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결혼이라는 의식을 통해 결합하여 서로 사랑과 굳건한 믿음을 갖고 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간혹 배우자의 부정을 의심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의 정상적인 사람들은 배우자를 의심하다가도 아니라는 증거가 확실하면 믿는다.

그러나 이보다 더 나아가 배우자가 불륜을 저질러 자신이 피해를 받고 있다고 비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부정망상’이라 하며, 의처증, 의부증이 그것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이런 환자들을 ‘질투형 망상장애’라고 진단을 내린다.

이런 환자들의 유병율을 조사하기가 쉽지 않은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지도 않을 뿐 아니라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전체 인구의 1~4% 정도로 추정되고, 사회적 요인, 성윤리 의식변화, 매스컴, 피임방법 개발 등으로 인해 증가하는 추세이다. 특히 최근 불륜 소재 드라마, 불륜을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증가하면서 이런 환자들이 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질투형 망상장애 환자들은 특별한 이유나 증거 없이 자신의 배우자나 연인이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는 그릇된 믿음을 보인다. 아니라는 증거가 확실해도 믿지 않고 오히려 배우자가 부정하다는 증거를 찾고 싶어 한다. 또 배우자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망상에 따른 행동이상을 동반한다.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사소한 증거들을 모으거나 뒷조사를 하기도 하며, 그 결과 배우자와 갈등을 빚기도 하고, 때로는 이러한 망상적 부정을 막으려는 생각에서 배우자의 자유를 구속하거나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는 것이다.

질투 망상 증상을 ‘오셀로 증후군’이라고도 하는데,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의 하나인 ‘오셀로’에서 유래하였다. 오셀로가 자신의 열등감으로 인해 아내 데스데모나의 부정을 의심하다가 목졸라 죽이고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된 오셀로가 자살로 마감을 하는 비극이다.

의처증, 의부증은 주로 편집증적 성격을 지닌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여성의 경우 의존성이 강해서 배우자가 옆에 있어야만 안심하는 사람, 질투가 많고 독점력이 강한 성격의 사람에게 많이 발생한다. 또 심리적으로 배우자에 대한 열등감, 자신의 마음속에서 부정한 행동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있을 때 이러한 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알코올중독이나 편집증이 있는 부모 또는 지배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사람에게도 많이 나타난다.

paraonia(편집증)의 어원은 그리스어 para(beside)와 nous(mind)에 뿌리를 둔 것으로, 마음을 벗어난 상태, 마음의 결함이나 이상을 의미한다. 야심이나 의혹이 논리적 형태로 형성된, 피해망상이나 과대망상으로 발전해 가는 특징을 갖는다. 이로 인해 타인의 동기를 악의적으로 해석한다. 편집증적 성격을 지닌 사람들은 의심이 많고 남을 경계하고 적대적이며,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 자신을 속이거나 배반하려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화를 잘 낸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어떤 속임수나 나쁜 동기를 숨겨놓고 있으리라고 확신하고 늘 그것을 찾아내는데 몰두해서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할 뿐 아니라, 상대방을 화나게 만들곤 한다. 그래서 이들은 상대방이 화를 내면, 자신의 예상이 적중했다는 생각에 의심과 경계를 더욱 강화하게 된다.

타인을 의심하는 경향은 곧 자기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는데 기반을 둔다.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지 못하는 관점은 열등감과 무가치감에 뿌리를 두고 있다. 부정적인 자존감은 편집증의 일차적 양상으로서,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못해 타인까지 부정적으로 보게 만든다. 타인에 대한 지나친 부정성이 의심을 유발하게 만들고 부정성이 증가되면 타인에 대한 신뢰도 심각하게 결여된다.

이러한 부정적인 자존감은 불안을 만들어내고 이런 현상이 오래 지속되면 자신의 부정성과 불안함을 보호하기 위한 자동 보호수단의 하나로 편집적 투사라는 방어기제가 작동한다. 이와 같은 투사 안에서 열등감은 박해받는 피해자로 변신하고, 자신에 대한 가치감은 편집적으로 타인을 비난함으로써 보호된다. 편집증 환자의 심리적 안전은 그가 박해받는 존재라는 인식에 의해 위협받지만, 타인에 대한 비난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자신이 유약하다’는 열등감을 덮어 준다. 이런 이유로 편집증 환자는 타인에 대한 비난이라는 자신의 방어 체계 안으로 자신을 끊임없이 끌어들이는 노력을 하게 된다.

편집증적 양상은 사회적인 현상으로도 나타난다. 타인들이 자신들을 박해하거나 악의를 가지고 음모를 꾸민다는 비현실적인 생각에 시달리면서, 자신들의 생각과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고 타인들이나 외부 요인에 그 책임을 전가하고 비난하고, 편향된 자기들만의 고집에 집착함으로써 자신들뿐만이 아니라 타인들의 삶을 불안, 공포, 분노와 불행으로 몰아넣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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