 3년차를 맞아 공공개혁(公共改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행정자치부는 ‘지방공기업 종합혁신방안’을 국무회의에 보고하고 언론에 발표하였다. 지방공기업의 과도한 부채 및 방만한 경영 등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방공기업의 설립단계에서부터 사업추진단계, 부실공기업의 청산단계에 따른 생애주기(life cycle)별 모든 과정에 걸쳐 종합적 혁신방안이 마련되었는데, 제도혁신, 구조개혁 및 부채감축 등 3개 분야의 총 8대 중점추진과제를 담고 있다고 한다.

지방공기업이란 지방자치의 발전과 주민의 복리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설치·경영하거나 법인을 설립하여 경영하는 기업이다(지방공기업법 제1조). 예컨대, 도시개발공사, 지하철공사, 시설관리공단 등 상·하수도, 지하철 운영, 공공임대주택, 산업단지 조성, 체육·문화시설 관리 등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현재 전국에 약 400여개가 운영되고 있다.

지방공기업은 지역사회에서 공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그 총예산 규모가 지방자치단체 총예산의 약 30%에 달할 정도로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여 지방공기업의 성과가 지역발전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지방공기업의 성패는 지역사회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IMF 및 지방분권의 기조 하에 지방공기업에 대한 정부의 설립인가권을 폐지함으로써 설립권한이 지방자치단체로 완전히 이양됨에 따라 지방공기업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는데, 주민복지 증진, 지역개발 촉진, 지역경제 활성화 등 지역에 필요한 맞춤식 사업을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 지방공기업 전성시대가 활짝 열리게 된 것이다.

한편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공약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무리하게 설립되는 지방공기업도 생겨나게 되었는데 (여기에 인기영합적인 무리한 사업추진까지 더해져) 이는 필연적으로 지방공기업의 부실화, 나아가 지방재정의 악화로 이어지는 부작용도 발생하였다. 문제는 일반 사기업과 달리 지방공기업은 지역주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과도한 복리후생, 방만경영 등으로 인한 폐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의 몫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처럼, 지방공기업의 경영성과를 비교한 각종 통계자료에서 설립권의 지방이양 이후에 설립된 지방공기업의 부실경영이 두드러진 것은 지방공기업을 통제할 시장기능이 발달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방자치권이라는 명분에 밀려 설립 지방자치단체나 지방공기업의 자발적 통제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혁신방안을 요약하면 지방공기업의 설립 및 신규사업 추진은 엄격해지고 부실공기업의 청산은 신속해진다는 것이다. 설립심의협의회를 골자로 하는 설립요건 강화는 지방공기업의 남설(濫設) 방지를 위한 설립단계에서의 사전통제장치로서 지방권력에 대한 실질적 권력통제수단으로도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향후 그 내용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설립권한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정도에 이르러서는 안 될 것이다.

아울러, 일정 규모 이상 신규사업 추진시 그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한 ‘사업실명제’를 도입하고 신규사업 타당성 검토를 강화하겠다고 한다. 지방공기업 운영과 관련하여 무리한 신규사업의 추진에 대한 견제장치로서 책임경영의 강화로 부실경영이 어느 정도 차단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한번 설립된 지방공기업은 사실상 없어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해당사업이 지역사회의 공동수요에 따른 공익사업이라는 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해산사유가 있음에도 해당공기업은 목적과 무관한 사업을 벌이는 등 스스로 생존본능을 발휘하기도 하고 여기에 노동조합까지 반대하고 나선다면 사실상 해산은 불가능해진다.

그러나, 지방공기업도 일종의 유기체이므로 영원할 수 없고 라이프사이클에 따라 조직의 존속·변경 여부가 정해져야 한다. 당초 설립목적에 맞는 사업을 완수한 후 자진해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반대로 부실경영으로 자체 생존이 불가능하거나 사회인식의 변화로 존립의 필요성이 없어진 공기업은 퇴출되어야 한다. 여기서 이른바 기업(사업)일몰 개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부채상환능력 및 사업전망 등을 기준으로 하는 청산요건 및 청산절차를 구체적으로 마련해 법령으로 정하겠다고 한다. 사실상 유명무실한 현행 청산명령제도를 개선함에 있어서, 지방공기업이 공공성으로 인해 시장경제원리에 둔감하다 해도 기업인 이상, 청산·퇴출될 수 있다는 신호를 명확히 주어야 하며, 청산이 불가피한 경우 신속하게 정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에 정부의 ‘지방공기업 종합혁신방안’은 효율성에 방점이 찍힌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지방공기업은 공공성(公共性)과 효율성(效率性)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 당장 지방공기업의 당면한 문제점으로 볼 때 공공성보다 효율성이 강조되어야 할 시기임에 틀림없으나, 궁극적으로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긴장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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