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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연수기]미국 대학의 법인 이사회
나지원 변호사  |  largeon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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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6호] 승인 2015.03.27  18:3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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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3월, 한국의 대학은 새 학기의 시작으로 매우 분주할 것이다. 그동안 대학의 법무팀장으로 근무하면서 필자에게는 대학의 학사 일정이 곧 생활주기가 되어 있다. 여기 미국의 대학은 짧은 겨울 휴식 후 1월부터 바로 봄 학기가 시작되어 대부분 5월이면 종강을 맞이한다. 미국의 대학은 학사 일정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도 한국과 다른 점이 많은데, 이번에는 대학의 의사결정체제(governance)에 관한 이야기를 드리고자 한다. 행정학 분야에서 조직의 의사결정모델 중에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사례로 대학을 꼽는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은 조직의 목표(이론교육, 실용교육 등)가 통일되기 어렵고 내부 구성원이 다양하고(교수, 직원, 학생 등) 그 역할이 상이하며 각 학문 분야별로 독특한 문화(대표적으로 의대와 법대)가 있어서 대학 전체의 의사결정 메커니즘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론적 규명의 어려움에도 미국 대학의 법인 이사회(board of trustees)는 법적으로 대학운영에 주요한 사항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이다. 미국의 대학은 크게 사립대학, 공립(주립)대학으로 구분되나 대부분 법인 형태로 조직되어 법인 이사회가 운영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사립대학은 학교법인의 이사회가 존재하지만 국공립대학(법인으로 전환된 서울대학교, 인천대학교는 제외)은 국가 또는 지자체의 영조물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이사회와 같은 의사결정기구가 없는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대학의 법인 이사회는 그 구성방식에 따라 크게 두 가지 모델로 구분할 수 있다. 유럽식 전통에 따라 학내 구성원 위주로 구성되는 내부자 모델(이는 중세의 동업자 조합인 길드에서 유래하는 전통이라고 한다)과 미국식 방식에 따라 외부인사가 이사회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외부자 모델이 그것이다. 두 모델의 차이점은 내부자 중심 이사회는 대학의 자율이라는 이념에 입각하여 대학의 의사결정 역시 대학의 구성원이 담당한다는 것이고, 외부자 중심 이사회는 교육과 연구와 달리 대학의 운영 자체는 사회적 경륜이 풍부한 외부인사에게 신탁(trust)하고, 이러한 이사회를 통해 외부의 관점에서 대학을 감독하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학 이사회가 처음부터 외부인사로 구성된 것은 아니다. 영국의 식민지 시절 설립된 하버드 대학의 이사회 구성의 변천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는데, 1636년에 설립된 하버드 대학교는 ‘감독이사회’와 ‘법인이사회’ 이원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감독이사회는 식민지정부 총독, 상하원의원, 지역유지 등으로 구성되어 대학 내부인사는 당초부터 배제되어 있었다. 한편 법인 이사회는 총장과 대학재정관을 포함하여 초기에는 모두 하버드 대학의 강사로 구성되어 있었으나, 당시 식민지 정부와 대학의 열악한 재정으로 대부분의 강사들은 오래 재직하지 못하고 대학을 떠나면서 18세기 무렵에는 외부인사들이 모두 이를 대체하게 된다. 이러한 연유로 대부분의 미국 대학 이사회는 외부인사로 구성된 단일한 법인 이사회를 두게 되었고(하버드 대학은 아직도 동문들로 구성된 감독이사회를 따로 두고 있다), 이는 미국 사립대학의 전통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후에 설립된 미국의 주립대학 역시 주정부의 토지 양여(grant) 등 재정 지원에 근거한 관계로 당연직 이사(주지사, 주상하원의원 등)를 포함하여 다수의 외부인사가 법인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다만, 미국의 경우 법인 이사회가 법령상 대학운영 전반에 책임을 지는 의사결정기관이지만 오래 전부터 이사회의 학사 간섭을 금기시하고 있으며 학사에 관하여는 총장과 대학 내부에 폭넓게 권한을 위임하여 왔다. 이는 이사회가 교육과 연구의 비전문가(layman)로 구성되어 있어 학사개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가 어렵고 자칫 대학의 자치적 기능을 훼손할 경우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각종 세계대학평가에서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학들이 영미권 대학인 점을 고려하면 대학의 의사결정체제도 간과할 수 없는 대학 경쟁력의 한 요소라고 생각이 든다. 흥미롭게도 일본과 한국은 근자에 국립대학을 법인 형태로 전환하면서 일본은 내부인사 중심으로 이사회(일본식 표현으로 역원회)가 운영되고 있고, 한국은 법인 이사회의 과반수를 외부인사로 구성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리 사립학교의 경우 대개 이사회가 학교설립자의 친인척, 특수관계인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는데, 향후 다양하고 독립적인 외부인사가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참고로 1865년에 설립된 코넬대학교의 총 64명의 법인 이사 중 설립자 가족대표 1명만이 종신직 이사로 포함되어 있다). 또한 우리 국립대학의 경우 법인화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지만 공적 재원에 기초하여 대학이 운영되는 만큼 외부의 관점을 수용할 수 있는 대학의 운영체제가 다각적으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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