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와의 합의, 피해자에 대한 금전공탁은 재판과정에서 피고인이 선처를 받기 위한 중요한 정상자료이다. 모욕죄와 같은 친고죄나 폭행죄와 같은 반의사불벌죄에 있어서 합의는 범죄소추조건의 결여로 ‘공소권 없음’ 내지 ‘공소기각 판결’의 사유가 된다.

합의서에는 사건번호와 사건명, 피고인 이름을 기재한 후, (피해자가 고소를 한 경우)고소취소 및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과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이 들어가면 된다. 합의금액이 명시될 필요는 없으나 적정 금액 이상을 주고 합의한 경우에는 기재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피해자가 고소취소만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면 고소취소장을 별도로 작성할 필요는 없다. 판례는 “일체의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지 아니한다”는 합의서가 제출되면 고소를 취소한 것으로 본다(2001도6777). 피해자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 인감증명서를 첨부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신분증의 앞, 뒷면을 복사한 에이포지로 갈음할 수도 있다.

합의를 위해서는 피해자와 연락하기 위해 전화번호 등 연락처를 알아야 되는데 보복범죄 방지와 개인정보보호 등을 이유로 피해자의 연락처는 비공개된다. 따라서 변호인은 피해자의 연락처를 얻기 위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실무상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합의를 원하므로 피해자의 연락처를 제공해 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합의요청서’를 제출한다. ‘피해자의 연락처는 피고인 등 어느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겠다’는 약속도 위 서면에 기재한다. 그렇지 않으면 별도의 서약서를 작성할 수도 있다.

교통사고 합의의 경우 피해자가 주의할 점이 있다. 가해자인 피고인은 대개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보험회사가 진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형사합의금을 지급하면 피고인은 보험회사에 대해 합의금만큼의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면 보험회사는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액에서 합의금을 공제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피해자는 합의하면서 피고인의 보험금청구권을 양도받아야 한다. 채권양도의 통지는 양도인인 피고인이 보험회사에 직접 해야 한다(민법 제450조 제1항).

합의금은 피해자가 신체적 상해를 입은 경우 대개 한주당 50만원정도로 계산한다. 하지만, 3주 이상의 진단이 나오는 중상의 경우에는 기계적으로 산정되는 것이 아니어서 피해자가 부르는 금액이 합의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피해자 중에는 합의금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공탁을 한다.

공탁도 위 합의절차처럼 공탁요청서 제출, 피해자의 의사확인 등의 절차를 거쳐 공탁에 필요한 서류인 공소장(1심) 내지 판결문(2심)과 피해자진술조서를 등사해야 한다. 피해자진술조서는 표지만 있어도 되지만 피해자의 인적 사항이 공개되어있어야 한다. 공소장이나 판결문은 피고인이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을, 피해자진술조서는 법원이 피해자의 동의를 얻어 공탁을 허가했다는 점을 입증한다.

주의할 것은 개인적 법익을 침해하는 범죄가 아닌 무고죄와 같이 국가의 사법기능을 저해하는 범죄에서는 공탁이 정상자료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일단 공탁하면 공탁금은 피해자의 동의 없이 회수하지 못하므로 낭패를 보지 않도록 한다.

공탁은 피공탁자의 주소지 관할법원에 하므로 공탁서에 피공탁자의 주소지를 필수적으로 기재해야 하고 피공탁자의 주소를 소명하는 서면(실무상 주민등록초본)을 첨부해야 한다(공탁 법제4조, 동규칙 제21조 제3항). 피해자의 주민등록초본은 법원 공탁계 공탁관이 공탁서를 접수하면서 주소보정명령을 내리면 인근 주민센터에 가서 발급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실무상 살인, 강도, 강간과 같은 강력범죄와 성폭력범죄의 경우에는 뚜렷한 근거 규정도 없이 피해자의 보호 등을 이유로 주소보정명령을 해주지 않는 것이 관행이다. 성폭력범죄의 경우에는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처럼 벌금 몇백만원이 선고된 가벼운 범죄라도 마찬가지이다. 이로 인해 위와 같은 강력 범죄나 성폭력범죄의 경우 사실상 공탁수리를 거부하는 결과가 된다. 공탁관의 불수리처분에 대해서는 관할 지방법원에 이의신청과 항고로 다툴 수 있다(공탁법 제12조,제14조, 규칙 제48조 제1항).

위와 같은 공탁 실무상의 문제점에 대해 개선 요청이 계속 제기되었고 대법원은 최근 공탁규칙을 개정해 ‘형사공탁’ 규정을 신설하고(시행 2015.7.6) 피해자의 성명, 주소, 주민번호 등을 기재하지 않아도 법원과 사건번호 등만 알면 공탁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공탁신청 수리가 된 경우 공탁금의 은행 납부 기한은 실무상 보통 접수 익일까지 정해지고 기한 내에 공탁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수리결정은 그 효력을 잃게 되므로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공탁규칙 제26조 제3항). 절차가 번거롭고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페이퍼공탁 대신에 최근 시행되고 있는 전자공탁을 활용하면 법원에 가지 않고 사무실에서 1~2시간 내에 끝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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