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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 통신]WTO 분쟁해결 제도의 성공과 도전
한우용 주제네바 대표부 1등 서기관  |  hanwooy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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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4호] 승인 2015.03.16  09:3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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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에는 여러 종류의 국제 재판소가 있다. 국가 간의 분쟁 일반을 국제법적으로 해결하는 국제사법재판소(ICJ)와 해양경계 획정, 어업과 같은 특화된 영역의 분쟁을 관할하는 국제해양법재판소가 대표적이다. 구 유고슬라비아나 르완다 등 특정 지역의 범죄 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한시적 전범 재판소도 있다.

이렇듯 다양한 국제 재판소가 존재하지만,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과 함께 설립된 WTO 분쟁해결 제도는 그중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제 법정으로 평가된다. 회원국의 재판 절차 의뢰 건수, 분쟁의 실질적 해결에 대한 당사국의 기대, 국제사회가 재판 결과에 부여하는 의미를 기준으로 판단할 때 WTO의 성과는 단연 돋보인다.

우선, WTO 분쟁해결 제도의 성공은 수치상으로도 확인된다. WTO는 출범 후 20년도 채 안된 기간 동안 500건에 가까운 분쟁을 다루었다. 이는 WTO 체제의 전신인 GATT 체제 47년간의 300건, ICJ 68년간의 162건과 비교되는 놀라운 활동 성과이다. WTO는 출범 후 첫 16년 동안에만 최소 1조 미국 달러 규모의 분쟁 사건에 관여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WTO가 분쟁에서 내리는 판정은 분쟁 당사국은 물론, WTO의 모든 회원국과 학계로부터 그 권위와 높은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각 회원국은 다른 회원국의 조치가 WTO 협정문이 보장하는 자국 이익을 침해한다고 판단할 경우 이를 WTO에 제소할 수 있다. 제소는 분쟁 당사국 간의 대화를 통해 양자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협의 절차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협의 단계에서 그간의 누적된 이견과 분쟁이 해소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양자 협의가 실패할 경우, 제소국은 1심인 패널 절차 개시를 요청할 수 있고, 패널의 결정에 대하여 일방이 불복할 경우 2심이자 최종심인 상소기구 절차가 진행된다. WTO에서 패소한 국가는 판정 결과를 충실히 이행하거나 상대 국가의 보복 조치를 감수해야 한다. 무역 전쟁이라고도 불리는 국가 간의 통상 분쟁이 상호 보복의 악순환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적법절차에 따라 사법적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 WTO 분쟁해결 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인 것이다.

이렇듯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WTO 분쟁해결 제도는 역설적으로 그간의 성공으로 인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
는 상황이다. 전례 없는 분쟁 건수의 증가와 이에 따른 WTO의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분쟁 해결의 지연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호베르트 아제베도 WTO 사무총장은 얼마 전 모든 회원국을 대상으로 WTO 분쟁해결 제도가 당면한 구체적인 문제점을 설명한 바 있다. 그는 2012년 이래 불과 3년 동안 WTO 분쟁 건수가 두배 증가하였다면서, 현재에도 30건에 달하는 분쟁이 진행 중이라고 지적하였다. 불과 7명인 상소기구 위원으로는 패널 사건의 2/3가 상소되고 매년 10여건의 상소가 예상되는 현실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WTO는 인력과 예산 확충, 상소기구 위원의 증원과 같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회원국으로부터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분쟁의 양적인 증가 뿐 아니라, 사실 관계와 법적 쟁점의 복잡성 증대, 제3자 참여국 확대 등도 WTO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게다가 개도국들은 어쩌다 한번 제기하는 자국의 분쟁이 WTO의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인하여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실제로, 2014년에는 중국과 아르헨티나가 자국이 당사국인 분쟁 절차에서 특히 지연 현상이 심각하다면서 WTO 사무국의 차별적인 제도 운영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WTO 분쟁 하나하나가 수억에서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이익을 좌우하고, 각국의 산업 구조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각국은 승소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분쟁 제도 개선 논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WTO 분쟁해결 제도가 계속해서 국제사회의 높은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WTO와 회원국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WTO 사무국은 전문 인력 채용을 꾸준히 확대하면서 업무 수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조직 운영을 시도 중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분쟁해결 제도를 활발하게 사용하는 회원국 사이에서도 분쟁해결의 기본 원칙과 절차를 규정하는 분쟁해결양해(DSU)를 지난 20년간의 제도 운영 경험에 비추어 개정하는 작업, 불필요한 주장이나 과도한 증거 제출을 자제하려는 시도 등이 논의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WTO 설립 이래 총 31건의 분쟁에 직접 당사자로 참여한 바 있다. 현재에도 2건의 분쟁에서 당사자이며, 14건에 있어서는 제3자 참여국으로서 통상 분쟁의 논의 동향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WTO 체제의 주요 수혜국이자 적극적 참여국인 우리나라는 통상 분쟁의 효과적이고 신속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논의에 적극 동참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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